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지난 7월 27일(목), 2017년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를 발표했다. 대산창작기금은 국내 창작 문학의 활성화와 역량 있는 신진문인을 발굴, 양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미등단 신인 포함, 등단 10년 이하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7년 2월 20일(월)부터 5월 31일(수)까지 작품을 접 수 받아 1개월여 동안 심사를 진행한 결과, 총 9명의 수혜자가 선정되었다. 수혜자에게는 1천만 원 씩, 총 9천만 원의 지원금이 지난 8월 21일(월) 교보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증서수여식을 통해 주어졌 다. 수혜작들은 1년 이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며 저작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는 작가에게 귀속된다 (대상작 표 참조). 2017년 대산창작기금에는 시 부문에 2백38명, 소설 부문에 1백24명, 희곡 부문에 27명, 평론 부 문에 9명, 아동문학 부문에 1백40명 등 총 5백38명이 응모하였다. 수혜자 선정을 위해 시 부문에 고 형렬·이지엽·정끝별, 소설 부문에 서하진·이순원·전성태, 희곡 부문에 장성희·최치언, 평론 부문에 신수정·우찬제, 아동문학 부문에 김개미·조태봉·황선미 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한 달 간 수 고하였다. 창작기금 수혜자로 ▲시 부문에는 견고한 시적 사유와 응집력 있는 시의 밀도, 그리고 작품 전체 의 질서정연한 구조로 연속성과 일관성을 견지해내는 깊이를 높이 평가받은 기혁(「소피아 로렌의 시 간」 외 53편), 전통시조 정격의 격률을 안정감 있게 계승함으로써 현대시조의 품격과 서정을 펼쳐 보 인 백점례(「빗살무늬 토기」 외 49편), 시의 감각과 화법이 재기발랄하고 다채로우며, 실험성과 에너 지, 새로운 감각을 함께 보여준 심지아(「빈칸의 경험」 외 52편) ▲소설 부문에는 무협, 만화, 판타지 등 장르 문화의 전략화와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려는 현재성의 실현을 통해 어떤 소재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높이 평가받은 이갑수(「T.O.P」 외 5편), 타자에 대한 윤리 감각들, 특히 통증에 대한 높은 이해로 ‘통증의 윤리학’이라 부를 만한 주제를 수준 높은 서사로 보이며 우리 문학의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준 임현
(「그 개와 같은 말」 외 8편) ▲희곡 부문 에는 ‘강입자 가속기’, ‘우라늄’ 등 근래 희곡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소재와 자신만의 독특 한 스타일, 무엇보다 ‘파편화 되 고 해체된 관계’에 대한 문제의 식을 비꼼과 위트로 표현하는 입심과 사유를 높이 평가 받은 석지윤(「킬링 코미디언」 외 2편) ▲평론 부문은 최근의 문단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비평 적 입장을 개진하고자 하는 열의와 현장 감각, 일관된 문제의식, 시 텍스트에 대한 애정과 풍부한 시 적 사유 등을 골고루 보여준 장은정(「전환」 외 15편) 마지막으로 ▲아동문학 부문에는 전체적인 수준 이 고르고 동시다우며 잔잔한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 사유의 건 강함을 느끼게 한 김정수(동시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 외 53편), 왜곡된 현재를 바로잡고자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과거 사건을 경험하며 비밀을 깨닫는 구성력, 빤하지 않은 인물 설정으로 흡입력을 놓 치지 않은 이귤희(동화 『터널』) 작가가 각각 선정되었다.
※ 2017 대산창작기금 수혜자들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시 부문
기혁
수상소감을 말하는 일이 떨리고 부끄러운 것은, 그것이 ‘왜 쓰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수상소감을 밝히는 지금도 답을 구하는 중이지만, 말을 하면할수록 왜 쓰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쓰는가, 혹은 쓴 것들이 어떤 전망을 지니고 있는가의 문제로 뒤바뀌곤 했습니다. 다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은 왜 쓰는가, 라는 질문이 반드시 ‘받아 적기 위하여’ 라는 목적지에 다다른다는 사실입니다.
