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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초대석_ “소설 쓰는 게 갈수록 재미있어 죽겠습니다!”

글 | 함정임_소설가,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64년생
소설 『버스, 지나가다』 『곡두』 『내 남자의 책』 등

김성종_소설가, 추리문학관 관장. 1941년생

소설 『최후의 증인』 『여명의 눈동자』 『제5열』 『안개의 사나이』 『후쿠오카 살인』 등
일시 ㅣ 2012년 10월 25일 오전 11시 ~ 오후 2시 30분

- 한국 추리문학계의 거목 김성종 선생을 만나다



 

 
 
 
 
 
 
 
 
 
 
 
 
 
 
 
 
 
 
 
일시 ㅣ 2012년 10월 25일 오전 11시 ~ 오후 2시 30분
장소 ㅣ 부산 해운대 중동 추리문학관 & 달맞이프렌치식당 메르시엘 & 추리문학관 지하소극장

 
 

부산 해운대 중동 달맞이 언덕의 추리문학관 4층,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작가의 전용 서재에서 추리소설가 김성종 선생을 만났다. 반갑게 맞이하는 선생의 책상에는 오전 내내 수집한 기사 자료들이 수북했다.

함정임 •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참 좋습니다. 달맞이언덕에 가을이 한창 깊어갑니다.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명소인 추리문학관에서 《대산문화》 초대석 대담을 진행하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올해로 추리문학관 개관 20주년이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추리소설을 중심으로 인간과 세계 전반에 걸쳐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최근 선생님의 일상적인 근황부터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 달맞이언덕 인문학축제가 있었는데요. 선생님께서 열정적으로 준비하시고 총 지휘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축제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나요?
 

김성종 • 올해로 14년 되었어요. 처음엔 철학축제로 시작했다가 몇 년 전부터 인문학축제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제 솔직한 심정과 바람은 ‘달맞이언덕문학축제’인데, 운영위원회 투표 결과 아쉽게 한 표 차로 인문학축제로 결정이 되었지요(웃음). 이 축제는 20년 전 제가 추리문학관을 지으면서 구상했고, 몇 년 뒤 해운대 포럼과 함께 시작을 했습니다. 철학, 인문학, 미학, 음악, 연극 등이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의 언덕을 꿈꾸었지요.
 

함정임 • 바다와 언덕의 아름다운 조화로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오는 곳인데요, 올해 날씨도 참 좋았고 그 어느 해보다 사흘간의 축제가 성황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성종 • 지금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진행되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축제를 20일 씩 했었어요. 

 
함정임 • 그러고 보면, 달맞이언덕 인문학축제가 시작될 무렵에 부산국제영화제도 출범했겠군요. 이제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아시아 영상문화중심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해운대는 맨해튼의 마천루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기는 한데요, 당시 이곳의 문화적 경제적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개인들의 순수한 의지로 20일씩이나 축제가 가능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김성종 • 해운대의 외형은 어마어마하게 커졌지만 순수한 열정과 의욕으로 보면 그때가 지금보다 오히려 더 뜨거웠죠. 달맞이언덕에 갤러리, 카페, 외식집 등 문화적인 상권이 형성되면서 후원이 좋았는데, IMF 이후 급격히 감소했지요. 대신 몇 년 전 부산문화재단이 설립되었고, 구청의 인식이 높아져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함정임 •부산의 문화, 예술 분야에서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선생님은 원래 부산과 전혀 연고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성종 • 1980년 처음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만주 제남에서 태어나 전남 구례에서 성장했어요. 구례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 대학을 다녔고, 소설을 쓰며 직장생활을 했지요. 신문연재를 많이 하던 1980년대 초, <부산일보>에서 연재 의뢰가 들어왔어요. 연재 중 몇 번 부산 바람을 쐰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광안리 바닷가 남천동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여기에 와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바로 서울에서 운영하던 출판사를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내려왔지요.
 


함정임 • 부산 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선생께서는 추리문학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한국 최초의 추리문학관을 건립하셨고, 한국추리소설가협회를 이끌면서 신인과 중견 작가들과 정기적으로 소설집을 출간,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한국추리문학계의 특별한 위상이나 추리소설가들이 보이지 않고, 김성종을 뛰어넘을 만한 신인 또는 중견 작가군(群)이 여전히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성종 •  지금까지 내가 쓴 장편추리소설은 총 40여 편 권수로는 100권에 이릅니다. 저는 40년 가까이 추리소설 창작에 전념해왔습니다. 그런 까닭에 젊은 추리작가가 나온다고 해도 저의 작품량을 뛰어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역량 있는 젊은 추리작가가 배출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추리소설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보니 문학적인 재능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소설가 지망생들이 모두 순수 쪽으로 몰려가는 현상에 기인합니다. 
 

