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Kurve und Gerade 직선과 곡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독일에서 주목받다

독일 권위지들, 한국소설의 새로운 자화상에 대해 비중있게 다뤄

- 올 봄 독일의 명문출판사 발슈타인(Wallstein)에서 출간된 이윤기 소설집 『직선과 곡선』 독역판이 독일어권의 최고 권위지들로부터 이례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직선과 곡선』에 대해 호의적인 서평을 실은 신문들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쥐드도이체 차이퉁 Sueddeutsche Zeitung>,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Neue Zuericher Zeitung> 등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세계 3대 일간지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이고 쥐드도이체 차이퉁과 스위스에서 발간되는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역시 독일어권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명문지들이어서 이번 소설집에 쏠린 독일 문학계의 관심을 짐작케 하고 있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곡선을 간과하다”라는 제목의 지난 6월 16일자 문화면 톱기사에서 “상징으로 가득한 이윤기의 소설은 국외자의 입장에서 세계를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평하고 따라서 “작가의 관심은 역사의 진보나 정치적인 갈등보다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사건들에 있다”고 작품집의 성격을 규정했다. 신문은 그에 대한 증거로 “빼어난 커트 백 기법으로 동물세계와 군사조직 사이의 유사성을 추적”한 「오리와 인간」, “희비극적 효과”를 가지는 혹독한 ‘자기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나비넥타이」, “빠져나갈 길 없이 사랑과 욕망에 갇힌 한 남자의 상황을 기술한 메타포적인 이야기”인 「누군가 보고 있다」 등의 단편을 예로 들었다. 결론적으로 “이윤기의 소설들은 존재의 환영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자화상”인데 이는 표제작 「직선과 곡선」의 1인칭 화자가 던진 화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리가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가? 혹시 곡선의 한 부분을 우리가, 자네 말마따나 대롱 시각으로 보고는 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 한편 독일의 진보적 시각을 대표하는 유력지 쥐드도이체 차이퉁은 6월 2일자에서 이윤기의 소설들이 갖는 공통점을 “지속적인 변화와 죽음”으로 요약하는데 그의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과 조우”하지만 “삶의 유한함에 대한 비애가 작품 전체를 짓누르지 않는”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문은 이윤기 소설의 두 가지 특징을 “전통의 와해와 서구적 라이프 스타일로의 융화라는 한국인의 삶의 변화를 지진계로 감지하듯 사소한 움직임까지 잡아낸다는 점”과 “삶의 폭력성을 가시화한다는 점”으로 요약했다.

- 스위스의 독일어권 최고 권위지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역시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비슷하게 이윤기 소설들의 특징이 여타 한국 소설들과는 달리 “지난 세기의 분단 한국의 불운한 역사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규범을 거부하고 독자들에게 일탈의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의 얘기를 들려준다고 분석한다. 신문은 특히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주목하는데 이 소설이 “C.G.융과 에리히 노이만, 조르주 바타이유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사실은 “복잡한 심리분석을 시도하는 현학적인 작품이 아니”라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 평하며 “은근한 암시성과 더불어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탁월한 단편”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 독일어권에서의 한국문학 소개는 지난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이후 상당히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작년 초 독일 최고의 명문 데테파우(dtv)에서 황석영의 『Der Gast 손님』이 출간돼 여러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데 이어 펜드라곤(Pendragon)에서 출간된 송기원의 『Menschenduft 사람의 향기』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집중조명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직선과 곡선』의 경우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주로 다뤘던 그간의 소설들과는 달리 독일 독자들에게 한국 소설의 새로운 측면을 소개시켜 줄 수 있어 그 의의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책을 출간한 발슈타인은 최근 페터 한트케, 귄터 쿠네르트 등의 소설을 출간하며 문학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출판사여서 책의 파급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산문화재단은 발슈타인 출판사와 함께 오는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기간에 『직선과 곡선』의 독일 순회 낭독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