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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3.12.19|조회 : 7248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 시 부문 

 「자유형」 외 4편_김수진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 3년

· 소설 부문 

「봄에 나는 것들」_강수빈 / 동국대학교 문예창작 4년

· 희곡 부문 

「질주」_김수려 /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 4년

· 평론 부문 

「시간의 틈을 넘는 목소리들 - 진은영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읽기
_이원기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 4년

· 동화 부문 

「벨루가와 여름방학」 외 1편_노경희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 2년


심사평

 

· 시 부문 

 스물두 번째 대산대학문학상 심사에서는 늘어난 응모작의 수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세련된 작품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긴 한 문장이 한 연을 이루면서 긴 호흡으로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하나의 경향을 이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체를 강하게 응축하는 구심점 없이 분행과 분연이 자유로운 이런 작품들은 무엇보다 사이의 발화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보이는 표현의 분방함과 자재로운 리듬, 자기 성찰의 밀도는 좋지만, 그것들이 얼마간 나, 너의 언저리를 넘지 않는 과몰입의 감정에 묶여 있었다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장형화를 보이는 시들과 동떨어진 짧은 호흡의 시들도 다수 있었는데, 최근의 시적 경향에 빚지지 않은 이들 자생적인 시들이 오히려 올드한 감성과 틀에 박힌 상상의 언어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우리의 시가 놓여 있는 지금을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여기의 시는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서 이 응모작들을 읽어 나가는 것도 충분히 유의미할 것이다. 안팎의 우려대로 시를 읽는 사람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는데, 사는 일은 더욱 더 곤핍해져가는 이중고 속에서 시는 자기 고통을 직시하고, 고통의 끈으로 연결된 세계를 투시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세계를 횡단하는 상상력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투철한 인식과 활달한 언어를 가진 응모작은 많은 원고들 사이에서 뚜렷하고 스스로 돌올하였다.

1차로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총 아홉 묶음의 원고였고 그중에 최종적으로 당선을 다투었던 응모작은 자유형4, 신의 건망증4, 전차와 소음4, 그리고 얼굴이 내릴 때4편이었다. 네 분의 응모자는 모두 각자의 미덕과 장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중의 어느 한 편만을 당선작으로 내세운다면 손색이 없어 보였다. 다만 당선자는 등단의 예우를 받는 대산대학문학상이라는 점에서 한 편의 뛰어남이나 표현의 방법이 얼마나 개성적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응모작들의 고른 수준이 세계를 보는 안목의 깊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심사위원들은 생각을 모았다.

 「얼굴이 내릴 때외의 경우, 앞의 두 편의 시가 독창적이었다. 얼굴이 내릴 때는 비가 내리면서 만들어지는 순차적인 지각과 정서적 반향을 간결하지만 리드미컬한 언어로 중첩시키는 섬세함과 유연함이 돋보였다. 다락에는 마침내 도달해도 영원이 유예되고 지연되는 기묘한 다락이라는 공간의 설정이 매혹적이다. 그러나 앞의 두 편에 비해 뒤의 비교적 단형의 시들은 그 성취가 밋밋했다.

전차와 소음외의 응모자는 오랜 시간 서사를 연마한 흔적이 문장에 드러난다. 고양이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간결하게 처리하는 전차와 소음의 앞부분은 시적 서사의 응축미가 압도한다. 죽음을 수용하는 노파의 내적 발화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시는 고양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무심한 공포가/세계를 지나고 있다고 하여 고양이를 시간성이나 역사성 자체로 알레고리화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서도 예측을 거부하는 서사 위에 구축된 시적 사건들이 눈에 띈다. 다만 길어질수록 구심점이 흩어지면서 주제가 방기되는 약점을 보완하면 좋겠다.

