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大山文學賞 수상작

   시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소설 『그 여자의 자서전』 김인숙

  희곡 「경숙이, 경숙 아버지」 박근형

  평론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최동호

  번역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황석영 作)』  정은진, 자크 바틸리요

              국내 최대 종합문학상, 부문별 3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 시상

            수상작 외국어로 번역․출판, 시상식 11월 24일 하오 6시 세종홀

 

  1. 개 요

  - 대산문화재단(이사장 愼昌宰)은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大山文學賞의 제14회 수상작을 선정, 발표하였다.

  - 제14회 대산문학상의 부문별 수상작과 작가로는 시부문 김사인 作 『가만히 좋아하는』, 소설부문 김인숙 作 『그 여자의 자서전』, 희곡부문 박근형 作 「경숙이, 경숙 아버지」, 평론부문 최동호 作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번역부문 정은진, 자크 바틸리요의 불어 共譯 『Le Vieux Jardin(오래된 정원, 황석영 作)』이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되었다.

수상작에는 상패와 함께 각 3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의 상금이 시상되며, 시, 소설, 희곡 부문 수상작은 2007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당 어권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 소개된다.

  - 대산문화재단은 수상작 선정 사유로 ▲詩부문의 『가만히 좋아하는』은 인간과 인간 사이, 사물과 인간 사이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정을 진실한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 ▲小說부문 『그 여자의 자서전』은 환멸에 직면하여 속임수 없이 정면에 서서 일체의 감상을 부정하는 견인주의를 지니고 있고, 이 주제가 작가의 마르지 않는 소설의 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점 ▲戱曲부문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탈근대사회의 그늘 한 구석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가족들의 희비극적 모습을 그려 온 작가의 저력과 성숙미를 확인시켜준 작품이라는 점 ▲評論부문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은 작가의 일관된 주제인 동양사상 또는 전통사상을 현장 비평으로 실천해 보인 작품이라는 점 ▲飜譯부문의 불역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 황석영 作)』은 원작의 작품성과 뛰어난 번역은 물론이고 프랑스 현지에서 상당한 호평과 주목을 받으며 한국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되었다.

  - 대산문학상은 “개성적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통찰하며 그 시대의 문학정신을 섬세히 드러내고 얽어낸 작품으로서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올해 심사대상작은 2005년 4월부터 2006년 8월까지 단행본으로 출판되거나 공연된 모든 문학작품이었다.

  대산문학상은 매년 한국문학의 성과를 집대성하여 그 많은 작품 중에서 부문별 수상작을 단 1편 선정(공동수상이나 가작제도 없음)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과정은 항상 치열한 토론이 이어지고 분위기가 더러 곤욕스럽게 되기도 한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르거나(시, 소설 부문), 몇 차례의 모임을 거쳐 좁혀진(희곡, 평론, 번역 부문) 수상후보작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심한 선택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각 부분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마지막 투표용지를 열어보기까지 아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시, 소설, 평론 부문에서는 마지막 모임에서 2차, 3차 투표까지 진행되었고 수상작은 다른 작품과 단 1표 차이로(투표결과 3대2)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문학의 풍요로운 결실로 인한 행복한 갈등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대산문학상은 “민족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대산문화재단의 설립취지에 따라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을 선정, 매년 시상하는 종합문학상으로 최근 1년 여 동안 단행본으로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고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작품상이다.

- 대산문학상은 지난 해 마련된 1차 발전방안에 따라 ▲번역부문 심사를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으로 나눠 매년 순차적으로 심사, 시상하기로 하고 올해는 불어권을 심사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시, 소설은 예․본심 2심제, 희곡, 평론, 번역부문은 단심제로 진행하였고 ▲예심 및 본심기간을 연장(6-8월 예심, 9-10월 본심)하고 독회를 강화하였으며 ▲본심위원 수를 5명으로 늘려 무기명 투표를 통해 수상작을 결정하였다. 그밖에도 심사대상작을 최근 2년에서 최근 1년여(전년도 4월-예심이 끝나는 8월 초)에 발표된 단행본이나 공연된 작품으로 축소하였다.

- 예심은 김기택 김정란 임동확(이상 시), 김동식 류보선 서하진 이승우(이상 소설) 등 소장 및 중견문인, 평론가 7명이 6월 중순부터 약 세 달 동안 진행하였다.

