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다시 부는 이승우 바람

『식물들의 사생활』 프랑스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속에

출간 한달 만에 초판(2천5백부) 매진, 재판 발간

『생의 이면』 호평에 이어 프랑스에서 한국문단 대표작가로 자리매김

- 지난 8월 말 프랑스의 줄마(Zulma)에서 출간된 이승우의 장편소설 『La Vie Rêvée des Plantes 식물들의 사생활』이 프랑스 언론의 대대적인 찬사 속에 한국 소설로는 유례가 드물게 출간 한 달만에 초판 2천5백부가 매진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승우는 이미 지난 2000년 발간된 대산문학상 수상작 『L'Envers de la Vie 생의 이면』을 통해서 페미나상 외국소설 부문 최종후보작에까지 오르는 호평을 받은 바 있어 프랑스 문단에서 한국소설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있다.

- 프랑스 최대의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르 피가로 Le Figaro’는 지난 9월 14일자 문화면 머리기사에서 이승우가 “고대신화를 원용하여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한 아름답고 몽환적인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찬사를 보낸 뒤 “낭만적인 이미지가 비극과 허무에 대한 도전처럼 사용된다는 점”을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꼽았다. 소설을 “동양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비교하기도 한 이 신문은 “풍요롭고 막강한 이미지가 사랑의 신화적 차원을 잘 살려준 대단한 소설”이라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한편 프랑스 최대의 인터넷 문학사이트 리테레르닷컴(www.litteraire.com)에서는 책 출간 후 게재한 장문의 작가 인터뷰 및 비평기사에서 이 작품이 “소설이라는 잘 알려진 장르의 완성본을 보여준다”고 극찬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정보가 조절되어 소설에 등장한다”, “첫 장부터 뛰어난 감수성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거의 영화 장면을 환기시킨다”, “현재와 과거, 불가능한 사랑과 고통 …… 이 모든 것들이 놀라운 서술적 기술로 다루어진다”, “어떤 묘사는 잠자리의 날개짓에 비유될 말한 투명한 가벼움과 섬세함이 느껴진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작가의 엄청난 문장제어력으로 진행된다”고 상찬했다. 아울러 유력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Nouvel Observateur)에서는 “이 소설은 히스테리마저도 포함된 훌륭한 소설이다”라고, 가제트 노르-파 드 칼레(Gazette Nord-Pas de Calais)는 “분노와 치유의 욕구 사이를 오가는 소설의 부드러운 마술적이며 폭력적인 기법의 힘이 놀랍다”고 각각 평했다. 이외에도 르 몽드(Le Monde)와 리브르 엡도(Livres Hebdo)에도 소설의 출간을 알리는 기사가 실렸다.

- 이와 같은 언론의 찬사는 서점의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프랑스 최대의 서점체인망인 프낙(FNAC)의 “가장 주목받는 신간 외국소설 10권”에 선정되고 프낙에 버금가는 대형서점 버진(Virgine)의 “가을 신간 권장도서목록 30권(프랑스․외국소설 망라)”에 선정되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버진 서점에서 발간하는 전문비평지 리르(Lire)에서는 “겉보기에는 단순해보이는 이야기 속에는 따뜻함과 냉정함, 감성과 놀라움이 대가의 문체로 묘사됨을 본다”고 소설을 평했는데 이같은 서점들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소설은 프랑스에서 발간된 한국소설로는 유례가 드물게 출간 한달 만에 초판 2천5백부가 매진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재단의 2001년 한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번역되었는데 재단은 책 출간을 앞둔 지난 6월 중순 작가 이승우와 번역가 최미경의 작품낭독회 및 언론사 인터뷰 등을 파리에서 줄마출판사와 함께 개최한 바 있다.

- 첫 번역소설 『생의 이면』에 이어 이승우에 쏟아지는 이같은 고평은 작가 특유의 지적이고 관념적인 소설세계와 함께 작품이 담보하고 있는 보편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작가 이승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탄탄한 문학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관념성을 앞세운 진지한 주제의식 때문에 대중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작가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관념소설의 역사가 두터운 프랑스에서는 이같은 진지한 주제의식이 오히려 인기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해외에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은 대부분 한국 고유의 정서와 역사에 천착하는 작품들을 쓰고 있는데 이승우는 이와 다르게 서구인들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호감을 끄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우 소설의 바탕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이와 같은 보편성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번역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7편의 한국소설을 번역 출간한 바 있고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등 다수의 번역상을 수상한 바 있는 베테랑 번역팀 최미경․장-노엘 주테(Jean-Noël Juttet)의 유려한 번역솜씨가 작품의 감칠맛을 전달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이 같은 기여는 작품에 쏟아진 찬사의 상당부분이 묘사와 이미지의 뛰어남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