 「신의 건망증은 오늘날 전지구적 재앙과 그로 인한 인간적 비참을 신의 불찰, 혹은 신의 건망증으로 희화한 시이다. 자기 전에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을 잊는 것만으로 세계에는 홍수가 나고, 보일러를 켜둔 채 외출하여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 재앙과 함께 넘쳐나는 혐오와 폭력은 급기야 자신()의 이름을 빌미로 자행된다. 이 작품에 의하면 신의 건망증은 피로와 염증 때문이다. 인간적인 신의 모습을 그리는 태도에서 유머와 비관이 기묘하게 섞이는 매력이 있다. 다만 이 양가성이 블랙유머의 비판적인 부분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함께 응모한 침묵의 세계도 침묵을 식물의 대화법으로 은유하고 있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역시 응모작들 중에는 앞의 작품들과 다른 밋밋한 작품과 장황한 작품이 있어 그 편차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자유형외의 응모작이 보이는 독보적인 장점은 넉넉한 미적 거리이다. 사물과 세계가 결코 한 가지 진실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는 듯이 이 시편들은 시종일관 아이러니컬한 거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포착된 이미지를 변주하면서 밀고 가 새로운 인식에 가 닿으려고 하는 사고의 개진이 힘 있다. 이 개진의 힘은 자기와 타자를 향한 인식의 깊이와 개방성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자유형에서 물 밖에서 숨을 쉴 수 없어/물 안으로 들어간여자는 운동 속에서 죽을 것 같다가도 금방 살 것 같아지는 호흡을 되찾고, 자신의 기원을 향해 자맥질해 간다. 소녀를 위로해 줘의 소녀는 숨막히는, ‘거꾸로 희미한 세상이지만 기도를 할 수 있고 스데롯 시네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극장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스데롯 언덕을 가져와 붕장어를 손질하는 진주 상회의 생선 도마 위로 변주한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섭식과 생업 안에 깃든 부성애로 조심스럽게 감쌀 줄 안다. 이미지의 변주는 능란하고, 상상은 삶에 투철하며, 재현된 경험은 핍진하다. 신인으로서의 가능성과 충실성이 두루 충분했다. 스물두 번째의 당선작으로 자유형외의 응모작을 선정한다. 당선자의 활달한 응전력을 기대하면서 심사위원들 모두 축하와 함께 우정어린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문태준, 이기성, 이현승

· 소설 부문

 올해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응모자는 총 463명으로, 지난해 355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양적으로 풍부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탄탄한 응모작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심사자들은 기쁘면서도 곤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본심 후보작 9편 중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보여준 작품 4편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그중에서도 이 보여준 개성적인 목소리와 문체의 아름다움은 단연 눈에 띄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찰나의 장면과 순간에 온 감각을 열어놓고 집중해 얻은 환상의 이미지와 문장들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데만 그쳐 타자와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해석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외출은 지박령이라는 비인간 화자의 시점에서 퀴어 커플의 일상을 바라보는 설정을 취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미덕은 소재적인 면보다는 약소하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귀신의 마음이 지닌 따뜻함에 있다고 느껴졌다. 다만, 중간중간에 흔들렸던 시점 적용과 다소 도식적이고 뻔한 결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홍수 따라잡기는 주인공이 옥탑방에 들인 정수기 때문에 온 동네가 물에 잠기는 홍수 사태가 촉발됐다는 선언에서 출발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환상이라는 마술을 통해 실재와 비실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상상력, 거대한 재난과 이별을 등치시키는 능청스러움이 돋보였으나, 중간에 인물이 갑작스럽게 등장했다가 퇴장하는 등 거칠고 투박한 전개가 소설적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한계 또한 분명해 보였다.

 당선작으로 정해진 봄에 나는 것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뒤 남은 이들의 일상을 차분하게 그린 소설이다. (사회적 타살이 분명해 보이는) 연인의 죽음을 견디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무심하고 덤덤하게 그려내는 태도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느끼게 해준다. 화자가 혼자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물을 만들어 먹고 죽은 친구를 위해 촛불을 드는 다른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한 주제의식으로 다가왔다. 봄에 나는 것들은 앞에서 논의된 다른 후보작들에 비해 소재의 참신성이나 기발한 상상력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어붙은 땅이 녹은 뒤 솟아오르기 시작한 봄나물의 생명력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길어 올린 솜씨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졌고, 동시대 청년 세대의 화두를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마음을, 투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 김숨, 김유담, 천운영

· 희곡 부문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에 응모한 총 편수는 79편이다. 방송이나 매체 중심적인 시대에 비춰볼 때 희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관심과 애정에 비례하여 응모작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 또한 - AI, 안드로이드, 생명공학, 기상, 환경 등의 문제부터 동시대에 활발하게 이슈화되고 있는 성소수자, 인권, 차별, 혐오 등에 이르기까지 - 폭넓게 다양해졌으며 극의 전개와 구성, 갈등 등을 다루는 표현방식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며 구태의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자 원고지 100장 내외의 단막극(희곡)에 대한 장르적 이해도엔 아쉬움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단막극은 시간의 제약이 있는 만큼 선명한 갈등 구조와 최소한의 장면 전환을 통한 장면 밀도의 유지, 정제된 대사를 통한 상징성과 함축성이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 둔다.

