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문학과 술문학과 술이 맺는 불가분의 관계에 대한 고찰

: 황현산 최재봉 강형철

문학교양지 『대산문화』 겨울호

▶대산초대석 - 허만하 對 유홍준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 언어가 사물이 되는 극단의 순간까지

▶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무크

서울국제문학포럼 발제문 '교통, 종교, 그리고 “우리” '

▶시론  이남호  보편성과 한국문학의 세계화

▶나의 아버지  서하진   ▶나의 삶 나의 문학  배수아

    ▶대산문학상  선정과정, 심사평, 수상소감, 수상작 리뷰

 

- 대산문화재단(이사장 愼昌宰)은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문학 전반에 걸친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문학교양지 『대산문화』 2006년 겨울호(통권 22호)를 발간하였다.

- 『대산문화』 겨울호에는 우선 기획특집 ‘문학과 술’이 눈에 띈다. 흔히들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문학과 술의 상관관계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보고자 한 이번 특집은 시와 술의 친연성, 한국문학 공간으로서의 술집, 한국문단과 술 등 3가지 주제로 나뉘어 구성됐다. 알콜과 시의 근친관계에 대해 서술한 황현산 고려대 교수는 「술 마셔야 할 의무」라는 제목의 글에서 술을 시 창작의 모티브로 삼은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간다. 「도취해라」라는 산문시에서도 볼 수 있듯 “보들레르에게 술은 수사학적으로 육체와 정신이 통일되는 특별한 기회의 제유이자 알레고리일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그 기본수단”이었다. 황 교수는 보들레르의 유명한 「만물조응」을 거론하며 시적 재능이 “육체를 남김없이 투자하려는 의지”이자 “육체의 자원이 소진될 때까지 그 의지를 유지하고 드높이는 방법”이라고 할 때 “시인에게 술은 이 육체를 철저하고 올바르게 쓰라는 명령”이라고 주석을 다는데, 실제 보들레르는 『악의 꽃』 여섯 부 가운데 한 부를 ‘술’에 바칠만큼 술을 “우연한 것들이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들과 맞먹는 가치를” 얻게 되는 수단과 계기로 삼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황 교수는 “시인은 육체와 정신이 통일된 상태에서 누구라도 한 번 엿본 찬란한 광경을 헛것이 아니라고 믿어야 하며, 그 찬란한 빛을 늘 다시 보아야 하며, 그것을 만인이 보라고 지치지 않고 재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술을 마실 의무가 있다. 그것이 시와 술의 용감한 윤리다”라고 글을 맺는다. 한편 최재봉 한겨레신문 문학전문기자는 한국문학에 배경으로 등장한 술집의 변천사를 주막집에서 선술집, 카페, 기지촌 클럽, 맥주홀, 대학가 주점, 룸살롱 등으로 유형화하고 있고 강형철 숭의여대 교수는 한국문단의 술자리가 예전처럼 풍성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아쉬움 섞인 어조로 이야기한다. 강 교수에 따르면 휴대폰과 자가운전, 컴퓨터의 일반화가 그 주된 원인이며 문단의 삭막해진 인간관계는 그 원인이자 결과라고 한다.

- 한편 한국문인의 수상 가능성 때문에도 관심을 끌었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오르한 파무크는 작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바 있어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인데 『대산문화』에서는 그의 수상을 기념해 그가 작년 서울포럼 때 발표했던 원고를 전재했다. 「교통, 종교, 그리고 “우리”」라는 제목의 이 발제문에서 파무크는 중동의 대도시들에서 일상적으로 보이는 교통신호 위반을 예로 들며 서구문명에 내재돼 있는 합리성과 그것의 일방성에 대한 아랍민족들의 반발,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갈등이 자신의 문학의 기저임을 말하고 있다. 신진문인과 중진․원로문인의 대담을 수록하는 ‘대산초대석’에서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펼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허만하 시인과 진주에 거주하며 왕성한 시 창작력을 선보이고 있는 유홍준 시인이 만남을 가졌다. 허만하 시인은 이 대담에서 자신의 시의 풍경이 “발현방식이 형이상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념”이며 자신의 시에 실망하지 않는 방법은 “오직 새로운 관념을 만들어 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시 창작에 몰두하는 이유가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망, 완벽해지고 싶은 욕망, 전인미답의 시를 쓰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 또한 올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에 즈음해 선정과정과 심사평, 수상소감, 수상작 리뷰 등을 수록했다. 한편 평론과 소설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중견문인의 기고문이 눈길을 끈다.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문학계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시론’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보편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타지 못하고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을 더 이상 국력의 약세, 홍보의 부족, 번역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한국문학이 사적 공간에 집착해 보편성을 등한시하는데 그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문학의 본질이라 할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를 훌륭하게 성취해 낸 작가로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와 중국계 소설가 하진, 다이시지에 등을 거론하고 우리 작가들도 이들의 작품처럼 보편성과 근원성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때만 더 뛰어난 작품을 생산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소설가 서하진‘나의 아버지’에서 검찰총장과 안기부장 등을 역임한 아버지 서동권 씨에 대한 회고담을 기고했다. 아버지의 일생을 “평생의 긴장, 평생의 예민함”이라는 말로 요약한 서하진은 할아버지의 급서 이후 지독하게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여섯 남매 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자신,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표나지 않게 관심을 가져주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감어린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 이외에도 『대산문화』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들의 칼럼과 기고문이 풍성하게 수록돼 있다. 지난 1년간 화제를 모으며 연재됐던 오정희에 이어 구효서가 새로이 1년 동안 ‘에세이소설-이야기의 안과 밖’을 연재하게 됐으며 역시 1년간 연재 중인 ‘대작에세이’에서는 최일남이 ‘비목’에서 ‘부용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인생을 점점이 수놓았던 여러 노래들과 그 노랫말에 얽힌 뒷이야기들에 대해 쓰고 있다. 개성적인 작품세계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소설가 배수아‘나의 삶 나의 문학’에서 자신의 문학의 화두인 ‘공포’에 대해, 그리고 자신을 세상과 연결시키는 가능한 통로인 동시에 세상과 차단시키는 유일하게 도덕적인 알리바이인 자신의 문학에 대해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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