  본심은 고은 김재홍 천양희 황지우 황현산(이상 시), 김인환 박범신 박완서 조남현 현기영(이상 소설), 김방옥 김석만 김형기 이강백 이윤택(이상 희곡), 김윤식 오생근 유종호 최원식 홍기삼(이상 평론), 곽광수 김화영 김희영 유석호 장-노엘 주테(이상 번역) 등 중진 및 원로문인 평론가 번역가 25명이 8월 말부터 두 달 남짓 동안 장르별로 심사를 진행하여 수상작을 결정했다.

  심사위원장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맡았다.

  - 시상식은 오는 11월 24일(금) 하오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2. 수상작 선정 경위

   ▲ 詩 부문 : 수상작 『가만히 좋아하는』(김사인 作, 창비 刊)

예심을 거쳐 올라온 시집은 열 권이었고 2차 모임에서 문인수 作 『쉬』, 김승희 作 『냄비는 둥둥』, 고형렬 作 『밤 미시령』, 김사인 作 『가만히 좋아하는』 등 4권의 시집으로 논의를 좁혔다. 마지막 모임에서 심사위원들은 치열한 토론과 장시간의 고민 끝에 3차례의 투표를 실시했다. 최종적으로 좁혀진 작품은 김승희 作 『냄비는 둥둥』, 김사인 作 『가만히 좋아하는』이었다. 3차 투표에서 5표 중 3표를 얻은 김사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김사인의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은 인간과 인간의 사이, 사물과 인간의 사이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정을 무엇보다도 그 진실한 언어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슬픔의 힘으로 빚어진 여유롭고 친밀한 시선은 사람의 속마음과 사물의 이면을 자상하고 곡진하게 성찰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을 이용하여 세상과 동행하며 그 아픈 곳을 짚어주고 있는데 심사대상 시집 중 가장 감동적인 시집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 小說부문 : 수상작 『그 여자의 자서전』(김인숙 作, 창비 刊)

본심 대상작은 열 권이었고 두 차례의 회합을 통해 열 권에서 다섯 권으로, 다시 두 권으로 대상 작품집이 줄어들었다. 최종적으로 구효서의 『시계가 걸렸던 자리』와 김인숙의 『그 여자의 자서전』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어려운 에움길을 돌았다. 두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매우 고생스러운 일이어서 두 차례의 투표 끝에 3표를 얻은 『그 여자의 자서전』이 수상작이 되었다.

자기 세계를 완강하게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여자의 자서전』에 대하여 장점으로 거론되기도 하고 동시에 단점으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김인숙의 소설을 90년대 소설의 한 결산으로 평가하고, 좋은 소설이지만 문학사의 변천 단계로 볼 때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변화를 냉정하게 분석적으로 묘사하며 작가의 시선도 현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작가도 결코 그대로 멈춰있지만은 않았으며, 환멸(幻滅)과 견인(堅忍)이라는 주제도 마르지 않는 소설의 샘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수상작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 戱曲부문 : 「경숙이 경숙 아버지」(박근형 作)

최종심에 올라온 희곡 두 편 <경숙이, 경숙 아버지(박근형 作)>와 <여행(윤영선 作)> 모두가 우리 연극계로서는 오랜만에 건진 수작들이었다. 최종심에 올라온 두 작품 중 어느 작품이 수상작이 되어도 좋을 만큼 뛰어나 연극인으로선 행복하다고 할 고민에 빠진 심사위원들은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다가, 일관된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박근형을 만장일치로 선택했다.

  박근형은 <아스피린> <청춘예찬> <쥐>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감각과 도발적인 가치관으로 90년대 연극계에 바람을 일으킨 작가-연출가이다. 그가 다루는 것은 탈근대사회의 그늘 한 구석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가족들의 희비극적 스케치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풍류남을 자처하나 지극히 이기적이며 무지한, 경상도 집안 특유의 가부장적 아버지를 견뎌내는 경숙이와 경숙 엄마의 세월을 특유의 천연덕스러움으로 그려내는데 그 어리숙하면서도 능란한 붓질의 뒤편에는 한국 근대사의 질곡이라는 배경이 그 윤곽을 드러낸다. 이런 면에서 이 희곡은 2000년대에 들어 다소 침체를 보이던 박근형의 저력과 성숙미를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하겠다.