함정임 • 그렇다면 한국 추리소설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 아울러 최근 한국 소설가들이 추리적인 기법을 차용해서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추리소설과 순수소설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성종 • 한국 추리소설은 크게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출판사들이 추리소설을 출판하고 싶어 하지만 좋은 작품이 없다보니 일본이나 서구 쪽 추리소설들을 다투어 출판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에는 때를 기다리면서 추리소설 창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에 멀잖아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추리소설 열풍은 매일매일 피부로 느낄 정도이기 때문에 그것을 외면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순수소설 작가들이 추리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것도 추리문학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지예의 『4월의 물고기』, 하성란의 『A』 같은 작품들은 눈여겨볼만한 추리소설이라고 봅니다. 김영하의 경우 가장 가깝게 추리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라고 보고 있지요. 특히 그의 『빛의 제국』은 일종의 간첩(스파이) 이야기인데, 외국에 그와 비슷한 소설로 『앉아서 기다리는 스파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김영하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데다가 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내 문학계에는 추리나 SF, 판타지 같은 것을 장르 문학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장르라는 용어 자체가 갖는 폄하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추리문학의 대해가 활짝 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아집니다.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007시리즈,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가 영국문학의 순수성을 훼손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작품들이 영국문학을 풍성하게 했다고 볼 때 우리도 순수라는 이름의 허울 좋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솔직하게 문학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자유롭게 공존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는 개방된 문학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봅니다.
 
 


함정임 • 선생님 소설의 출발점으로 대화를 나누어보도록 하지요. 선생님의 이력을 보면 전라남도 구례농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셨는데, 소설가가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성종 • 가난에 대해 피맺힌 한이 있어요. 1·4후퇴때 어머니와 피붙이 막내동생을 잃었지요. 야산에 동생을 묻고 돌무덤을 만들어주고 내려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삶이란 것에 비의를 느끼고 문학적 각성을 한 것은 아마 그때인 것 같아요.  

 
함정임 • 아, 몇 년 전 제가 추리문학관에서 ‘작가들의 편지낭독회’를 주관할 때, 선생님께서 책상에 앉아 막 편지를 써오셔서 문청들에게 들려주신 내용이 생각나네요. <어머님께 보내는 편지>였던가요? 선생님께서 끝에 울음을 토하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우셨고, 또 어머니께 처음으로 편지를 쓰셨다고 고백하셨지요. 그런데 농고에서 정외과로 가셨어요. 정외과는 보통 세상을 바꾸어보려는 정치의 꿈을 가지고 가지 않나요? 작가의 길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김성종• 아니, 소설가가 되기 위해 정외과로 간 겁니다. 문학을 하려고 했으나 아버님이 반대하셨어요. 당연하죠.
 

함정임 • 농고에 다니시면서 선생님을 소설의 세계로 눈을 뜨게 한 모델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김성종 • 그땐 그림을 그렸어요. 선생님이 스케치를 내라고 해서 내니까 눈에 띄었나봅니다. 그림을 곧잘 그렸어요.
 

함정임 • 그림과 문학, 그것도 소설 사이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김성종 • 앙드레 말로에 깊이 감동했어요. 『희망』이라든지 『인간의 조건』 등 말로가 쓴 소설과 같은 행동 소설을 쓰고 싶었지요. 사회의 불의와 인간의 실존적 부조리 앞에 행동하는 소설가. 그런 소설을 쓰려면 정외과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연세대 정외과 63학번인데, 졸업 논문이 「6·25 이후 한국현대소설의 정치성」이에요.
 

함정임 • 논제가 정외과가 아니라 국문과에 적합한데요. 그런데 문학과 정치, 곧 앙가주망 문학을 지향하셨고, 순수문학인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활동하시다가 추리소설로 방향을 바꾼 계기는 무엇인지요?

김성종 • 신춘문예 데뷔하고 소설을 발표했지요. 1971년 《현대문학》에 추천도 받구요. 그런데 청탁이 미미했어요. 마침 한국일보에서 장편공모를 하더라구요. 1974년 『최후의 증인』을 써서 투고했고, 당선이 되었어요. 
 

함정임 •『최후의 증인』은 선생님의 추리소설 이력에 중요한 작품인데요. 한국일보에서 추리소설을 공모한 것은 아니었겠지요?
 
김성종 • 그렇죠. 장편을 투고한 것이죠. 다만 추리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본 거죠. 이 작품이 당선된 이듬해 『여명의 눈동자』를 6년 동안 연재를 하게 되었지요. 이 연재 중에 다른 연재도 겹치기로 했고. 정신없이 썼지요.
 

