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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시 : 김광규(시인), 황인숙(시인), 박형준(시인) 소설 : 구효서(소설가), 이혜경(소설가), 성석제(소설가)
희곡 : 채승훈(연출가, 수원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박근형(극작가)
시나리오 : 심 산(시나리오 작가), 김희재(시나리오 작가, 추계예대 영상문화학부 교수)
평론 : 최원식(평론가, 인하대 교수) 아동문학 : 송재찬(동화작가, 신묵초등학교 교사), 김경연(아동문학가) 심사평 시 응모자 : 총 470명 대학생들의 시에 기대하는 것은 기성의 시에서 맛보기 힘든 활력과 경탄할 만한 신선미로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삼투하는 시적 감수성과 완성도이다. 이번에 투고된 응모작들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최근 시단의 흐름을 반영하는 환상과 내면 의식이 교직된 시에서부터 인생의 낙오자에게 연민을 느낀다든가, 사회적인 사건에 공명한다든가 하는 등의 서정과 현실인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의 위기가 갈수록 확산되는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우리 시의 전위에 해당되는 대학생들은 여전히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패기에 찬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것은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강해지는 시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2006년 제5회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문 응모자는 모두 470명이었다. 심사는 젊은 대학생들이 벌이는 시의 축제임을 고려해 패기와 독창성을 최우선으로 두었으나, 그것 또한 시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었을 때에만 시적 울림을 획득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심사는 2차에 걸쳐 이뤄졌다. 세 사람의 심사위원이 응모작을 삼등분해 1차 심사를 본 뒤 각각 결심에서 논의할 10명 내외의 후보자를 선정했다. 2차 심사에서 24명의 후보자는 8명으로 압축되었고, 최종적으로 4명의 후보자가 당선을 가시권에 놓고 각자의 솜씨를 뽐냈다. 이들은 저마다 쓰레기통 속에서 주워낸 넝마조각으로도 자기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듯 직관에서 샘솟는 상상력의 향연을 보여주었다. 「게발」외 4편의 시는 우리들의 삶에서 지속하고 확산하는 이미지를 풀어내는 솜씨가 장점이다. 손가락이 잘려나간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묘사와 진술을 적절히 배치하여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등 현실과 결합된 상상력이 사줄만하다. 하지만 여타의 투고작에서는 현실인식이 깊이를 획득하지 못하고 말놀이나 상투성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때로는 서정의 외피(外皮)에 슬며시 몸을 맡기곤 한다. 「푸른 뼈」외 4편의 시는 꾸미지 않은 진솔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육성은 심해에서 울려 퍼지는 고래의 울음을 연상시킨다. 자신이 겪고 있는 육체의 장애를 정신의 단단한 ‘푸른 뼈’로 발라내는 통증의 미학은 여타의 재기발랄한 대학생들의 시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감동을 안겨준다. 그러나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언어의 밀도가 부족하고 자신의 감정이 정련되지 못한 채 드러나는 아쉬움이 있다. 「말벌 집」외 4편의 시는 끝까지 당선작과 경합을 벌인 작품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응모자의 시는 나이 들면 없어지기 쉬운 대학생만의 찬란한 감수성의 영역에 자리잡고 있다. 짧은 시행으로 자연과 사물, 그리고 그것을 언어 감각으로 채집하는 흡인력은 매우 빼어나다. 하지만 지나치게 섬세한 언어의 부력(浮力)에 메시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 적지 않은 흠결이다. 좋은 시적 자질을 잘 살려 앞으로 수공예적인 언어미학에서 벗어나 한달음에 시적 주제의식을 압축해내는 ‘감각의 깊이’를 획득하리라 믿는다. 「꽃 피는 철공소」외 3편의 시는 젊은 시들이 노출하기 쉬운 소재 편향성이나 단순한 유희, 말장난에서 벗어난 균질감을 보여준다. 메시지와 그것을 표현한 언어, 이야기와 전개 등 시의 다양한 요소들이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젊은 시인은 일상과 자기 주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설득력 있게 상상력을 전개한다. 특히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노동의 힘센 아름다움을 표현한「꽃피는 철공소」는 여러 모로 이 젊은 시인의 시적 자질이 드러나 있다. 이 시는 봄날의 철공소 풍경을 리듬감 있게 그리고 있는데, 망치질과 용접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노동의 무늬를 복합적인 이미지로 전해준다. 다만 나머지 응모작에서 산문화로 인한 설명적인 대목이 다소간 눈에 띄었으나, 전반적으로 시적 수준이 고른 점이 선자들을 안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번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리듬은 단순한 운율이나 설명적인 이미지를 탈피한 구체적인 내용물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여 대성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본심에서 논의된 「폐지 줍는 여자」, 「맨발」, 「거미」, 「달은 단번에 돌아눕는 법을 모른다」 등을 응모한 후보자들의 작품도 쉽사리 손을 놓을 수 없었음을 부기해둔다. 