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경희

런던, 낡음을 견디는 외로움의 제국

나는 김혜순으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김혜순으로 살다가 다시 김혜순이 아닌 곳으로 가게 되지요!

특집을 기획하며 ①특별한 계기에 쓴 시 ②극지에서 고독에 떨며 피흘리며 쓴 「사람의 가을」과 「응」 ③운명적인 만남 ④저주받은 걸작은 끝내 쓰지 못한 걸작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나의 플래시 속으로 걸어온 시인*

오직 드높고 푸른 자유 그것이면 된다

쇳물의 뜨거움이 담긴 「야학일기」 연작 7편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사당학파 사람들

종일 본가 (終日本家)하지 않기 위해서

가을 정원, 색(色)과 향(香)의 향연

우리가 아는 ‘그 가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①어제 죽었다면,토지 탁구 ②배틀그라운드

①슬픈 얼굴의 기사 ②불타는 수용소

황금을 훔치는 거인

소설에서의 양자역학, 평행우주, 자유의지의 문제에 대하여

①이웃 나라 ②걸으면 걸을수록 ③뮌스터 가는 기차

이번 생은 망했지만 뭐 어때

①새로운 개성과 공감의 가능성을 열다 ②제27회 대산문학상 시·소설 부문 본심 대상작 선정

독일 사람은 모르는 ‘삼계탕’과 ‘식혜’ 그리고 수많은 ‘무명氏들’

출발어 중심의 번역과 도착어 중심의 번역 사이에서

대산창작기금,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2019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지원대상작 선정 등

오늘의 화제작

이번 생은 망했지만 뭐 어때

『90년생이 온다』

글 유수연 ㅣ 시인, 출판사 공전 대표, 비주얼문예지 『모티프』 발행인, 1994년생

이 책을 90년대 생인 내가 말하고 있다는 게 퍽 이상하 다. 오늘의 화제작으로 선정된 이 책을 어떻게 추천해볼까. 무슨 말을 해볼까. 생각하며 천천히 책을 한 장씩 읽다 보 니 내 얘기 같기도, 내 후배 얘기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말하는가 싶기도 했다. 어느 순간 읽기 가 지겹고 답답해 덮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즈음, 요즘 90 년대 생들은 책 읽기를 어려워한다는 챕터가 나왔다.
들켰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느낀 내 감정은 들킴이었을 것이다. 나 는 나로서 온전히, 내 개성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삶의 이면을 일순간 들켜버린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 았다. 어떤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동질을 넘어 어떤 동행의 기분이 들어서인 듯하다. 내 옆에 나도 모르게 누군가 함께 걷고 있었다, 나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러나 “우리는 ‘함께’라서 행복하다”
와 같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지점들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90년대 생이 그렇게 특별 한가요? 이 책은 90년대 생의 특징과 또, 그들이 왜 이렇게 공무원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나아 가, 그 문제의 답은 그저 안정의 추구가 아닌, 사회의 문제 자체이며, 그들도 그들 나름의 길을 골똘히 생각하는 세대라는 점을. 그리고 그들 생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자기만의 ‘가치’와 ‘행복’이 있음을 말한다.
저자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창조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있고 열린 자 세로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때에만 젊은 세대에 대한 편향된 평가와 논의들이 사라질’ 것이라 고 말한다. 또한, ‘젊은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현실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세대론은 세대 간의 포용력 있는 공감대를 만드는 데 쓰여야’ 한 다고 말한다.
공감이다. 바로, 이 책은 ‘버릇없는 젊은 놈’에 공감하라 말하고 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미국 이주민을 예로 들며 곧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배워야만 하는 상 황이 도래한다고 했다. 나아가 저자는 미드의 말을 인용하며 ‘살아본 적 없는 미래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시간 속의 이주민’과 같다고 말한다. 경험은 이제 전달이 아닌 적응의 영역이 되었 으며, 어른이 겪는 일은 비단 어른만이 아닌 젊은 세대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나아가 현재의 시대를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농경시대와 같이 경험이 재산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고 ‘과거의 경험이 이제 판단의 기초 혹은 가르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어른의 용도는 지식 전달과 가르 침의 선생이 아닌 지혜의 껍데기에 불가하게 된다.
90년대 생들도 끝없이 늙음을 검열하고자 한다. 새로 나온 신조어를 단체 채팅방에서 돌려보 면서, 요즘 트렌드인 맛집을 찾아가면서, 요즘 유행하는 색깔과 옷을 구매하면서. 자신들이 바 라보며 자랐던 ‘껍데기’ 어른, 즉 꼰대를 방지함과 동시에 현재(젊음)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또 책을 출판하는 독립출판인으로서 활동하며 입에 달고 다니 는 말이 있다. ‘멋진 과거가 되자’라는 것이다. 사실 책이 팔리지도 않는 세상에서, 나조차도 책 을 잘 접하지도, 또 책을 읽는 습관도 없는 내가 출판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현재에. 과연 책으 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냐 말이다. 옛 몇 명의 작가가,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으쌰으쌰 키워온 대형출판사의 역사를, 나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뭐 어때. 나는 나 자신의 멋진 과 거를, 과거라는 이름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을 뿐인 것을.

김 씨(1991년생)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어봤다. 동일한 질문을 사원들에게 자주 건네는 편인 강 씨(1973년생)는 “몇 년 뒤에 직무를 바꾸고 싶어요”라거나 “영업 전문가가 되어 10년 후에 해외 주 재원으로 근무하고 싶어요”와 같은 대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김 씨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베스 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 『90년생이 온다』 중

회사 안에서의 꿈이 없습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개처럼 벌어 정승같이 쓰다니요. 개처럼 번 돈으로 내 강아지 정승처럼 호강시키겠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망했어요. 이미 망했는데 더 망하라니요. 아프니까 청춘이라면 병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은 부장님과 대리님의 ‘이해의 교본’보다는, 여러분, 너, 그래, 오늘도 직장과 학교, 그 어 딘가에서 돌아와 넷플릭스를 켜고 맥주 한 캔 마시며 어차피 내일도 망했는걸, 뭐 어째, 말하고 있을 수많은 ‘나’들에게 추천한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냐, 여기 모두 망한 90년대 애들이 함 께 걷고 있다. 말하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맥주 캔을 딸 90년대 생들이여,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습니다. 각자의 행복으로, 여기 90년생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