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제공 이시영 ㅣ 시인,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1949년생
시집 『만월』 『바람 속으로』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호야네 말』 등
평양에 갔을 때
2005년 7월 ‘6·15 민족문학인협회’ 창립대회 참석차 남측 문학인들이 평양에 갔을 때, 황지 우 시인이 숙소인 고려호텔 앞에서 번호판이 선명한 북한의 한 승용차를 배경으로 찍어준 사 진이다. 두루 알다시피 그는 시뿐만 아니라 진흙을 빚어 조각 작품도 만들고 사진도 찍는 다재다능 한 예술가이지만 앵글에 한쪽 눈을 붙이고 인물과 풍광을 너무 늦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 게 바로 그 ‘결정적 순간’(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잡아채기 위해 여러 번 셔터를 눌러대던 그 의 진지한 모습이 생각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직 정년퇴임은 했는가? 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자본의 사바세계를 실패한 선지자처럼 타박타박 걷고 있을 그를 상상해본다. “형님, 사람에게 정이 없으면 그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요?”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올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