제게는 이 말이 윤리적 미학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자연’으로서 시를 인식하는 태도로 다가왔습니다. 자연처럼 인식된다는 건 시를 쓰는 일이 곧 썼다는 흔적을 지워가는 과정이라는 걸 뜻합니다. 그렇게 시의 흔적들을 지워나가다 보면 처음부터 자연이었던 대상들만이 남을 것입니다. 더위와 새벽, 발 디딜 틈 없는 서재, 엉망이 된 서재 너머의 가족들,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 둔필(鈍筆)에서도 늘 과정을 강조하시던 지도교수님, 격려를 아까지 않으신 세분 심시위원 선생님과 축하객 여러분들, 그리고 시를 쓴다는 이유로 등한시했던 모든 대상들이 바로 그 자연일 것입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일상 너머를 향해 달리다, 다시 그 일상의 일부분이 된 자신을 바라보는 여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시인의 아내로서 기꺼이 자연을 베풀어준 우수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직 프러포즈를 못한 그녀에겐 언젠가 서로의 자연을 보고 미소 짓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제 또 다른 자연 김율호에겐 더 좋은 자연과 놀이들을 물려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모든 자연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받아쓰기를 결코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백점례
크나 큰 기쁨과 무거운 책임
대산문화재단의 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기쁨과 두려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명예로운 대산창작기금을 받는 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공익 문화사업을 통하여 문화복지국가 건설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대산문화재단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시조가 가진 운율과 함축의 미를 살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그러면서 현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으로 시상을 펼쳐가는 시조 창작에 매진할 것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가르침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시조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심지아
어제는 천변을 걸었다. 여름밤이었고 입추였다. 낮의 무더위가 누그러진 천변은 넓고 투명한 치마폭을 펼친 바람의 선선함에 맡겨져 있었다. 바람 속에서 바람의 곁을 걸었다. 바람이 풀어놓은 미량의 초가을을 몰래 걸어보는 여름밤이었다.
아파트와 산등성이 사이, 화해 없는 풍경 사이에는 보름달이 떠있었다. 환하고 또렷한 달 속에서 절구질하는 토끼를 보던 옛사람들의 풍요 혹은 배고픔. 토끼들은 대장장이이기도 했을까, 두드릴 때마다 호박색 빛이 제조되는 빛의 자가 발전소.
산책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산책을 하듯 이 풍경을 지나가보고 싶다. 대수롭지 않게 대수롭게.
걷다가 만나게 되는 무릎과 허리 높이 사이에서 꼬리를 가득 피어올린 식물들,
어떤 짐승들이 녹색 풀포기에 숨어 온통 꼬리인 채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일까. 밤을 가만히 흔들어보는 것일까. 살랑살랑 부드럽게 밤의 오래된 어린 거대함을 쓰다듬을 줄 아는 아름다운 꼬리들의 세계. 얼굴이 없어 상상하게 하는.
삶 쪽으로 옮겨지는 걸음을 걷고 있다. 그것이 나의 작은 혁명이라면, 그 길에서 빈손의 오목함을 쓰다듬듯 스쳐가는 바람의 서늘한 살가움, 그것은 내가 받은 선물에 대한 감각이다. 내가 받은 선물에 대한 기억을 귀하게 품어 나를 초과하는 것을 꺼내놓고 싶다. 내 것이 아닌 우리를 담은 세계를 낯설게 닮은 것이기를 바란다.
소설 부문
이갑수
사부님은 늘 말씀하셨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나는 참 말을 안 듣는 제자다. 더 열심히,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몇 번 안 써보기는 했지만, 이런 종류의 글은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들다.
나는 가끔 산책을 하러 집 뒤에 있는 공원에 간다. 그곳에는 밑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하나 있는데, 내가 갈 때마다 중학교 육상부 아이 하나가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을 반복한다. 하루는 나도 그 아이와 함께 계단 위를 달렸다. 세 번 정도 반복하자 다리에 힘이 빠졌다.
-이 고통스러운 훈련 뒤에는 뭐가 있어?
나는 숨을 고르면서 아이한테 물었다.
-승리.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후에는?
-훈련.
-그 후에는?
-승리.
-그 다음에는?
-훈련.
나는 몇 번인가 그 아이가 출전한 대회를 관람하러 갔다. 아이는 늘 꼴찌로 들어왔고, 예선에서 탈락했다.
며칠 전에 대산문화재단에서 전화를 받고, 일부러 산책을 하러 갔다.
-나 창작기금 받았어.
-뭔지 모르지만 축하해.
-달리는 거 즐겁니?
-응. 재밌어.
나는 언제나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내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쓴다. 그렇게 해야 내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임현
최근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 요즘 자주 몸이 피곤한 것이 어쩌면 염소로 소독된 수영장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식사는 불규칙하지만 술은 정기적으로 마시면서 몸에 나쁜 일을 많이 했다. 그 중에서도 소설이 가장 나쁘다. 의사 선생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면,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러시구나. 이상하게 긍정해 버린다. 벌써부터 이런데, 나중에는 어떨지 정말 우려가 된다. 앞으로 한 50년쯤 더, 건강하게 오래 쓰려고 시작한 수영이다. 무엇보다 허리디스크에 좋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세상의 창작 기금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소설가들이 그 돈으로 수영 배우고 꼬박꼬박 아침 챙겨 먹으면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늘어난 체력으로 또 함께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더 오래 같이 썼으면 좋겠다.