함정임 • 선생님의 창작력을 고취시키는 매체와 형태는 신문과 연재였네요. 『제5열』, 『백색인간』 등 문제작들이 모두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사랑받아왔죠. 2000년대 들어서는 9·11 사건을 다룬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를 장기 연재 끝에 출간하셨지요. 쉬지 않고 추리소설을 써오셨는데, 독자들의 기억에는 『여명의 눈동자』가 가장 크게 각인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니거든요.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와 해방정국, 그리고 한국전쟁까지의 통한의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대하소설입니다.
오늘날 인터넷 매체 환경까지 아울러 작가들이 소설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다양해졌습니다. 반면, 지난 시대처럼 힘 있고 장중한 서사문학은 만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께서 집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작품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성종 • 한국전쟁을 제대로 소설로 쓰고 싶습니다. 끝나지 않는 소설, 몇 권인지 셀 수 없이 계속되는 소설, 그런 전쟁 소설을 쓰고 싶어요. 한국전쟁 문학은 홍성원의 『남과 북』, 최인훈의 『광장』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정도 외에는 단편 몇 편 정도로 그야말로 빈약하기 짝이 없어요. 한국전쟁 당시 젊은 나이로 전쟁을 겪었던 김동리나 황순원, 장용학 같은 기라성 같은 원로 작가들이 왜 전쟁소설을 쓰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그 엄청난 세계사적인 비극을 작가들이 외면했다는 것은 직무 유기로밖에 볼 수 없어요. 『서부전선 이상없다』, 『개선문』, 『나자와 사자』, 『젊은 사자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전쟁과 평화』 등 세계문학에서 전쟁문학을 빼면 허전함을 느낄 정도로 외국 작가들은 참전문학의 걸작들을 많이 쏟아냈는데, 한국 작가들은 부끄러울 정도로 작품이 없어요. 일제시대의 종군위안부 문제만 해도 그래요.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 아직도 없어요. 우리 작가들의 역사의식이 투철하지 못하든가, 아니면 역량이 부족하든가 그런 생각까지 들어요. 나는 오랜 기간 6·25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왔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전력을 기울여 전쟁소설을 쓰는 게 소원이에요. 필력이 좋은 다른 작가들도 그쪽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함정임 • 최근 청소년추리소설을 집필하셔서 곧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어떤 작품인가요.

김성종 • 첫 도전으로 『늑대소년 다루』를 끝냈고,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서울과 뉴욕을 무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뉴욕으로 도피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추리소설 『뉴욕 마담』(가제)도 교정 중입니다. 
 

함정임• 무엇보다 청소년추리소설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김성종 • 늑대울음 소리를 잘 내서 늑대라는 별명을 얻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인데, 시간이 흘러 늑대 같은 야성을 갖추게 되며 범죄를 해결해 나가게 됩니다.
 

함정임 • 일본과 뉴욕, 중국 등의 공간적인 영역은 물론 청소년 독자층까지 선생님의 소설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합니다. 유럽과 일본은 추리소설 독자층이 두텁기로 유명하지요. 현재 한국을 거쳐 중국에서도 추리소설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선생님 작품의 해외 번역과 소통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성종 • 중국과 일본, 그리고 태국에서 10여 편의 작품이 정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많이 출판되었죠. 국제적으로 출판권이 보장되기 전부터 해적판으로 나돌았기 때문에 도대체 몇 권이 출판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출판권이 보장된 후에는 계약을 통해 출판할 수 있게 되었지만, 초판을 찍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대체 몇 부를 찍었는지 몇 판을 출간했는지 종무소식입니다. 계약을 하고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관행이 중국 쪽에는 있는 것 같습니다. 『최후의 증인』은 일본에서도 번역이 되었고, 조만간 프랑스에서도 나올 예정인데, 일본판 『최후의 증인』은 기대만큼 많이 판매된 것 같지는 않아요.