  ▲ 評論부문 : 수상작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최동호 作, 문학동네 刊)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예심을 겸한 3번의 심사과정을 치렀다. 평론서 약 2백여 권 중 최종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이광호의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 최동호의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김주연의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 김치수 『문학의 목소리』 등 4편이었다. 마지막 모임에서 논의를 마치고 1차 투표를 실시한 결과 최동호와 김주연의 작품으로 후보가 좁혀진 가운데 다시 한번 토론이 벌어졌으나 쉽게 의견을 좁히진 못했다. 이 가운데 2차 투표를 실시하여 3표를 얻은 최동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최동호의 작품은 그의 여덟 번째 평론집으로 일관된 주제인 동양사상 또는 전통사상을 현장 비평으로 실천해보인 작품이다. 근대문학을 모더니즘계의 지적 방법론의 실천으로 보고 그 일방적 비대화 및 한계를 엿본 결과 최동호는 이에 맞서 전통적, 동양적 정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시적 균형감각을 취하고자 한 점이 돋보였다.

  ▲ 飜譯부문 : 수상작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황석영 作)』 (정은진 ․자크 바틸리요 佛譯, 프랑스 Zulma 刊)

  심사위원들이 정한 심사기준은 원작의 문학적 가치, 번역의 질과 가독성, 현지 문학계의 평가 등을 주로 고려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준에 따라 1차 심사를 거쳐 본심에 올라온 번역서는 모두 7권이었다. 이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토의와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작을 황석영의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 김훈의 Le chant du sabre 『칼의 노래』, 퇴계 이황의 Etude de la sagesse en dix diagrammes 『성학십도』 등 3권으로 좁혔다. 

  최종적으로는 Le vieux jardin과 Etude de la sagesse en dix diagrammes이 경합을 벌였는데, 두 작품은 성격이 서로 판이하여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황석영은 이미 불어권 독자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고 Le vieux jardin에 대해서는 「르 몽드」를 위시한 여러 신문과 잡지에 호의적인 서평이 실리는 등 현지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따라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다는 대산문학상 번역부문의 취지에 보다 부합되는 Le vieux jardin (정은진, 자크 바틸리요 共譯)가 5표 중 4표를 얻어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1. 심사평 (본심)

   시부문

한국시는 작금에 왕성한 힘을 다시 뽐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 발간된 시집이 천 권이 넘는다 하니 이를 시의 해일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양이 많다고 해서 질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들 시집 가운데 시적 역량의 새로운 높이를 확보하고 시의 말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노작들을 다 꼽으려면 양 손의 손가락으로는 부족하다. 이 왕성한 생산력은 우리에게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모색하고, 나날의 언어를 마주하여 말의 진정한 힘을 찾아내거나 찾아 주려는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터이리라.

예심을 거쳐 올라온 열 권의 시집이 모두 훌륭했다. 본심을 위해 마련된 세 차례의 회합에서 내내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은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논란이 된 것은 4권의 시집이다. 문인수 作 『쉬』는 소박하면서도 자기 색깔을 지닌 언어로 세계와 자아의 관계를 끈질기게 탐색하여, 자아에 대한 헛된 환상을 버리고 사물을 올바르게 안아 들이려는 그 수행의 열정이 거의 종교적인 수준에 이른다. 사회적 관행과 문화의 맹목성을 담대한 언어로 비판하고 있는 김승희 作 『냄비는 둥둥』은 삶의 장면 하나하나에서 철학적 담론의 주제를 발견한다. 고형렬 作 『밤 미시령』은 풍경을 바라보는 고독하고 비극적인 시선으로 인간의 운명과 자아의 내면을 치밀하게 성찰하고 있다.

수상작으로 뽑힌 김사인의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은 인간과 인간의 사이, 사물과 인간의 사이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정을 무엇보다도 그 진실한 언어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슬픔의 힘으로 빚어진 여유롭고 친밀한 시선은 사람의 속마음과 사물의 이면을 자상하고 곡진하게 성찰한다. 이 시선이 지적이고 분석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세상을 객관화하여 냉정하게 따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세상과 동행하여 그 아픈 곳을 짚어주기 위해서 이 시선을 이용한다. 심사대상 시집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시집이라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시는 문화의 첨병이다. 시가 정직하고 용감하지 않으면, 문화 일반이 그 활력을 잃는다. 수상과는 인연을 멀리 한 시집들에게도 충심으로 축하를 보내는 이유가 그것이다.