희곡 부문
석지윤
응모작 두 편을 물리학의 도움을 빌려 집필하였습니다. 희곡을 쓰는 건 물리학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리멸렬한 세계에 물리적인 질서를 부여하려는 작업, 그래서 쓰는 시간만큼은 평온해집니다.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이렇게 큰 응원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저를 믿어 주시는 아버지와 누구보다 기뻐하고 계실 어머니, 저를 지탱해 주는 두 기둥인 황미혜 씨와 동생 상윤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희곡이라는 세계로 인도해 주신 이만희 선생님과 넓은 가르침을 주신 박노현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올리며, 형제들이자 동료들인 김근영, 강성재, 홍경실, 하경진, 최유선, 장유연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연극이라는 초행길에 길잡이가 되어 주시는 이동선 연출님, 김수진 배우님, 최명경 배우님, 부족한 희곡을 실력으로 채워 주셨던 배우님들과 제작진 여러분, 선정 소식에 함께 기뻐해 준 회사 팀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 자신의 미숙함을 알고 있습니다. 이 부끄러움을 동력으로 삼겠습니다. 맨손으로 수십 년간 광물을 깼던 한 물리학자처럼 꾸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론 부문
장은정
많은 이들에게 2017년의 지금 문학을 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합니다. 첫 번째는 현실 감각이 결여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선택이라고 간주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등단 제도를 통해 획득하게 된 문학권력을 독점하는 자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보기 딱한 순진한 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문학의 가치를 여전히 옹호하고 믿는 자들을 냉소하면서 자신에게 문학이란 취미나 재미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문학권력을 독점하는 자들을 고발함으로서 자신이 정의로움에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문학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거나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것이 현실적이거나 정의로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저는 이 두 태도 모두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문학이란 그동안 쓰여진 글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들을 포함하는 단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위의 두 태도가 문학을 그동안 쓰여진 문학으로만 협소하게 국한시켜 앞으로 쓰여질 문학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부끄럽게 여기는 일은 다르게 상상하며 생각하고 반복해서 읽고 숱하게 고쳐 쓰는 그 고민하는 시간 자체를 무가치한 것이라고 여기게 만들어 끝내 무력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이 근대문학의 종언을 말할 때 선배 비평가들이 그럼에도 당시의 문학의 가치에 대해 옹호하고자 했고, 고진이 말한 것과는 ‘다른’ 문학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그것이 소극적인 대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쓰여질 글들이 그동안 쓰여진 어떤 문학보다 위대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문학의 전성기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으나 끝내 쓰여지고 말 위대한 문학이란 대체 무엇이며, 그것이 가능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일이며, 저는 문학에 대한 냉소와 비웃음, 깎아내림이 그 실천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저 역시 스스로를 읽고 쓰는 자로 정체화한 모든 이들이 아직 쓰지 않았으나 반드시 쓰고 말 그 글들의 가치를 고집스럽게 신뢰하고 주장하고 실천하는 자로서 남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첫 평론집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금을 받게 된 것 역시 그동안 써온 글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앞으로 쓸 글들에 대한 신뢰였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제가 감히 이 자리에서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 읽고 쓰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꿈꾸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동문학 부문
김정수(동시)
언젠가 극장광고에서 날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또 하는 타조를 보았습니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떨어지기를 거듭할수록 타조의 의지는 더 강해졌지요. 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무너트리려는 타조보다 제 마음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찢기도 다쳐 너덜해진 타조가 바로 저였으니까요. 2014년도 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의 희열과 각오가 무색해질 정도로 반복된 실패에 많이 지쳐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안내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제 두 다리에 힘이 번쩍 생겼습니다. 뚝 떨어진 행운에 끝도 없이 도움닫기를 하는 타조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아이처럼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을 만큼 정말 기뻤습니다. 소감을 쓰는 이 순간에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찌할 수는 없는데 이제는 보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 같지만 이런 큰 상을 받기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제는 더욱 진중하고 책임감 있는 글을 써야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다시 당당한 두 다리로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었던 저를 이 자리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끌어주신 김옥림선생님, 동시세계로의 입문부터 제가 흔들릴 때마다 위로와 격려로 애정을 베풀어주신 이준관선생님, 늘 옆에서 자극과 우정을 나누는 가장 소중한 문우 정가람, 크고 작은 기쁨들을 늘 함께해주었던 친구들과 지인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부족한 제가 최고라고 추켜 세워주는 나의 가족들 사랑합니다.
새롭게 첫발을 디디듯 새로운 숨고르기를 시작으로 매순간 정진하겠습니다.
이귤희(동화)
어린 조카의 책읽기 담당은 항상 저였습니다. 조카는 도서관의 책들을 모두 읽어달라며 눈을 반짝이곤 했지요. 입이 아프도록 책을 읽다보면 슬그머니 꾀가 났습니다. 그래서 즉석으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곤 했습니다. 글을 모르던 조카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얘기를 재미있어 했고 흥이 난 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동화에는 불가능한 게 없었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모두와 친구가 되고, 이름 모를 행성의 주인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조카가 제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게 되자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조잘대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무슨 얘기를 할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궁금해 하며 예전처럼 다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제 이야기 속의 아이들이 그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를 바랍니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장난 치고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 놀기를요.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아이들에게 한 뼘의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수상의 영광을 주님과 부모님, 그리고 저와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