 

예심을 거쳐, 4편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심의에 올랐다.

 

 「누군가 바다에 대해 말할 때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사건을 이끌어가는 구성이 돋보였으며 극적 갈등과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입심에 신뢰가 갔다. 하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이라는 극의 설정이 마무리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강조되면서 일종의 교훈극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는 손가락을 걸어 맹세를 하지는 트라우마를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치, 한편의 그로테스크한 잔혹 동화 같은 이 작품의 미덕은 간결한 대사와 호흡, 쉽게 접할 수 없는 매력적인 상상력에 있다. 하지만,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들이 극을 지나치게 난해하게 만들어 극에의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

 「엉덩이 없는 사람은 무대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 있어 매우 신뢰가 가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좌변기를 무대 중앙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유니크한 설정과 발랄한 언어유희는 희곡의 연극성을 극대화시켜 역동적인 무대를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언어유희가 문제의식을 의도치 않게 공허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질주는 전염병에 걸려 살처분된 돼지들을 통해 문명과 환경파괴를 묵시론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무대는 3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3개의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다. 이러한 구조적 희곡 쓰기 방식은 이 작품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이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참신한 개성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명확한 주제의식과 시종일관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과 도발적인 상상력은 여느 작품들보다 월등히 돋보였다. 다만, 희곡의 무대화 과정에서 작가의 도발적 상상력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는 숙제로 남는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참신한 개성과 명확한 주제의식, 도발적 상상력을 보여준 질주를 당선작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개성 있고 패기 넘치는 젊은 극작가의 데뷔를 통해 우리 연극계가 한층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아울러, 젊은 극작가들의 건필을 빈다.

심사위원: 차근호, 최치언

 
· 평론 부문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평론 부문에는 모두 24편이 응모되었다. 웹서사와 SF픽션, 스릴러 서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적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포함해 페미니즘 서사와 비인간, 노년, 장애 등의 키워드들에 대한 비평적 관심이 꾸준히 두드러지고 있어 주목되었다. 사회적 이슈와 문학작품이 연결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연대와 공감의 지향성을 드러내는 글들도 많았다. 비평 담론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도 반가웠는데 때로는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개념이 앞서 실제 작품을 읽는 데는 잘 결합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었다.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토론한 작품은 다음 네 편이다. 연년세세 이어지는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황정은과 이장욱의 소설 속 노년 여성 불러 읽기는 등장인물의 이름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이데올로기적 구조의 효과를 비교 분석한 평문이다. 두 작가의 작품을 맞세우는 방식도 신선하게 여겨졌으며 언어의 사회적 효과에 집중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본론에서 두 작품의 공통항을 연결하는 구체적 해석 지점이 부족하며, 이에 따라 이름의 호명에 대한 논의가 아이디어의 표층에 머무는 한계가 보였다.

 「속 말 없는 사물들의 민주주의-랑시에르를 통해 본 웹소설의 가능성 :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을 중심으로는 달라진 문학 미디어의 지평에서 본격적인 웹소설 비평을 시도한 글이다. 작품 해석의 세부에서도 캐릭터 구성의 변별을 논하면서 웹소설 비평의 실제적 필요성을 논한 점이 주목되었다. 그런데 장르적 위계와 소외를 겪는 웹소설이라는 범주 자체를 강조하느라고 이론적 배경이 협소한 틀거리로 작동한 점이나, 정작 개별 작품의 사회적 맥락을 규명할 때는 일반적 웹소설 특징이나 플랫폼 매체의 특성에 대한 해설 인용으로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감은 눈의 센티언트(sentient)-김복희론은 김복희 시의 변화과정을 찬찬히 따라 읽는 글이다. 기존의 비평적 관점들을 논의하며 센티언트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감각이 태도로 확장되는 방식을 시 속에서 읽어내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배경의 이론적 논의들이 분명한 구분 없이 수사적인 부분으로만 인용 나열되어 정작 필자의 고유한 목소리와 출발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개별 시들에 대한 공감적 해석들이 힘을 얻으려면 자신의 언어로 풀어 비평적 위치를 드러내려는 문제 설정의 시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토론 끝에 당선작으로 정한 시간의 틈을 넘는 목소리들-진은영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읽기는 목소리와 시간성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한 평문이다. 다양한 존재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최근 문학현장의 흐름을 의식하며 작품의 섬세한 읽기를 통해 자신의 해석을 세워나가는 끈질긴 시도가 있는 글이다. 물론 대상작에 직핍하는 열정에 비해 선행 비평들이 환기하는 시사적 쟁점을 고찰하고 분별하는 과정이 부족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논의되었다. 그럼에도 주제의 집중성과 유려한 필력을 통해 자기만의 이야기성을 잘 드러냈다는 것은 신인의 중요한 덕목이다. 무엇보다도 비평이란 이렇듯 좋아하는 작품을 붙잡고 정성스럽고 끈질기게 해석하려는 의욕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글로 기쁘게 읽었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함께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김미정, 백지연

