제13회 大山文學賞 수상작

『파문』 김명인

 소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희곡  수상작 없음

 평론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정과리

 번역 『everything yearned for 만해 한용운시선』프란시스카 조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 부문별 3천만원씩 총 1억2천만원 시상

수상작 외국어로 번역 출판, 시상식 11월 25일 하오 6시 세종홀

- 대산문화재단(이사장 愼昌宰)은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大山文學賞의 제 13회 수상작을 선정, 발표하였다.

 - 제 13회 대산문학상의 부문별 수상작과 작가로는 시부문 김명인 作『파문』, 소설부문 김연수 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평론부문 정과리 作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번역부문 프란시스카 조 英譯 『everything yearned for (만해 한용운시선)』가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되었고, 희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수상작에는 상패와 함께 각 3천만원씩 총 1억2천만원의 상금이 시상되며, 시, 소설 부문 수상작은 2006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당 어권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 소개된다.

- 대산문화재단은 수상작 선정 사유로 ▲詩부문의 『파문』은 삶과 시가 일치하는 기록이며 시적 형상력과 언어적 균형 감각이 살아 있어 무리없는 의사소통과 더불어 시적 공감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小說부문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상호텍스트성, 응축미를 자랑하는 구성, 과거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 번번히 예상을 뒤집어엎는 결말처리 등과 같은 새로운 소설미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점과 장편소설을 쓸 때 들 법한 시간, 노력, 실험정신을 단편소설을 쓰는데 바친 점 ▲評論부문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은 이론적 비평과 현장비평 양면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글들을 써온 이 비평가가 2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써온 글들을 한데 묶은 것으로 문학의 존재 양상, 문학이라는 정신적 노력의 특수성과 보편성, 문학의 사회적 기능, 문학 제도 등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성찰한 이론적 논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줄기찬 주제 의식을 엿보게 하는 점 ▲飜譯부문의 영역 『everything yearned for 만해 한용운시선』은  ꡔ님의 침묵ꡕ을 완역한 것으로 기존의 번역들이 드러낸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훌륭한 번역이며 원작의 시적 감흥이 번역 텍스트에서도 유지되게 하려는 역자의 노력이 돋보이고 작품에 대한 주해와 정치, 역사 및 불교 등 제반 문제에 대한 훌륭한 해설 등이 높이 평가되었다. 한편 ▲戱曲부문은 원로와 신인의 작품 3편이 끝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는데, 결국 이 희곡들이 작가들의 대표작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에도 시간을 버텨낸 희곡 텍스트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올해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 올해 심사대상작은 2004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단행본으로 출판되거나 공연된 모든 문학작품으로 하였다.

- 대산문학상은 “민족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대산문화재단의 설립취지에 따라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을 선정, 매년 시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문학상으로 최근 1년 여 동안 단행본으로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고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작품상이다. 특히 올해에는 1993년 제정한 대산문학상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지난 2년 동안 문인 및 재단 자문위원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대산문학상 발전방안을 마련, 시행했다. 그 내용은 대산문학상의 지향점 확립, 심사기준 조정, 심사방법 개선 등이다.

- 대산문학상의 지향점으로는 “개성적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통찰하며 그 시대의 문학정신을 섬세히 드러내고 얽어낸 작품으로서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것으로 삼고 심사기준도 그에 따라 조정하였다. 

심사제도도 개선하였는데 우선 ▲번역부문 심사를 영, 불, 독, 스페인어권 등을 매년 순차적으로 심사, 시상하기로 하고 올해는 영어권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 심사방법상으로는 ▲시, 소설, 평론은 예․본심 2심제, 희곡과 번역부문은 단심제로 진행하였고 ▲예심 및 본심기간을 연장(6-8월 예심, 9-10월 본심)하고 독회를 강화하였으며 ▲본심위원 수를 5명으로 늘리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수상작을 결정하였다. 그밖에도 심사대상작을 최근 2년에서 최근 1년여(전년도 4월-예심이 끝나는 8월)에 발표된 단행본이나 공연된 작품으로 축소하였다.

- 예심은 최정례 임동확 남진우(이상 시), 정호웅 이승우 서하진 김미현(이상 소설), 임홍배 황종연 최혜실(이상 평론) 등 중견문인, 평론가 등 10명이 6월 중순부터 약 세 달 동안 진행하였다.