소설 응모자 : 309명 올해 대산대학문학상에 응모된 작품들에는 유난히 외국어 제목이 많았다. 한자어, 영어를 발음대로 한글로 옮겨놓은 것이 그 예이다. 거기에다 일본 만화의 인물들이나 할 법한 말투에 세부가공이 부족한 문장이 자주 보이는 것이 소설을 별다른 생각이나 퇴고의 과정 없이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나마 그런 그릇에 소설로 담을 수 있는 만한 구체적인 내용은 많지 않았고 예상된 결말, 단순한 구성이 소설을 끝까지 따라 읽게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학문학상이라고 해서 소재가 제한된 것은 아니지만 청년 실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소설로 옮겨놓은 것이 적지 않았다. 아픔과 고민, 좌절은 느껴지는데 소설로 형상화 되는 데는 이르지 못해서 아쉬움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예심을 통해 걸러진 작품은 여덟 편이었다. [연화대무], [춘몽선생매몽기], [색], [소프트 머신], [버드 맨], [안녕, 명왕성], [수잔네에게 보내는 편지], [로맨스 빠빠] 가운데 최종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뒤의 두 작품이다. [수잔네에게 보내는 편지]는 뼈대가 잘 잡혀 있고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알고 있는 사람이 공들여 쓴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문장은 차분하고 내성적이며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이 안정적이다. 수잔네, 순희 같은 이름과 혼혈이라는 존재론적 정황의 조응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도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마른 몸처럼 뼈가 드러나 있고 살은 거의 없어서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른 이유가 체질적인 것이든, 거식증이나 절식의 결과이든 간에 살이 더 붙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로맨스 빠빠]는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다. 농촌마을에서 사람 사는 풍경을 능란한 사투리를 담아 시원시원하게 풀어낸 것이 요즘 보기 드문 것이고 그러면서도 입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빠나 아빠를 바라보는 여동생, 딸의 일정한 관점이 살아 있는 것이 호감을 준다. 무엇보다 앉아서 마우스와 자판으로만 쓰느라 빈혈증상에 시달리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소설의 현장’을 찾아 나선 태도, 그리고 제대로 캐낸 원광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다듬어냈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소설의 힘, 소설의 젊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어서 당선작으로 뽑는 데 별다른 주저가 없었다. 이처럼 긍정적인 자세와 좋은 흐름을 잃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작품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희곡 응모자 : 65명 총 60여 편의 지원작들 중에 우리는 일단 6편의 작품을 추려보았다. ‘매트릭스 리플레이’, ‘무인도 이야기’, ‘내 동생의 머리는 누가 깎았나’, ‘아름다운 집’, ‘트럭’, ‘그녀의 손가락’ 등의 작품들이 그것이었다. 6편의 작품들이 모두 뛰어난 창작능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결정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숙고 끝에 그 중에서도 ‘내 동생의 머리는 누가 깎았나’ 와 ‘아름다운 집’을 다시금 최종후보작으로 선정하였다. ‘매트릭스 리플레이’는 작가가 연극을 잘 알고 있는 듯 느껴졌으며 읽는 희곡이 아닌 공연을 전제로 하는 희곡으로서의 연극적 장치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기존 작품의 얼개를 이용하였는데 그것을 해체하고 자신의 것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데에는 약간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무인도이야기’는 역시 특이한 발상으로 접근하여 읽는 이의 흥미감을 불러 일으켰으나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여 차기작을 기대하기로 하였다. ‘트럭’은 일단 뛰어난 문장력을 보여주었고 2인극의 어려움을 잘 극복한 수작이었으나 기성작가들이 이미 보여준 바 있는 그러한 경향들과 차별화되는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고 본다. ‘그녀의 손가락’ 또한 연극의 묘를 잘 살린 작품이라고 본다. 마치 아라발의 작품을 읽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역시 좀 더 자기화를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최종 후보로 남게 된 두 작품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와 ‘아름다운 집’은 분위기가 묘하게도 비슷한 작품이다. 또한 뛰어난 문장구사력, 시종일관 놓치지 않는 연극적 긴장감, 그리고 그러한 긴장감이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자극에 의해서가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도록 하는 범상치 않은 능력 등도 비슷하다. 또한 전체적인 분위기나 극적구성에 있어서도 기성연극작가나 여러 연극경향들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자 노력한 과정이 느껴진다. 