· 동화 부문 

 대산대학문학상 동화 부문 심사에 몇 번인가 관여하는 동안 대학생 작가들의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점점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에는 어린이가 소외된 성인의 감상주의를 풀거나, 고색창연한 옛날 동화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지만, 이제는 예심 단계에서도 그런 작품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대학에서 아동문학 강의를 수강했을 수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동시대 작품과 경향을 습득했을 수도 있는데 아동문학만의 매력에 일찍 눈뜬 대학생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음이 기쁘다. 하나 변화와 발전만큼 작은 우려도 생긴다. 제목만 봐도 어린이 독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느라 ‘~를 찾아라!’, ‘** 탐정단’, ‘무슨무슨 사건등이 자주 눈에 띈다. 어린이 독자를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지만 동화를 쓰는 것은 작가 내면의 어린이를 일깨우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출발한다. 개성 있고 진솔한 이야기라면 아무리 응모작이 많아도 심사과정에서 외면받을 일은 거의 없으니 조바심은 접어두어도 좋을 테다.
 「지구인 탐구 일지는 교실의 아웃사이더인 아이가 자신을 외계인이라 칭하며 자신 같은 외계인 친구를 발견하는 이야기다. 작가 자신이 떠올린 설정일 가능성도 높지만 아웃사이더 감성과 친한 것이 문학일진대 안타깝게도 동시대 아동문학에는 이런 설정의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어쩌면 모든 집에는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가족의 자리를 내어주고 사랑하고 마는 인간의 속성을 잘 포착하였는데 이른바 정상 가족에 대한 미련이 보이고 동시대 아동문학에 SF 설정이 넘치게 많아 기시감이 느껴졌다. 동성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갖는 사랑이 반짝은 자연스러움이 강점이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가 또 다른 동성을 사랑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라기보다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홍개구리 기행문은 말괄량이 피카레스크가 될 법한 이야기가 급반성, 교훈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쉬웠다.  그 녀석을 지켜라 오궁도화!김마무 이름 도둑 추격기는 단편에는 과유불급인 이야깃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녀석을 지켜라 오궁도화!는 자기만의 특별한 세계가 있으나 문장과 구성력이 익지 못했으니 정진을 바라고, 김마무 이름 도둑 추격기는 기성 작가 못지않은 노련함이 자칫 양날이 칼이 될 수 있음이니 시류에 묻히지 않는 자신만의 개성을 벼르길 바란다.
 「벨루가와 여름 방학은 단편 동화다운 구성력, 인물의 매력과 주제의 집중력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병원 신세를 지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서울 모험을 감행하는 소년들, 서울의 대형 아쿠아리움에 있다는 벨루가의 행방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잊기 어려운 여름의 추억을 빚었다. 답답한 일상에서 출발하지만 아이들은 집, 동네를 벗어나 먼 도시로 모험을 감행하고, 기대하던 고래와 만나지 못했어도 고래가 옮겨갔다는 지구 반대편 바다로 마음이 한껏 확장된다. 어린이의 소원을 인정하면서도 동물원의 동물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 존재의 본성과 자유를 더 존중하는 것은 우리 시대가 나아갈 건강한 방향성과 일치한다. 같이 제출한 비가 오면 우리는도 비 오는 날 아무도 마중 오지 않는 아이들이 남보다 몇 배는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행복의 의외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동시대 아동문학 안에서도 매우 귀중하기에 거의 이견 없이 두 심사위원은 이 응모자를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더도 덜도 말고 이렇게 미더운 아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힘써주길 부탁한다.


심사위원: 문부일, 박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