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권위지, 한국적인 소설에 주목하다

송기원의 『Menschenduft 사람의 향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비중있게 다뤄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이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 되살려

- 작년 여름 독일에서 출간된 송기원의 소설집 『사람의 향기』 독역판이 한국소설로는 이례적으로 독일 최고의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람의 향기』는 작가 자신의 고단한 가족사와 고향 사람들에 관한 기억을 감칠맛 나는 필치로 그려내 2003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송기원의 대표작인데 한국적 색채가 짙은 우리 소설이 유럽 신문의 환대를 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흔히 세계 3대 신문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독일을 대표하는 일간지인데 이번 기사가 지난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독일에서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지난 12월 18일자 서평란에 실린 ‘운명의 흐름’이란 제목의 소개 기사는 『Menschenduft 사람의 향기』를 “죽음에 대한 그리움, 인간 삶의 허망함과 한국인의 전형적 정서 중 하나인 ‘한’을 테마로 삼고 있다”고 평한 뒤 “현재와 과거, 꿈과 현실을 오가는 노련하고 세밀한 글쓰기 기법으로 장님, 거지 또는 장타령꾼과 같은 가난하고 소외된 시골 사람들의 여정을 마치 밀랍인형 박물관을 관람하게 하듯 엮어내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다. 쇠락해가는 한국 농촌의 세밀화로서의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은 “시골 장터의 희비극적 분망함과 미신, 조상숭배, 샤머니즘 그리고 유교적 위계질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골의 뒤엉킨 인생살이를 철저히 그려냄으로서 경제성장을 통해 도시와 시골의 극단적인 변화의 낙차를 겪은 전통적 한국의 삶에 냉철한 작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평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데, 신문은 결론적으로 “송기원의 소설은 매우 개인적임과 동시에 한국인들간의 화해 시도이자 애증으로 가득한 과거와의 희망에 찬 필사적인 새로운 만남의 시도”라고 이 소설의 의의를 규정하고 있다.

- 이번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서평으로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때 잠시 반짝했다 이후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독일에서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서평이 게재된 시점과 맞물려 독일 최고의 명문출판사 중 하나인 데테파우(dtv)에서 황석영의 『Der Gast 손님』이 출간돼 이 두 소설이 독일 출판계에서 시너지 효과를 유발해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끝 -

* 다음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게재된 기사의 전문 번역입니다.

운명의 흐름

- 애증의 고향 한국: 송기원의 소설집

  1947년 출생의 작가 송기원은 2003년 한국에서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출판된 그의 소설집에서 죽음에 대한 그리움, 인간 삶의 허망함과 한국인의 전형적 정서 중 하나인 ‘한’을 테마로 삼고 있다. 그는 이 자전적 단편소설들 속에 50년대 전후시대의 빈곤, 산업화로 인한 시골탈피 및 1980년 ‘서울의 봄’ 등의 역사적 맥락을 불어넣고 있다.

  5일장을 떠도는 장돌뱅이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 대운(저자의 오래된 자아)은 출판사의 사진촬영 제의에 따라 그가 어릴 적 자란 고향을 방문하게 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허섭쓰레기 같은 삶 속에서 바둥거리는 허물 많은 군상들로 그려지고 있다. 송기원은 현재와 과거, 꿈과 현실을 오가는 노련하고 세밀한 글쓰기 기법으로 장님, 거지 또는 장타령꾼과 같은 가난하고 소외된 시골 사람들의 여정을 마치 밀랍인형 박물관을 관람하게 하듯 엮어내고 있다. 행복의 무상한 편린들은 작가가 젊은 날 겪었던 소용돌이치는 색채와 향기들 그리고 추억들로 가난의 처절함과 함께 한데 어우러지며 겹쳐진다. “당시 내가 치를 떨다시피 싫어했던 말들은 내일이니, 희망이니, 은총이니, 장미니, 영혼이니, 박하향기니, 5월의 아침이니 하는 따위들이었다.”

  송기원은 시골 장터의 희비극적 분망함과 미신, 조상숭배, 샤머니즘 그리고 유교적 위계질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골의 뒤엉킨 인생살이를 철저히 그려냄으로서 경제성장을 통해 도시와 시골의 극단적인 변화의 낙차를 겪은 전통적 한국의 삶에 냉철한 작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와중에 독재 및 혁명의 환멸을 겪은 한국의 고통스러웠던 20세기의 역사가 새로운 의미의 맥락으로 등장한다. 사회적 비극과 노동자 계층의 삶을 다룬 송기원의 이 작품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마음의 평화를 찾아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폭력적이면서 심적으로 갈팡질팡하는 의부, 아들이 1980년 대학생 데모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자 자살한 어머니 그리고 그런 후에야 화자가 알게 된 원칙에 충실했던 그녀의 강인함, 또는 독재 시절 미전향 장기수로 오랜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람들과의 만남.

  세탁소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다림질할 때 발생하는 연탄가스로 인해 중병에 든 ‘양순이 누님’과의 철학적 대화로 끝나는 송기원의 소설은 매우 개인적임과 동시에 한국인들간의 화해 시도이자 애증으로 가득한 과거와의 희망에 찬 필사적인 새로운 만남의 시도이다. 은유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대운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어떤 향기를 맡으며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저 멀리 양순이 누님의 아파트가, 창문마다 마치 고단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한 불빛들을 어둠 속에 쏟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 향기는 저 불빛들 중의 한곳에서 스며나오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저 불빛들 전체가 하나의 향기가 되어 나를 향해 스며나오는 것인지도.”

- 슈테펜 그남(Steffen Gnam)

* 본 기사는 2006년 12월 18일에 발행된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지면 36페이지

http://www.faz.net/s/Rub79A33397BE834406A5D2BFA87FD13913/Doc~EFDBC5A46E0BD43248B6860C23F92092B~ATpl~Ecommon~Scont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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