심사위원 : 고은 김재홍 천양희 황지우 황현산

   소설부문

토론도 하고 투표도 하며 달포를 보내면서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에 출간된 소설들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이에 열 권에서 다섯 권으로, 다시 두 권으로 대상 작품집이 줄어들었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와 『그 여자의 자서전』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어려운 에움길을 돌았다. 두 작품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이만저만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 잊었던 질문까지 다시 나왔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마다 작은 경이감을 전달하는 것이 소설이 있을 자리이며, 그렇게 볼 때 구효서의 소설은 소설의 본령정계(本領正系)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다. 그러한 논의는 요즈음에 나오는 우리 소설들이 사건을 끝까지 몰고 가지 않고 어딘가 중요한 것을 회피하면서 끝낸다는 지적으로 확대되었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에 실려 있는 작품들이 우연에 많이 의존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경이라는 것도 새로운 인식으로 연결되기보다는 가벼운 비애의 분위기를 퍼뜨리는 데 그친다는 비판이 있었다. 끝까지 몰고 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대상작가에게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고향이건 서울이건 외국이건 어디나 이역이 아닐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나 이역에서도 인간에게는 경이로운 인연이 선사될 수 있다는 의식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인물의 시각 속에서 속도를 늦추어 좀 더 치밀하게 묘사될 필요가 있다는 희망도 제시되었다.

자기 세계를 완강하게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여자의 자서전』에 대하여 장점으로 거론되기도 하고 동시에 단점으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환멸에 직면하여 속임수 없이 정면에 서서 일체의 감상을 부정하는 견인주의(堅忍主義)가 장점으로 지적되었는가 하면 현실을 보는 시각과 서술방법이 15년 가깝도록 변하지 않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김인숙의 소설을 90년대 소설의 한 결산으로 평가하고, 좋은 소설이지만 문학사의 변천 단계로 볼 때 더 이상 통하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변화를 냉정하게 분석적으로 묘사하며 작가의 시선도 현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작가도 결코 그대로 멈춰있지만은 않았으며, 환멸(幻滅)과 견인(堅忍)이라는 주제도 마르지 않는 소설의 샘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수상작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김인숙의 소설처럼 오래 지속되던 심사의 긴장이 구효서의 소설처럼 순식간에 풀렸다.

대상문학상의 역사상 여성작가로는 두 번째 수상자가 된 김인숙씨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 : 김인환 박범신 박완서 조남현 현기영

   희곡부문

  지난 해 수상작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2006 대산문학상 희곡부문 심사위원들은 행복한 갈등에 직면했다. 최종심에 올라온 희곡 두 편 <경숙이, 경숙 아버지(박근형 作)>와 <여행(윤영선 作)> 모두가 우리 연극계로서는 오랜만에 건진 수작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사위원들 모두가 결정을 망설일 만큼 이 두 희곡은 각자의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작가-연출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박근형은 당시 형식주의적 극작술과 화려한 무대 스펙터클이 지배적이던 연극계에 <아스피린>, <청춘예찬>, <쥐>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감각과 도발적인 가치관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연극세계는 극사실적이며 단순하고도 기이한 상황설정, 능청스러울 정도로 생활적이지만 동시에 불온함을 감추고 있는 인물들, 어눌한 희극적 구어체 속에 날을 세운 분노, 대담하고도 편하게 펼쳐가는 시간과 공간 등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그가 즐겨 다루는 것은 괴물 같은 탈근대사회의 그늘 한 구석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가족들의 희비극적 스케치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풍류남을 자처하나 지극히 이기적이며 무지한, 경상도 집안 특유의 가부장적 아버지를 견뎌내는 경숙이와 경숙 엄마의 세월을 특유의 천연덕스러움으로 그려내는데 그 어리숙하면서도 능란한 붓질의 뒤편에는 어느덧 한국 근대사의 질곡이라는 배경이 그 윤곽을 드러낸다. 이런 면에서 이 희곡은 2000년대에 들어 다소 침체를 보이던 박근형의 저력과 성숙미를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하겠다.