수작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숙고 끝에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가 좀 더 과거의 밀도를 심도 있게 표현하였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행간에 누적된 과거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비극적 시선이 잘 어우러져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자연스럽게 전해주었다. 대학생으로서 세상을 대하는 시각이 이 정도에 이르니 대견하다. 많은 작품이 거론되지 못함으로 해서 낙담할 것을 생각하니 심사한 사람으로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읽어 본 거의 모든 작품들이 나름대로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음은 분명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좀 더 참신하고 개성 있는 창작을 위한 갈고 닦음과 세상을 깊이 보는 훈련만 좀 더 한다면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반전부분에 들인 공력이다. 마치 공모전에는 이렇게 해야 되는 것처럼 좀 더 인상적이며, 특별한, 충격적인 반전들을 앞 다투어 설정하고 표현하였다. 그 장면만을 도려내서 본다면 무척 흥미로우며 연극적인 맛이 난다. 그러나 그러한 장면설정은 그 시점까지의 구축과정과 잘 어울렸을 때 감동이 온다. 반전 장면은 좋은데 구축되어온 과정이 약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고 그 장면은 여운을 주지 못한다. 마지막 부분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전체의 성패를 가름할 수도 있음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시나리오 응모자 : 45명 2006년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 부문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응모 자격을 장편 시나리오로 한정한 것이다. 단편 시나리오를 폄하하거나 상업적 논리에 근거한 선택이 아니라 100신 안팎의 장편 시나리오를 쓰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지구력을 정당하게 보아줄 잣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기존의 작가들도 한 편의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45편의 응모작 편수는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원고지 500장 정도의 장편 호흡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방향을 잃지 않고,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각 인물에게 생명을 부여하여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까지는 산문을 쓰는 자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창작은 그에 하나를 더해야만 하는데 바로 ‘영상적 글쓰기’이다. 영상 언어란 매우 까다롭고도 구조적인 도구여서 문자 언어가 갖는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 훌륭한 조력자가 되기도 하는 반면 때로 영상 언어의 창작에 방해되는 문자 언어를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위협자가 되기도 한다. 45편 대부분의 응모자들은 문자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 있어 기본적인 소양과 훈련이 잘 된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영상적 언어를 다뤄냄에 있어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이 발견되어 훌륭한 주제 의식과 소재를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으로 발전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학생들의 다음 도전을 위해 또 한 가지의 심사 소견을 이야기 하자면 대사 표현력에 대한 훈련의 중요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나 한두 살이 지나면서부터 ‘말’을 하고, 깨어있는 많은 시간 동안 ‘말’을 도구로 하여 목적을 이루는 생활을 하고 있기에 인물에게 말을 하게 만드는 ‘대사’를 쓰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관과 자라온 환경, 교육 수준, 나이, 성별이 모두 다른 각 등장인물들에게 그에 걸맞은 ‘말’을 물려주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튀어나오거나 문어체적인 문장이 말처럼 포장되어 대사인 양 따옴표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저런 점에 근거하여 최종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만든 작품은 [우리 햄], [망향의 섬 1609], [상처에 바르는 사랑] 세 작품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치유돼야할 상흔을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지나치게 주제 의식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톤을 유지한 [우리 햄]은 상당한 수작이지만 시선의 방향이 있을 뿐, 그 방향을 지지하는 의식이 성숙되지 않았기에 당선작에서 제외되었다. [망향의 섬 1609]는 학생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문장력과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한 지점으로 모아가는 구성력이 탁월했으나 묵직한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힘이 부족한 점과 영상 언어보다는 문자 언어에 집착된 점이 시나리오 부문의 당선작이 될 수 없는 이유였다. 