본심은 고은 김광규 이성부 최동호 김승희(이상 시), 김치수 현기영 박범신 오정희 조남현(이상 소설), 박조열 유민영 이강백 한태숙 이윤택(이상 희곡), 유종호 도정일 황현산 오생근 최원식(이상 평론), 이상옥 이상섭 안선재 최영 문희경(이상 번역) 등 중진 및 원로문인 평론가 번역가 25명이 9월 초순부터 두 달 동안 장르별로 심사를 진행하여 수상작을 결정했다.

심사위원장은 고은 시인이 맡았다.

- 시상식은 오는 11월 25일(금) 하오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2. 수상작 선정 경위

▲ 詩 부문 : 수상작 『파문』(김명인 作, 문학과지성사 刊)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11권의 시집 중에서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최하림의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 신대철의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김명인의 『파문』, 오규원의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등 4권의 시집이었다.

일단 심사위원 전원은 이 4권의 시집이 모두 우리 시단의 높은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동시에 모두 수상작으로 결정되어도 손색이 없는 시집이라는 데 동의하였다.

『파문』의 경우는 삶과 시가 일치하는 기록이며 초기 시에 비해 긴장이 조금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시적 형상력과 언어적 균형 감각이 살아 있어 무리 없는 의사소통과 더불어 시적 공감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새로 시행되는 제도를 존중하기로 하고 개별 투표에 부친 결과 김명인의 『파문』이 삶의 경험과 시적 형상력을 적절히 조화시킨 올해의 뛰어난 시집으로 결정되었다.

▲ 小說부문 : 수상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作, 창비 刊)

  예심에서 올라온 열권의 작품에서 조경란의 『국자이야기』,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 임철우의 『백년여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 네 작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뿌넝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등 9편의 중단편을 모아 놓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상호텍스트성, 응축미를 자랑하는 구성, 과거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 번번이 예상을 뒤집어엎는 결말처리 등과 같은 새로운 소설미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김연수의 새로운 눈길과 솜씨는 소설은 대상을 재발견하고 탐구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는 장편소설을 쓸 때 들 법한 시간, 노력, 실험정신을 단편소설을 쓰는데 바치고 있다. 그는 소설양식을 통해서 끊임없이 묻고, 캐고, 따지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소재라도 김연수의 눈과 손끝을 거치면 하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이 춘향전을 로망스에서 노벨로 바꾸어 놓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심사위원들은 요즈음의 젊은 작가들은 독자들을 곧잘 퍼즐게임으로 몰아간다는 공통된 느낌을 표출했거니와, 김연수도 이러한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분명, 김연수는 새로우면서도 든든한 느낌을 주는 작가다.    

▲ 評論부문 : 수상작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정과리 作, 역락 刊)

  예심을 거쳐 본심으로 넘어온 비평집 중 심사위원들은 비평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고 있는 세 권의 비평집, 김명인의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과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성민엽의 ꡔ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ꡕ에 논의를 집중하였다.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은 이론적 비평과 현장비평 양면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글들을 써온 이 비평가가 문학의 존재 양상, 문학이라는 정신적 노력의 특수성과 보편성, 문학의 사회적 기능, 문학 제도 등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성찰한 이론적 논고이다. 이 비평집은 2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써온 글들을 한데 묶은 것이지만, 논의는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비평가의 줄기찬 주제 의식을 엿보게 한다. 활용되는 지식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고, 분석과 논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다. 이론이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 비평집의 장점이다. 그러나 과도한 친절과 불친절의 반복에서 오는 혼란은 이 비평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이 치밀한 비평가가 몇몇 고전의 인용에서 의외의 허술함을 보였다는 점도 심의과정에서 지적되었음을 덧붙여 둔다.

▲ 飜譯부문 : 수상작 『everything yearned for 만해 한용운시선』 (프란시스카 조 (Francisca Cho) 飜譯, 미국 Wisdom 刊)

예비 심사 목록에 오른 번역서는 모두 44편이었고, 그 중에서 위의 기준에 비교적 합당하다고 판단된 번역서로 다섯 편이 중점 검토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특히 컬럼비아대학에서 출판된 ꡔModern Korean Fiction: An Anthology 한국현대단편선ꡕ과 “Everything Yearned for: Manhae's Poems of Love and Longing 만해 한용운 시선ꡕ에 끝까지 주목하였다.

