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대학문학상

사업결과

2023년
수상작
수상작
부문 성명 학교 및 학년 작품명
김서치 단국대학교 문예창작 3년 「자유형」 외 4편
소설 강수빈 동국대학교 문예창작 4년 「봄에 나는 것들」
희곡 김수려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 4년 「질주」
평론 이원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 4년 「시간의 틈을 넘는 목소리들 - 진은영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읽기」
동화 노경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 2년 「벨루가와 여름방학」 외 1편
심사위원
- 시 : 문태준 이기성 이현승
- 소설 : 김숨 김유담 천운영
- 희곡 : 차근호 최치언
- 평론 : 김미정 백지연
- 동화 : 문부일 박숙경
심사평

스물두 번째 대산대학문학상 심사에서는 늘어난 응모작의 수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세련된 작품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긴 한 문장이 한 연을 이루면서 긴 호흡으로 자기감정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하나의 경향을 이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체를 강하게 응축하는 구심점 없이 분행과 분연이 자유로운 이런 작품들은 무엇보다 ‘나’와 ‘너’ 사이의 발화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이 보이는 표현의 분방함과 자재로운 리듬, 자기 성찰의 밀도는 좋지만, 그것들이 얼마간 나, 너의 언저리를 넘지 않는 과몰입의 감정에 묶여 있었다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장형화를 보이는 시들과 동떨어진 짧은 호흡의 시들도 다수 있었는데, 최근의 시적 경향에 빚지지 않은 이들 자생적인 시들이 오히려 올드한 감성과 틀에 박힌 상상의 언어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우리의 시가 놓여 있는 지금을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여기의 시는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서 이 응모작들을 읽어 나가는 것도 충분히 유의미할 것이다. 안팎의 우려대로 시를 읽는 사람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는데, 사는 일은 더욱 더 곤핍해져가는 이중고 속에서 시는 자기 고통을 직시하고, 고통의 끈으로 연결된 세계를 투시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세계를 횡단하는 상상력을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투철한 인식과 활달한 언어를 가진 응모작은 많은 원고들 사이에서 뚜렷하고 스스로 돌올하였다.

1차로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총 아홉 묶음의 원고였고 그중에 최종적으로 당선을 다투었던 응모작은 「자유형」 외 4편, 「신의 건망증」 외 4편, 「전차와 소음」 외 4편, 그리고 「얼굴이 내릴 때」 외 4편이었다. 네 분의 응모자는 모두 각자의 미덕과 장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중의 어느 한 편만을 당선작으로 내세운다면 손색이 없어 보였다. 다만 당선자는 등단의 예우를 받는 대산대학문학상이라는 점에서 한 편의 뛰어남이나 표현의 방법이 얼마나 개성적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응모작들의 고른 수준이 세계를 보는 안목의 깊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심사위원들은 생각을 모았다.

「얼굴이 내릴 때」 외의 경우, 앞의 두 편의 시가 독창적이었다. 「얼굴이 내릴 때」는 비가 내리면서 만들어지는 순차적인 지각과 정서적 반향을 간결하지만 리드미컬한 언어로 중첩시키는 섬세함과 유연함이 돋보였다. 「다락」에는 마침내 도달해도 영원이 유예되고 지연되는 기묘한 ‘다락’이라는 공간의 설정이 매혹적이다. 그러나 앞의 두 편에 비해 뒤의 비교적 단형의 시들은 그 성취가 밋밋했다.

「전차와 소음」 외의 응모자는 오랜 시간 서사를 연마한 흔적이 문장에 드러난다. 고양이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간결하게 처리하는 「전차와 소음」의 앞부분은 시적 서사의 응축미가 압도한다. 죽음을 수용하는 노파의 내적 발화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시는 “고양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무심한 공포가/세계를 지나고 있다”고 하여 고양이를 시간성이나 역사성 자체로 알레고리화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서도 예측을 거부하는 서사 위에 구축된 시적 사건들이 눈에 띈다. 다만 길어질수록 구심점이 흩어지면서 주제가 방기되는 약점을 보완하면 좋겠다.

「신의 건망증」은 오늘날 전지구적 재앙과 그로 인한 인간적 비참을 신의 불찰, 혹은 신의 건망증으로 희화한 시이다. 자기 전에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을 잊는 것만으로 세계에는 홍수가 나고, 보일러를 켜둔 채 외출하여 지구온난화가 발생한다. 재앙과 함께 넘쳐나는 혐오와 폭력은 급기야 자신(신)의 이름을 빌미로 자행된다. 이 작품에 의하면 신의 건망증은 피로와 염증 때문이다. 인간적인 신의 모습을 그리는 태도에서 유머와 비관이 기묘하게 섞이는 매력이 있다. 다만 이 양가성이 블랙유머의 비판적인 부분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함께 응모한 「침묵의 세계」도 침묵을 식물의 대화법으로 은유하고 있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역시 응모작들 중에는 앞의 작품들과 다른 밋밋한 작품과 장황한 작품이 있어 그 편차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자유형」 외의 응모작이 보이는 독보적인 장점은 넉넉한 미적 거리이다. 사물과 세계가 결코 한 가지 진실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는 듯이 이 시편들은 시종일관 아이러니컬한 거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포착된 이미지를 변주하면서 밀고 가 새로운 인식에 가 닿으려고 하는 사고의 ‘개진’이 힘 있다. 이 개진의 힘은 자기와 타자를 향한 인식의 깊이와 개방성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시 「자유형」에서 “물 밖에서 숨을 쉴 수 없어/물 안으로 들어간” 여자는 운동 속에서 “죽을 것 같다가도 금방 살 것 같아지는 호흡”을 되찾고, 자신의 기원을 향해 자맥질해 간다. 「소녀를 위로해 줘」의 소녀는 숨막히는, ‘거꾸로 희미한 세상’이지만 기도를 할 수 있고 「스데롯 시네마」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극장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스데롯 언덕을 가져와 붕장어를 손질하는 ‘진주 상회’의 생선 도마 위로 변주한다. 그러면서도 세계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섭식과 생업 안에 깃든 부성애로 조심스럽게 감쌀 줄 안다. 이미지의 변주는 능란하고, 상상은 삶에 투철하며, 재현된 경험은 핍진하다. 신인으로서의 가능성과 충실성이 두루 충분했다. 스물두 번째의 당선작으로 「자유형」 외의 응모작을 선정한다. 당선자의 활달한 응전력을 기대하면서 심사위원들 모두 축하와 함께 우정어린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