당선작인 [상처에 바르는 사랑]은 얼핏 보면 지나치게 가벼운 톤으로, 대중적인 호기심에 부합한 아이콘을 활용한 작품으로 보이지만 ‘가족’과 ‘사랑’이라는 고전적인, 그래서 몹시 다루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름대로의 진지한 고민 속에 풀어낸 것이 높이 평가되었다. 특히 대학생만이 써낼 수 있는 감각적인 대사와 관습적 표현을 슬쩍 비켜가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세련된 화법은 심사위원들을 감탄하게 만든 장점이었다. 당선자가 폭넓은 소재를 찾아 꾸준한 자기 개발을 해나간다면 또 한 명의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당선작 한 편만을 가려내야 하는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 부문의 규정이 잠시 원망스러웠을 정도로 최종 심사 대상 세 편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만큼 여기서 머무르거나 좌절하지 말고 꾸준한 집필을 당부하고 싶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목마르게 기다리는 것이 시나리오 작가라는 것을 집필의 에너지로 삼아서. 평론 응모자 : 13명 흉작 속의 수작 올해 평론부문은 응모작이 총 13편으로 예년에 비해 빈약했다. 그 바람에 심사도 혼자 감당한데다, 양적인 빈곤에 대응하는 것인지 전반적인 수준도 높은 편이 아니어서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평범한 작품론과 작가론은 차치하고, 나름의 문제의식을 세워 입론을 전개하는 평론가적 안목이 번뜩이는 글들의 경우, 문장력의 불안과 논리적 일관성의 부실로 중동무이하기 일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가운데 강동호의 「문학에 대한-타자를 향한 변론: 박민규론」을 만난 것은 적지 않은 기쁨이다. 더러 비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장력이 대체로 건실하고 논리적 구성력도 비교적 탄탄한 점이 미덥다. 그런데 무엇보다 논지를 세우는 방식이 문학평론의 정석에 대한 이해의 폭을 짐작케 한다. 물론 가라타니 고진의 한국당대문학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말머리를 풀어나가는 것은 진부하지만 그 뇌사선언에 박민규의 작업들을 마주 세워 검증하려는 태도는 신인답게 도전적이다. 더욱이 박민규를 기존 문학에 대한 전복적 성격에만 맞추어 자칫 고급오락으로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농후한 자질을 오히려 높이 평가하는 평단의 일반적 흐름에 거슬러 그 곳에서 “모더니즘적 현실의 모순을 전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읽어내는 안목은 독창적이다. 박민규의 낯선 실험에 수동적으로 감응하여 그저 찬양하기 급급하기보다는 그 심층에 깔린 “대안적 상상력의 징후들”을 발견하고 그를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 분석력이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터다. 특히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최신작 『핑퐁』에서 “주체와 타자 사이의 소통”의 가능성, 즉 새로운 윤리에 대한 욕구를 짚는 것은 흥미로운 독법이 아닐 수 없다. 비판 없는 해설 또는 신판 인상비평이 비평을 대체하는 경향이 만연한 세태에서 오랜만에 보는 드문 재목이다. 모쪼록 정진하여 우리 평단의 새로운 들보로 성장하기 바란다. 축하한다. 동화 응모자 : 51명 진부한 틀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 대산대학문학상이 5회에 이르면서 동화 부문이 신설되었다. 첫 해여서인지 응모편수는 많지 않았다. 다른 문학상에서 볼 수 있는 동화에 대한 관심이나 열기에 미치지 못한 것은 대산대학문학상에 동화부문이 처음이기 때문에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거라고 여겨진다. ‘대학생들이 쓴 동화’라는 점에서 남다른 참신성을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기존 동화의 진부한 틀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을 빚는 기본기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고 소재들도 다양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동문학으로서 동화란 무엇인가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응모작 대부분이 아이들의 생활주변을 가볍게 그린 소품들이 많았고 판타지 기법 동화에선 터무니없거나 안일한 환상장치로 어설픈 작품이 된 경우가 많았다. 단 한편의 작품만으로 당선을 가리는 신춘문예의 폐단을 보완하여 두 편씩 응모하도록 했는데 두 편 다 고른 수준을 유지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이런 저런 고심 끝에 두 심사위원이 전체 작품에서 골라내어 본심의 대상 작품으로 논의한 작품은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던 날>, <11월 4일>, <구진이의 보물찾기>, <비밀상자>, <콩나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설거지를 잘하는 것도 힘> 이렇게 모두 여섯 편이었다. 부모의 이혼을 다룬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던 날>은 요즘 이슈가 되는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고 있을뿐더러 다중 화자를 시도한 실험적인 시도가 눈길을 끌었으나 정리되지 않은 채 어수선한 작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또한 유치원생 화자로 인한 제한성과 해결의 현실성도 숙고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11월 4일>은 쥐를 등장시킨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결말의 상투적인 처리는 많이 아쉬웠다. "아빠와 나는 웃고 말았어요. 