수상작 Everything Yearned for는 만해의 ꡔ님의 침묵ꡕ을 완역한 것으로 기존의 번역들이 드러낸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훌륭한 번역이라는 데에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원작의 시적 감흥이 번역 텍스트에서도 유지되게 하려는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주해와 정치, 역사 및 불교 등 제반 문제에 대한 해설은 학구적일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참작되었다.  

▲ 戱曲부문 : 수상작 없음

논의의 대상이 된 11편의 희곡은 원로 극작가에서 중견, 신인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특히 자기 작품을 선보인 지 3,4년에 불과한 신인들의 작품이 서너 편이나 되었고, 그 참신성과 구성력 또한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이들 젊은 신인들의 작품은 참신한 공연성에 비해 극적 구성력과 언어를 다루는 호흡이 짧고 단순하다는 취약점을 드러내었다. 이런 젊은 신인들의 등장은 고무적이지만 더 두고 보자는 방향으로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일치되었다. 근래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극작가들의 활동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최근작이 이들의 알려진 기존 문제작에 비해 수준이 저하되고 일종의 매너리즘 징후까지 느껴져서 수상작으로 내세우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 심사평 (본심) -

시부문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11권의 시집 중에서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파문』,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등 4권의 시집이었다.

일단 심사위원 전원은 이 4권의 시집이 모두 우리 시단의 높은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동시에 모두 수상작으로 결정되어도 손색이 없는 시집이라는 데 동의하였다. 그러나 문학상은 1권의 시집을 선정하는 작업이므로 본심 대상이 되는 4권의 시집에 대해 심사위원 각자의 견해를 가탄 없이 개진하기로 하였다. 특히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심사위원장인 고은 선생께서 심사 제도가 금년부터 최종 결과는 투표로 결정하기로 변경되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우선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는 항상 거기 있는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시집으로 종전의 자연시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었지만 메시지 소통력이 뛰어나고 시적 인식의 깊이에서 그 나름의 성취를 보여준다는 긍정적 평가도 논의 되었다.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시인 자신의 편력의 전환점을 보여주며 몽골과 북한 기행시들이 두드러지나 그의 새로움은 조금 뒤늦게 발표되는 분단시이며 실미도와 같은 시도 이와 비슷하게 뒤늦은 감이 있다는 점이 논의 되었다.

『파문』의 경우는 삶과 시가 일치하는 기록이며 초기시에 비해 긴장이 조금 약화되기는 하였지만 시적 형상력과 언어적 균형 감각이 살아 있어 무리 없는 의사소통과 더불어 시적 공감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새와 새똥과 그리고 돌멩이』는 무의미시 계보를 잇는 시사적 의미가 중요하게 거론 되었으며 그 자신이 주장하는 날 것의 시가 지닌 특성도 아울러 논의 되었다. 그러나 시행의 의미 해독이나 외국어로 번역될 경우 시적 언어의 난해성으로 인한 문제점도 거론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시집이 한국현대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충분히 논의 하였지만 해독에서 장애가 되는 난해성이 시적 긴장과 새로움에 있어서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였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된 다음 최종결정을 꼭 투표제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약간의 의견 개진이 있었지만 일단 새로 시행되는 제도를 존중하기로 하고 개별 투표에 부친 결과 김명인의 『파문』이 삶의 경험과 시적 형상력을 적절히 조화시킨 올해의 뛰어난 시집으로 결정되었다. 2005년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명인 시인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고은 김광규 이성부 최동호 김승희

소설부문

대산문학상 제정취지의 하나인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성작가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장편소설을 써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서양에서는 장편소설만이 소설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8편의 중단편을 묶어 놓은 조경란의 『국자이야기』는 대체로 동화적인 발상으로 인간과 삶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려는 작가적 태도가 힘 있거나 방향이 확실한 이야기로 연결되지 못한 듯한 결과를 낳았다. 소재의 규모가 좀더 커지고 개별 이야기들이 보다 힘있게 기능한다면 조경란 소설을 읽는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은희경의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은 작가로서의 의욕의 한 표지이기도 한 소재의 번다함과 주요 인물들에 대한 감정의 쏠림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인지 가지런하고 깔끔한 결구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임철우의 장편소설 『백년여관』은 작가의 창작 의도와 입장을 처음부터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 득보다는 실이 되고 말았다. 제주 4.3사건,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의 원한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계속 외치면서 그 영혼들에게 실체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인 서술방법을 구사한 것은 올곧은 작가적 사명감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작가가 묘사의 수준에서 너무 일찍 빠져나와 호소와 웅변의 태도를 취한 나머지 이야기의 개연성과 자연스러움을 놓치고 만 것이 아쉽게 되었다.