  윤영선의 <여행>은 그간 난해할 정도의 관념과 실험적 드라마터지를 구사해온 작가가 다소 방향을 선회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고향친구의 부음을 듣고  상가에 동행하는 중년의 남자들의 행태와 그들이 상을 치루고 돌아오는 하룻밤의 여행을 담담하게 다룬 이 작품은 친구의 죽음이라는 핵심적 사건을 오히려 생략하고 그 주변을 맴도는 에피소드적 상황들과 죽음을 둘러싼 친구들의 미묘한 심리적 동요를 그려냄으로써 오늘의 한국을 사는 중년남자들의 공허함과 위태로움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심사위원들은 이 두 작품 사이에서 토론을 거듭하다가 일관된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와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점을 높이 사 박근형을 밀기로 합의했다.     

  심사위원 : 김방옥 김석만 김형기 이강백 이윤택

   평론부문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예심을 겸한 3번의 심사과정을 치렀다. 제1차 회합(9월 6일)에서는 2005년 4월에서 2006년 8월 사이에 간행된 평론서 약 2백여 권을 분류, 정리하여 이 중 10여권을 선정하는 작업이었다. 제2차 회합(9월 27일)에서는 이들 중 본격적으로 심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일이었다. 그 결과 다음 4편이 선정되었다.

   ◎ 이광호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문학과지성사)

   ◎ 최동호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문학동네)

   ◎ 김주연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문학과지성사)

   ◎ 김치수 『문학의 목소리』(문학과지성사)

  이광호씨의 작품은 그의 다섯 번째 평론집. 무엇보다 창작의도의 뚜렷함이 인상적이었다. 20세기에 성립된 근대문학 혹은 본격 문학이 21세기에 접어든 오늘에도 유효한가의 여부가 그것. 진보적 문학이라든가 자율성의 문학 리얼리즘 대 모더니즘 따위란 한갓 사소한 정치성이 아니었을까. 이런 의문제기로 일관되어 있어 그 패기가 돋보였다.

  최동호씨의 작품은 그의 여덟 번째 평론집. 씨의 일관된 주제인 동양사상 또는 전통사상을 현장 비평으로 실천해보인 작품이다. 근대문학을 모더니즘계의 지적 방법론의 실천으로 보고 그 일방적 비대화 및 한계를 엿본 결과 씨는 이에 맞서 전통적, 동양적 정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시적 균형감각을 취하고자 했다.

  김주연씨의 작품은 40년간 근대문학의 이론과 실천에 주력해 온 김주연씨의 현재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평론집.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탈근대화란, 기본적으로는 근대의 극복이 아닌 근대의 극단화라 할 수 없겠는가. 씨의 이 물음은 커다란 음미의 대상이라 할 것이다.

  김치수씨의 작품은 역시 40년의 경력을 가진 씨의 최근 5년간의 비평적 사색을 조급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펼친 평론집이다. 인문학의 기초에 놓인 것의 하나로 문학을 상정하고 이를 옹호하는 방도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제3차 회합(10월 27일)에서는 위의 작품들을 두고 투표에 들어갔다. 결과는 이광호씨의 작품이 탈락되고 나머지 작품들이 <2:2:1>로 결정 불가능한 형편이었다. 이번엔 3작품을 가운데 놓고 다시 토의를 거듭하여 다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이러했다. <3:2>. 『진흙천국의 시적 주술』이 3표를 얻었다.