 
함정임 • 이제 화제를 조금 바꿔서 추리문학관과 문학관 운영에 대한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한국 최초로 문학관을 건립하셔서 20년 째 운영 중이십니다. 매해 외국으로 문학관 답사를 다녀오시고, 경험도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문학과 문화 전반에 걸쳐 일고 있는 문학관 열기와 관련하여 정부나 기관,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김성종 • 문학공간은 무엇보다도 소박하면서도 그 내용이 알차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20년 전에는 문학관이 하나도 없었는데 1992년 3월에 추리문학관이 처음으로 설립된 이후 국내에는 50여개의 문학관이 20년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문학관이 많이 생겨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행정을 맡게 되면서부터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욕심으로 자기 고장 출신의 작가들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다투어 상품화시켜 문학관을 자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랏돈으로 많은 예산을 끌어다 경쟁적으로 서로 더 큰 규모로 짓다보니 건물은 어마어마한데 내용은 텅 빈 속빈 강정 같은 문학관들이 생겨났습니다. 더구나 시나 군 등 관에서 운영하다보니 주인 없는 문학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인 없는 문학관을 그 누가 정성들여 가꾸겠습니까. 부실하고 내용 없는 문학관들을 보면서 뭔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순천만에 있는 김승옥문학관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고 가봤습니다. 그곳은 향토색 짙은 초가집에다 규모도 작아 겉보기에는 그럴듯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니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한데다 유치하고 졸렬해서 작가에 대한 모독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바야흐로 문학관 공해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둘러 문학관을 지어서도 안 되고, 관이 아닌 유족이나 동호인들이 힘겹게 그리고 소박하고 내실 있게 지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있는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문학관은 독자들 15,000명이 4억엔(약 60억 원)을 모아 지은 것으로, 작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80세가 넘은 작가의 남편이 매일 출근해서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아오모리에 있는 다자이 오사무 문학관은 그가 살던 대저택을 문학관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삿포로에 있는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은 어느 제지회사에서 지어줬습니다. 오사카에 있는 『언덕 위의 구름』의 작가 시바 료타로 문학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로 건축상까지 받은 작품인데 작으면서도 지하 2층에서 1층 천정까지 치솟아있는 장서가 압권이었습니다. 거기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경비와 관리를 맡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일본의 문학관들은 규모가 작고 아담한데다 허술한 구석 하나 없이 내용이 꽉 찬 느낌입니다.
문학관이 생겨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관에서 무턱대고 예산을 많이 확보해놓고 거기에 맞춰 건물을 지을 게 아니라 먼저 대상 작가에 대해 과연 문학관을 지어 기릴만한 인물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나랏돈으로 문학관을 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함정임 •  동감입니다. 저 역시 솔출판사 편집자 시절 토지문학관 건립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유럽의 문학관 및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조사를 하고, 또 매년 해외에 나가 다양한 창작공간을 답사하면서 느낀 소감이 학생들과 국내 문학기행을 통해서 맞닥뜨리는 우리의 문학관에 대한 소감과 상당한 편차가 있습니다. 심지어 어느 곳은 선생님 말씀대로 명칭을 부여한 작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로 본질에서 벗어난 경우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께서 애장가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시면서 작가의 책과 소품들을 수집하고 생명체처럼 손수 일일이 가꾸시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행복감을 넘어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합니다. 추리소설가시지만 부산소설가협회에서 큰 어른으로 소통을 도모하며 작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시고, 겨울마다 추리여행을 이끌고 계시지요.

김성종 • 매년 1월 눈 많이 내리는 일본으로 추리여행을 떠납니다. 가끔 유럽 전역을 돌기도 하구요.

 
함정임 • 영화광이신데다가 여행가로도 정평이 나 있으신데요. 늘 떠나실 계획을 세우거나 떠나 있으신 것 같아요.

김성종• 그렇다고 다양한 곳을 가본 것은 아닙니다. 주로 일본 쪽이었지요. 지난 1월에도 일행과 홋카이도 쪽으로 갔다 왔는데 눈 내리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시 혼자 떠나 일주일 동안 돌아다니다 왔습니다(웃음).

함정임• 혼자 뭐하고 보내셨나요.

김성종• 쇄빙선도 타고 여기저기 목적 없이 떠돌아다녔지요.

 
함정임 • 새 작품 구상 중이거나, 집필 중인 작품이 잘 안 풀릴 때 소설가들은 그렇게 하잖아요. 돌아오셔서 새 소설을 시작하신 것은 아닌지요.

김성종 • 소설 쓰는 게 갈수록 재미있어 죽겠습니다! (웃음. 책상 위 기사 자료들을 가리키며)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렇게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도처에서 나타나니 말이지(웃음).
함정임 쪾 정말 못 말리는 문학청년이시네요(웃음).
 

선생은 갑자기 생각나신 듯 서재에서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지하소극장으로 나를 이끌었다. 얼마 전에 선생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무대가 그대로 장치되어 있었다. 무대를 배경으로 앉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함정임 • 추리문학관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느끼게 되는 건 선생님의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사랑인데요. 선생님께 소설은, 또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엇일까요.

김성종 • 소설은…… 나에게 심심풀이에요. 그 말은 내 삶의 모든 것을 의미해요. 내가 하는 모든 것은 곧 소설을 향하고, 소설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나에게는 흥미의 대상이에요. 그 속으로 들어가면 나는 현기증을 느끼고 나 자신이 돌아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를 닮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기념비적인 작가가 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싶죠. 나는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사건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소설의 제재로 삼고 싶어요.

 
함정임 • 선생님께서 구상하시는 6·25를 소재로 한 소설에서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어두운 내면의 광기를 기대해도 될까요? (웃음) 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니 장시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유쾌하고 유익했습니다. 선생님의 신작 소설을 기대하며 오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선생님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