달님도 입을 벌리고 웃고 있네요."와 같은 마지막 문장은 많은 응모작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쓰여지고 있었다. 한국의 창작동화는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구진이의 보물찾기>는 판타지 동화의 문법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현실감이 뒷받침되지 못한 사건 전개로 덜 익은 작품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비밀상자>와 <콩나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설거지 잘하는 것도 힘> 이었다. <비밀상자>는 1인칭 화자의 입으로 이야기되고 있음에도 심리적인 갈등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안정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고 문장도 비교적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은 안일한 기존 동화의 답습을 그대로 보여주어 다음 작품의 역량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에 비하면 농촌 마을에 들어선 골프장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들을 다룬 <콩나물꽃이 활짝 피었습니다>와 고시촌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어른들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설거지...>는 같은 응모자의 작품으로 두 편 다 고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이 만만치 않고 소재를 다루는 솜씨도 돋보였다. 그러나 <콩나물꽃...>은 완성도가 조금 떨어졌고, <설거지...>는 '최고의 요리사'라는 꿈이 진부하고 자칫 소재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첫 당선작의 전범적인 작품으로 내놓기에는 아무래도 망설여졌다. 아울러 전체적인 작품을 짜는 판도 중요하지만 맞춤법과 문장 수련 등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기 연마에도 좀 더 힘을 쏟아야 하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점이 이 응모자에도 해당되었다. 참신성과 완성도라는 심사 기준을 두고 오랜 논의 끝에 다음 회를 기대하며 당선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응모자들의 분발을 바란다.
심사위원 시 : 이진명(시인), 김사인(시인, 동덕여대 교수), 이문재(시인) 소설 : 구효서(소설가), 은희경(소설가), 공선옥(소설가) 희곡 : 이윤택(극작가,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정숙(극작가,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 시나리오 : 김홍준(영화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심 산(시나리오 작가) 평론 : 최원식(평론가, 인하대 교수), 우찬제(평론가, 서강대 교수) 심사평 시 응모자 : 총 449명 심사위원들이 처음 모인 것은 지난 11월23일. 응모 마감일인 11월10일로부터 1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학상을 주관하는 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심사위원은 응모가 끝난 다음에 선정했다고 한다. 심사위원이 미리 알려질 경우 발생할지 모를 ‘잡음’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처였다. 1차 모임에서 심사위원들은 모두 4백49명이 보내온 응모작을 삼등분해 각자 5편 내외를 뽑은 다음, 다시 모여 최종 심사를 갖기로 했다. 심사위원들에게 나누어진 응모작에는 성명이나 학교 등 응모자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가 없었다. 대신 각각의 응모작에는 (반문학적이지만) 접수번호가 붙어 있었다. 이 또한 심사의 엄정성을 위한 장치였다. 심사위원들은 12월7일 오후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다들 그만그만 하네요”라던 심사위원들의 인사말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너 편 정도 추려오면 다행일 것이라던 추측은 빗나갔다. 심사위원들은 7편에서 많게는 10편씩 들고 왔다. 응모작의 수준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뽑아온 작품들을 돌려 읽고 난 뒤, 각자 4 편씩을 골라 토의하기로 했다. 그 결과 「사춘기」(정민아, 동덕여대)가 세 심사위원들로부터 추천되었고, 이어 「청춘」(이지우, 성균관대),「곱사등이」(김혜영, 안동대)가 두 심사위원으로부터 추천되었다. 이때부터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당선자를 한 명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둘로 할 것인가. 최종심에서 거론된 작품들의 완성도가 높았던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진지한 토론 끝에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의 신인(정민아, 이지우)을 내놓기로 했다. 당선자를 결정하고 난 뒤에야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한 사람은 문창과 4학년 여대생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법과대 3학년 남학생이었다. 