  심사위원 : 김윤식 오생근 유종호 최원식 홍기삼

   번역부문

  언어권별로 돌아가며 번역상을 주기로 한 대산문학상의 새로운 심사 규정에 따라 올해 번역부문의 심사는 최근 4년 사이에 불어로 번역 출판된 작품 총 43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이 정한 심사기준은 원작의 문학적 가치, 번역의 질과 가독성, 현지 문학계의 평가 등을 주로 고려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준에 따라 1차 심사를 거쳐 본심에 올라온 번역서는 황석영의 Les terres étrangères『객지』, L'ombre des armes 『무기의 그늘』,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 오정희의 L'oiseau『새』, 김훈의 Le chant du sabre 『칼의 노래』, 퇴계 이황의 Etude de la sagesse en dix diagrammes 『성학십도』, 그리고 불교 고승들의 선시(禪詩)를 모은 Ivresse de brumes, griserie de nuages 『선시선』 등 모두 7권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문단의 대표적 작가들의 Le vieux jardin, L'oiseau 『오래된 정원』, Le chant du sabre 『칼의 노래』 같은 소설작품과 함께, 어려운 고전작품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자세한 해설과 주석을 곁들여 번역했다는 점에서 번역자의 성실성과 노력이 돋보인 Etude de la sagesse en dix diagrammes 『성학십도』가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원어민 심사위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에 본선에 오른 작품들 모두가 수상작으로 결정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번역의 수준이 높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최종적으로 Le vieux jardin과 Etude de la sagesse en dix diagrammes이 경합을 벌였는데, 두 작품은 성격이 서로 판이하여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황석영은 이미 불어권 독자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고 Le vieux jardin에 대해서는 「르 몽드」를 위시한 여러 신문과 잡지에 호의적인 서평이 실리는 등 현지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반면에 Etude de la sagesse en dix diagrammes은 난해한 사상서를 이만큼 체계적으로 성실하게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고, 현대문학의 번역에 치중된 현재의 우리 번역문학계의 풍토에서 고전문학의 번역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독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학술서적이라는 한계 때문에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고심 끝에 심사위원들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다는 대산문학상 번역부문의 취지에 보다 부합되는 작품이라는 판단에서 Le vieux jardin (정은진, 자크 바틸리요 역)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 곽광수 김화영 김희영 유석호 장-노엘 주테

  2. 수상자 약력

▲ 詩  부문 :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 1956년 3월 30일 충남 보은 출생

              - 서울대 국문과 졸업

              - 1987년 시집 <밤에 쓰는 편지>로 등단

              - 시집 『밤에 쓰는 편지』 등

              - 시인, 동덕여대 문창과 교수

▲ 小說부문 : 『그 여자의 자서전』 김인숙

              - 1963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상실의 계절> 당선

              - 소설집 『먼 길』『우연』『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꽃의 기억』등

              - 소설가

▲ 戱曲부문 : 「경숙이, 경숙 아버지」 박근형

              - 1963년 서울 출생

              - 1989년 <습관의 힘> 으로 데뷔

              - 희곡 「선착장에서」「쥐」「청춘예찬」「삼총사」「대대손손」 등

              - 극작가, 연극연출가

▲ 評論부문 :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최동호

              - 1948년 8월 26일 경기 수원 출생

              -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 1976년 시집 ꡔ황사바람ꡕ 간행,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 평론집 『시 읽기의 즐거움』『현대시사의 감각』『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 등

              - 평론가,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고려대 대학원장

▲ 飜譯부문(불어권)

            : 『Le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 황석영 作)』 정은진, 자크 바틸리요

   <정은진>  - 1969년 서울 출생

             - 서강대 불문과 및 파리10대학 대학원(불문학 석․박사),

                프랑스국립동양어문대학 대학원(한국학 박사) 졸업

             - 역서 『오래된 정원』(황석영 作), 『새』, 『불망비』(오정희 作),

                       『뱀장어 스튜』(권지예 作) 등

             - 번역가, 파리 7대학 한국학 강사

  <자크 바틸리요> - 1952년 프랑스 칼레 출생

                    - 파리정치학교(Institut d'etudes politiques de Paris) 졸업

                    - 역서 : 정은진과 공동작업

                  - 번역가, 출판컨설턴트

  3. 본심 대상작 및 최종 논의작

     < 시 > (본심 대상작)

작품

저자

출판사

밤 미시령

고형렬

창비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창비

냄비는 둥둥

김승희

창비

캣츠아이

노혜경

천년의시작

문인수

문학동네

상자들

이경림

랜덤하우스중앙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장석남

문학과지성사

토종닭 연구소

장경린

문학과지성사

님시집

하종오

애지

야생의 꽃

허만하

     < 소설 > (본심 대상작)

작품

저자

출판사

시계가 걸렸던 자리

구효서

창비

빛의 제국

김영하

문학동네

그 여자의 자서전

김인숙

창비

낙서문학사

김종광

문학과지성사

펭귄뉴스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강산무진

김훈

문학동네

소설법

박상륭

현대문학

배수아

문학동네

보이지 않는 손

복거일

문학과지성사

희고 둥근 달

정찬

현대문학

     < 희곡 > (최종 논의작)

작품

저자

출판사

경숙이, 경숙 아버지

박근형

-

여행

윤영선

-

     < 평론 > (최종 논의작)

작품

저자

출판사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최동호

문학동네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

김주연

문학과지성사

문학의 목소리

김치수

문학과지성사

     < 번역 > (최종 논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