  「뿌넝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등 9편의 중단편을 모아 놓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상호텍스트성, 응축미를 자랑하는 구성, 과거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 번번히 예상을 뒤집어엎는 결말처리 등과 같은 새로운 소설미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김연수의 새로운 눈길과 솜씨는 소설은 대상을 재발견하고 탐구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는 장편소설을 쓸 때 들 법한 시간, 노력, 실험정신을 단편소설을 쓰는데 바치고 있다. 그는 소설양식을 통해서 끊임없이 묻고, 캐고, 따지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소재라도 김연수의 눈과 손끝을 거치면 하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이 춘향전을 로망스에서 노벨로 바꾸어 놓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심사위원들은 요즈음의 젊은 작가들은 독자들을 곧잘 퍼즐게임으로 몰아간다는 공통된 느낌을 표출했거니와, 김연수도 이러한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분명, 김연수는 새로우면서도 든든한 느낌을 주는 작가다.    

김치수 현기영 박범신 오정희 조남현

평론부문

우리 시대에 문학의 여러 장르 중 비평만큼 비난과 타매의 대상이 된 장르는 없다. 이 힐난의 말들이 항상 적절하고 공정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거를 객관화하는 일까지 조심스럽게 된 한 시대를 지나면서 비평이 자기 목소리를 감추었다거나 진실을 외면하였다는 점은 상당부분 사실이다. 이점에서도 평론부분 심사위원들이 비평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고 있는 두 권의 비평집에 논의를 집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명인의 『자명한 것들과의 결별』은 지난 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정치적 비평의 한 중심을 담당했던 비평가가, 역사의 주체가 수도자적 미망 속으로 소실되고 일상의 늪 속에 와해되는 시대의 길목에서, 문학과 비평의 자기 갱신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글들을 담고 있다. 논의는 다기하고 복잡하지만 논리는 항상 명확하다. 작가와 작품을 대하는 비평가의 시선은 다감하고 뜨겁다. 그러나 비평가 자신도 고백하고 있듯이 비평집의 내용이 형식의 측면에서도 주제의 측면에서도 잡다하며, 이 점이 전체적으로 논의의 깊이와 밀도에 편차를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평가의 지나친 자의식이 자기연민으로 흘러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정과리의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은 이론적 비평과 현장비평 양면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글들을 써온 이 비평가가 문학의 존재 양상, 문학이라는 정신적 노력의 특수성과 보편성, 문학의 사회적 기능, 문학 제도 등을 폭 넓고 깊이 있게 성찰한 이론적 논고이다. 이 비평집은 2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써온 글들을 한데 묶은 것이지만, 논의는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비평가의 줄기찬 주제 의식을 엿보게 한다. 활용되는 지식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고, 분석과 논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다. 이론이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 비평집의 장점이다. 그러나 과도한 친절과 불친절의 반복에서 오는 혼란은 이 비평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이 치밀한 비평가가 몇몇 고전의 인용에서 의외의 허술함을 보였다는 점도 심의과정에서 지적되었음을 덧붙여 둔다.

수상을 축하하기에 앞서, 이 비평집의 편집이 우울한 마음의 소산이었다고 말하는 비평가에게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위로의 말을 보낸다.

유종호 도정일 황현산 오생근 최원식

 번역부문

우선 번역상 수상 후보작을 선정하기에 앞서 심사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1.  번역된 작품이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2.  번역은 원전에 충실한가.

3.  영어권 독자들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읽힐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번역인가.

예비 심사 목록에 오른 번역서는 모두 44편이었고, 그 중에서 위의 기준에 비교적 합당하다고 판단된 번역서로 다섯 편이 중점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1. Yi Chongjun, Your Paradise. trans. Jennifer M. Lee & Timothy R. Tangherlini (Green Integer, 2004)

2. Lee Hochul, Southerners, Northerners. trans. Andrew Killick & Cho Sukyeon (EastBridge, 2005)

3. Choi Inhun, et al. The Voice of the Governor General and Other Stories (EastBridge: 2002)

4. Modern Korean Fiction: An Anthology, trans. Bruce Fulton et al. (Columbia Univ. Press, 2005)

5. Han Yong-un, Everything Yearned for: Manhae's Poems of Love and Longing. trans. Francisca Cho (Wisdom Publications, 2005)