정민아의 「사춘기」외 2편은 최근 씌어지고 있는 젊은 시의 흐름으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나 시니컬하지 않다는 미덕을 갖추고 있었다. ‘몸의 시학’을 감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이미지로 변주하고 있어서 신인으로서 기대를 걸기에 충분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족 해체 문제를 식탁 의자의 관점에서 비틀고 있는「4인용 식탁」에서 신인다운 역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지우의「청춘」외 2편은「사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원숙할 뿐만 아니라, 혁명, 종교, 믿음, 사상, 도덕과 같은, 요즘 시에서는 거의 사어 취급을 받는 관념어를 느긋하게 장악하고 있어서 오히려 참신해 보였다. 시가 ‘바깥의 사유’라면, 두 당선자들의 시는 충분히 바깥에 있다. 정민아는 다시 태어나는 몸과 의자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이지우는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그대’라고 지칭하며 예의주시한다. 이 패기 넘치는 바깥의 사유가 한국시의 ‘젊은 피’가 되는 것은 물론,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한국사회의 안쪽에 개입하고 간섭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지면 사정 때문에, 결심에서 논의된「곱사등이」외 3편과 「프라모텔」외 2편(지경화, 동국대), 「나목」외 4편(김목우, 서울예대),「장마」외 4편(권진구, 서울예대), 「벽」외 3편(김동수, 연세대), 「선산부 김씨」외 2편(신혜진, 서울예대) 등을 비롯해 보내온 응모작들을 자세히 언급하지 못해 안타깝다. 조만간 이들의 이름을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를 통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사위원들의 예감을 밝히는 것으로 이들에 대한 심사평을 대신한다. 시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떤 시인이 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등단 자체를 목적으로 했다간, 등단 이후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 등단보다 등단 이후가 문제다. 두 당선자는 물론, 아깝게 낙선한 응모자들도 부디 멀리 내다보시기 바란다. 소설 응모자 : 332명 이른바 리얼리티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판타지, 우화, 패러디가 새로운 리얼리티다. 등단한 젊은 작가들에게서 실험적으로 보여지던 그것이 대학생들의 작품에서는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리얼리티, 즉 현실성이란 것도 결국 실재와 본질과는 상관없는, 조작되거나 학습된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현실인식 혹은 세계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이 따로 있어 그것을 재현해 내는 것이 리얼리티가 아니라, 창조해 내는 세계가 곧 현실이며 그 새로운 현실을 지탱하는 것이 리얼리티라는 관점이다. 독특하고 과감한 설정, 기존의 독법을 무시하겠다는 듯한 당찬 자신감 등에서 그 점을 엿볼 수 있다. 소설 혹은 서사의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작금, 패기와 수준을 동시에 갖춘 대학생들의 작품을 읽는 일은 한국 소설문학의 새로운 물결과 도저한 흐름을 확인하는 기쁜 경험이었다. 끝까지 선정 테이블에 남아 있던 작품은 모두 10편이었다. 「틈입자」(채윤원,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사유의 깊이와 삶을 통찰하는 시선이 성숙했으나 선정위원의 해석이 각각이었던 만큼 작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마트 표류기」(권은정, 동아대)는 폐쇄된 대형 할인마트에 갇힌 화자를 통해 삶의 조건들을 점검하는 설정이 돋보였으나 지나치게 알레고리 기법에 의존한 나머지 주제의 진척이 지연된 점이 유감이었다. 「매와 귀신고기」(정누리, 동덕여대)는 이야기 진행솜씨가 날렵하고 능숙했으나 ‘오빠’가 희생된 타당한 근거와 ‘엄마’의 캐릭터와 언행 동기들이 설명되지 않은 점, 그리고 주제 해석의 우연성에 기대려는 점이 아쉬웠다. 「밤의 원숭이 습격」(송재영, 동덕여대)은 이름과 기억, 존재감과 정체성마저도 기호에 불과하다는 묵직한 주제를 소화하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을 원숭이의 기이한 출몰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는 구성상의 흠결 때문에 점수를 조금 잃었다. 「구하구하 in restaurant」(김솔지, 한양대)는 숙련된 글쓰기가 돋보이는 안정되고 모범적인 작품이었다. 강요되는 익명 보다 스스로 요구하는 익명에서, 혹은 정체성 찾기 보다 정체성 배제 의지에서 현실 삶의 이면을 꿰뚫는 문제의식은 참신했으나, 안정되고 모범적인 작품이 범하기 쉬운 도식성과 작위성에서 시원하게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다. 「나를 위해 웃다」(정한아, 건국대)는 수정란인 화자로 하여금 ‘엄마’의 불우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상징적 성장과정을 응시하게 하면서 대학생의 의식치고는 만만치 않은 삶의 긍정을 소화해 낸 점이 많은 점수를 받았다. 화자가 수정란이라는 점, 그리고 ‘엄마’의 줄기찬 키 자라기라는 설정이 자칫 흡사한 기존 작품을 떠올리게 하여 망설임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작품 자체의 흠은 아니며, 다른 작품과의 변별성도 확실히 담보되어 결코 작품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결국 심사위원 전원이 당선작으로 밀게 했다.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들의 수준 차이는 아주 작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큰 차이가 될 수도 있는 게 문학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정에서 아깝게 유보된 학생이든 당선된 학생이든 모두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 책을 탐하다」, 「100만원 사용법」, 「이발소는 쉬지 않는다」, 「부레 옥잠」을 쓴 학생들도. 