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순정함, 모어의 순정함,시의 순정함 - 윤동주 시인과의 가상 인터뷰
균형과 조화의 삶을 찾아서 - 행복한 의사를 위한 인문학
특집을 기획하며｜우리 시대 문학 상상력의 코드들 ①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소설 속에는 그것이 산다, 그리고… ②무엇이 우리를 웃프게 하는가- 소설 속 우리 시대 아이러니의 대표 형상들 ③‘혼자’만의 자리 ④탈조선의 어떤 감각,‘싫어서’라니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시 「조용한 일」 중 변용
‘대전발 0시 50분’을 오르내리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첫 번째｜일기,그 비밀의 방 두 번째｜알렉시예비치와 김종삼이 기록한 것 세 번째｜글과 리듬 네 번째｜드라이
제24회 대산문학상,한국문학의 풍성한 수확을 향한 출발 제24회 대산문학상｜예 / 심 / 평 2016 대산창작기금｜자유로움과 도발과 섬세함,젊은 작가들과의 조우 2016 대산창작기금｜수혜소감 및 심사평
장맛비가 이어주는 매듭, 님 웨일스와 김산과 이상(李箱)
프리웨이 5번, 워노-원,그리고 캘리포니아 1번 주도(州道)
모델하우스 외
박소란 ㅣ 시인. 1981년생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등
얼마 전 이사한 집은 햇살이 미어지는 동향이다.
이렇게나 밝아도 괜찮은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현관에 서서 중얼거리게 된다. 4층 베란다에서 몸을 조금만 내밀면 바깥이 훤하고, 풍경은 온통 공사 중이다. 사방에서 끊임없이 무언가가 무너지고 또 금세 솟아난다. 헐벗은 채 망연히 머무는 집들도 간간이 눈에 든다. 어느 날은 그 속에 묻혀 한 사람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라고 했다.
이튿날 버스는 사고 현장을 피해 옆길로 돌고 돌아서 나를 일터에 데려다주었다.
모델하우스
그녀는 아까부터 집 앞에 서 있다 문에는 入口 팻말이 군색한 포즈로
매달려 있고
사람들은 말도 없이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그녀의 집을 들락거린다
새 침대와 새 소파와 새 식탁이 놓인 저 값비싼 집을
하나쯤 나도 가져봤으면,
하찮은 농담에도 그녀는 곧장 난처한 기색이 되어 고개를 떨어뜨릴 것
같다
나는 다만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 저 두꺼운 빛나는 유
리창에
살을 대어 노크해 보고 싶었을 뿐
집은 대꾸하지 않을 것 같다
집은 살지만 실은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을 것 같다
인사도 없이 사람들은
그녀의 집을 떠난다 그녀를
떠난다
여섯 시가 되면
순식간에 집의 불은 꺼지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녀는 여전히 서 있다
왜 집에 안 가요? 묻는 사람도 없이
괜스레 그녀는 어두운 게 싫어서요
괜스레 나도
알록달록한 전단 뭉치를 핸드백처럼 움켜쥔 그녀의 손을 잡고
밥이나 먹어요 우리 같이 밥 먹으러 가요
내일
유리창이 깨어졌습니다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을 전부터 기다려왔다는 듯
누가 돌을 던졌을까요?
막무가내로 들이친 햇살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깨어진 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다가섰을 때
반짝이는 파편이
나를 조금 아프게 했지요 먼 데서 훔쳐온 빛처럼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그 피 흘리는 낯으로
밥을 먹고 잠을 잤습니다 새벽이 오면
습관처럼 서성대는 어둠을 부르러 나갔습니다
깨어진 창으로
누가 사과하러 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