Your Paradise는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지만 영어 스타일이 무미건조해서 읽힘새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Southerners, Northerners에 대해서는 번역의 수준이 무난하나 탁월하지는 못하고, 역서 출판사의 평판 또한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The Voice of the Governor General은 원작의 작가와 작품이 역자에 의해 임의로 선정되었다는 점과 출판사의 평판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Modern Korean Fiction은 Columbia 대학 출판사에서 기획한 한국문학총서 중의 한 권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지만 수록된 작품 중의 다수가 기왕에 번역 출판된 적이 있다는 부정적인 지적이 있었다.

수상작 Everything Yearned for는 만해의 ꡔ님의 침묵ꡕ을 완역한 것으로 기존의 번역들이 드러낸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훌륭한 번역이라는 데에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원작의 시적 감흥이 번역 텍스트에서도 유지되게 하려는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주해와 정치, 역사 및 불교 등 제반 문제에 대한 해설은 학구적일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참작되었다.   

이상옥 이상섭 안선재 최영 문희경

희곡부문

올해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심사는 일차 11편의 작품을 논의대상으로 정했다. 한 해 백여 편 이상의 창작희곡이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도 했지만, 정작 수상작 선정을 위한 일차 심사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다. 그만큼 많은 창작 희곡이 쓰이고 공연되고 있지만,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희곡은 적었다.

논의의 대상이 된 11편의 희곡은 원로 극작가에서 중견, 신인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특히 자기 작품을 선보인 지 3,4년에 불과한 신인들의 작품이 서너 편이나 되었고, 그 참신성과 구성력 또한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이들 젊은 신인들의 작품은 참신한 공연성에 비해 극적 구성력과 언어를 다루는 호흡이 짧고 단순하다는 취약점을 드러내었다. 이런 젊은 신인들의 등장은 고무적이지만 더 두고보자는 방향으로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일치되었다.

근래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극작가들의 활동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최근작이 이들의 알려진 기존 문제작에 비해 수준이 저하되고 일종의 매너리즘 징후까지 느껴져서 수상작으로 내세우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원로 중견극작가의 작품 2편과 신인급에 속하는 작품 1편이 끝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는데, 결국 이 3편의 희곡이 자신들의 대표작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에도 시간을 버텨낸 희곡 텍스트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대산문학상 희곡부문 심사 원칙은 흐르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문학의 힘을 절대적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올해는 수상작을 내지 않기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세상은 갈수록 부박(浮薄)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연극 또한 어쩔 수 없이 부박한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작가는 부박한 세계에 저항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심연을 파야한다. 이것이 문학의 힘이고 연극의 존재 근거가 되지 않겠는가...... 이런 희곡을 만나기 위하여 우리는 참을성있게 기다려야 하고 이 기다림 속에서 건져 올린 작품이야말로 대산문학상의 기념비적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원로 심사위원의 말을 심사소감 끝머리에 붙인다.

박조열 유민영 이강백 한태숙 이윤택

 - 수상자 약력  -

▲ 詩  부문 : 『파문』 김명인

              - 1946년 9월 2일 경북 울진 출생

              -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출항제>로 등단  

              - 시집 『동두천』『머나먼 곳 스와니』『푸른 강아지와 놀다』

                     『바다의 아코디언』 등

              - 시인,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 小說부문 :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 성균관대 영문과 졸업

              -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 소설집 『꾿빠이 이상』『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7번 국도』『스무살』등

              - 소설가

▲ 評論부문 : 『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정과리

              - 1958년 3월 8일 대전 출생

              -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 평론집 『문학, 존재의 변증법』『존재의 변증법』『스밈과 짜임』 등

              - 평론가, 연세대 국문과 교수

▲ 飜譯부문(영어권)

            : 『everything yearned for: Manhae's Poems of Love & Longing

                님의 침묵(한용운 作)』 프란시스카 조(Francisca Cho)

              - 1961년 서울 출생

              - 브라운대 종교학과 및 시카고대 대학원 졸업

              - 저서 『Embracing Illusion: Truth and Fiction in the Dream of the Nine  Clouds(소설 구운몽 속의 진실과                  허구)』, 논문『Religious Identity and the Study of Buddhism(종교적 아이덴티티와 불교학)』등

              - 미국 조지타운대 불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