희곡 응모자 : 67명 올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심사를 맡은 두 현역 극작가는 내심 놀라고 반갑고 당혹스러웠다. 이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리라는 예감, 새로운 희곡쓰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로 설레었다. 무엇보다 21세기 ‘문학의 죽음’이라는 시대에 희곡문학이 새로운 글쓰기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양날의 검」 (김지훈, 고려대)은 대학생 작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숙한 구성미와 문체, 그리고 신화와 현실의 관계맺기가 두드러졌다. 최인훈 이후 한국적 심성과 정서가 완벽할 정도로 잘 결합된 수작이다. 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천한다. 부디 당대의 극작가로 대성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양날의 검」이 없었다면 「어랏, 내 구두!」(남궁소담, 서울산업대)가 당선작이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갖춘 풍자극작가로서 이근삼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수작이었다. 계속 정진을 기대한다. 「도로에서」, (염승숙, 동국대) 「그냥 그렇게, 그리고 또」(정명훈, 동국대)는 오늘의 젊은 극작가들이 지니는 능력과 약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세상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춘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심사는 즐거웠다. 시나리오 응모자 : 64명 양적 질적 발전 확인했고 군계일학의 당선작 반가워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서는 여러 모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우선 응모작의 편수에 있어서, 여타 부문에서는 보합세 혹은 감소세를 보인 반면. 유독 시나리오부문만은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급증세를 보여 이른바 ‘영상문학’이 대세를 형성하여 가고 있는 작금의 시대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응모작들의 평균수준이 지난해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아진 까닭에 심사위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여기에 밝혀둔다. 영리를 추구하는 영화제작사 혹은 투자사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는 이른바 ‘상업성’ 혹은 ‘제작가능성’이라는 것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공익문화사업을 추구하는 대산문화재단에서 전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마저 그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나리오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다. 그것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대본’인 이상 ‘제작가능성’이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덧붙여 혹은 그 이상으로 ‘작품성’ 혹은 ‘완성도’라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무릇 대학문화란 현실(이 경우에는 기성영화계)에 안주하고 순응하기보다는 그것을 깨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패기와 참신함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총 64편에 달하는 이번 응모작들 중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예선을 통과한 작품은 11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선통과작들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를 벌였는데 최후의 순간까지 읽고 또 읽은 작품은 모두 3편이다.「오렌지, 딸기를 만나다」(박영주, 중앙대)는 제도교육 내에서 소외되고 있는 고등학생들끼리의 은밀한 교감을 애틋한 영상에 담아낸 소품이다. 오렌지가 되고 싶은 남고생과 딸기가 되고 싶은 여고생의 풋풋하고 서글픈 사랑이야기가 잔잔한 파문을 자아낸다. 다만 이 영상적인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결 짓는 데에서는 미흡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햄」(윤지영, 동국대)은 해방공간의 좌우대립을 한 형제의 이야기로 풀어낸 수작이다. 캐릭터를 묘사하고 대사를 구사하는 능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다만 미세담론에서는 그토록 감칠맛을 자아내던 작가의 역량이 거대담론과 마주쳐서는 제 빛을 다 발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지독한 초록」(이한나, 단국대)은 군계일학의 작품이었다. 얼핏 평화로와 보이나 실상은 무척이나 폐쇄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기도 한 외딴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놓고 세 가지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집필한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만장일치의 동의를 얻어내기에 충분했다. 비주얼한 지문, 절제된 대사,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응시, 울림이 있는 주제의식 등이 ‘참신한 대학생 시나리오작가’의 출현을 예고한다. 심사위원들은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서 훌륭한 당선작을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당선자인 이한나의 건필과 발전을 기원한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 대산대학문학상 시나리오부문에 출품했던 모든 대학생 예비시나리오작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평론 응모자 : 16명 젊은 패기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감각을 접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아직 미숙하되 이미 성숙한 관습적 문학 의식이나 형식을 적극적으로 전복하려는 젊은 도전이야말로 새로운 문학의 장을 여는 창조적 기운이겠기 때문이다. 제4회 대산대학생문학상 평론 부문의 응모작은 모두 16편이었다. 결코 많은 편수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문학세대들에 의한 새로운 문학의 구상을 위한 전복적 도전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하면서 정독한 다음 일차로 다섯 편을 골라 이차 독회에 들어갔다. 「뜨락에 놓인 신발론―문태준론」(유행두, 창신대), 「모순의 역설, 혹은 희망의 변증법―양귀자의 ꡔ모순ꡕ 읽기」(김태인, 서강대), 「소통양식의 시적 재구성과 그 분열―황지우론」(고태경, 숭실대), 「돈키호테-햄릿-둘씨네아-오필리어- 되기―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김대산, 연세대)와 「비디오 파놉티콘의 죄수―백민석론」(임태훈, 성균관대)이 그것들이다. 「뜨락에 놓인 신발론―문태준론」은 최근 문단 안팎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문태준의 시를 신발의 비유론으로 풀어본 글이다. 신발의 종류에 따라 문태준 시의 상상력을 분류한 발상은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분류 기준에 따라 대상 시편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없지 않았고, 자기가 내세운 비평적 감각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시 인용 방법도 서툴고, 글의 구성적 긴밀성도 떨어진다. 「모순의 역설, 혹은 희망의 변증법―양귀자의 모순 읽기」는 양귀자의 모순 을 고전인 흥부전과 연계하여 통합적이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평론이다. 차분하게 분석한 글이어서 안정감을 주지만, 비평적 문제의식이 다소 취약한 게 흠이었다. 이에 반해 「소통양식의 시적 재구성과 그 분열―황지우론」은 매우 도전적인 글이다. 젊은 패기와 비평적 도전정신이 어지간하다. 황지우의 시적 징후를 나름대로 들추어내면서 비판적 담론을 이끌어냈지만, 비판적 추론 과정이 거칠고 후반으로 갈수록 글의 긴밀성이 떨어져 아쉬웠다. 「돈키호테-햄릿-둘씨네아-오필리어- 되기―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는 응모작 중에서 완성도가 가장 높은 평론이다. 난해한 텍스트를 심도 있게 분석했고 특징적으로 의미화했다. 문장도 정확할 뿐만 아니라 세련미까지 갖추었다. 좋은 비평가로서의 자질이 엿보이는 글이다. 그러나 해당 텍스트를 지금, 여기서 왜 그렇게 읽어야 하는지, 비평적 논점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비디오 파놉티콘의 죄수―백민석론」은 거칠지만 패기 넘치는 글이다. 백민석 소설을 통시적으로 읽으면서, 영상시대에 소설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영상 미디어의 파놉티콘에 갇히지 않으려 애쓴 백민석의 상상적 전략을 분석하고 그 한계를 따진다. 이미 기존 평단에서도 지적된 바가 없지 않으나, 젊은 감각으로 자기 시대의 문화 지형을 나름대로 해부하려 한 비평적 문제의식은 상찬될 만하다. 반면 문장이나 단락 구성이 거칠고 불필요한 각주가 많다는 점, 논리적 비약이 눈에 띤다는 점 등 약점도 많았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뒤의 두 편을 놓고 고심했다. 진지한 논의 끝에 심도 있고 세련된 완성미보다는, 시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탈주적 비평 감각의 미완성미를 실험적으로 격려하자는 데 합의했다. 당선의 영예를 안은 「비디오 파놉티콘의 죄수―백민석론」의 저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며 정진을 기대한다. 명예롭게 낙선한 「돈키호테-햄릿-둘씨네아-오필리어- 되기―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의 저자를 비롯한 다른 응모자들도 머잖아 은혜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심 사 위 원 ▲ 시 : 천양희(시인) 정호승(시인) 최승호(시인)▲ 소설 : 오정희(소설가) 최인석(소설가) 성석제(소설가) ▲ 희곡/ 시나리오 : 이윤택(극작가,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홍준(영화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정숙(극작가,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 ▲ 평론 : 최원식(평론가, 인하대 교수) 정과리(평론가, 연세대 교수) 심 사 평 시부문
시인이란 누구보다도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빛을 지닌
자다. 좋은 시인이란 그 눈빛이 형형하게 살아 있는 자이며, 그 눈빛으로 읽어낸 삶의 고통스러운 본질적 과정을 섬세하게 밝혀내는
자이다. 대학생으로 응모 자격이 제한된 대산대학문학상은 그 형형한 ‘눈빛’을 지닌 자를 찾는 일이며, 대학생이라면 이미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이 이루는 삶의 기쁨과 눈물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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