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순정함, 모어의 순정함,시의 순정함 - 윤동주 시인과의 가상 인터뷰
균형과 조화의 삶을 찾아서 - 행복한 의사를 위한 인문학
특집을 기획하며｜우리 시대 문학 상상력의 코드들 ①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소설 속에는 그것이 산다, 그리고… ②무엇이 우리를 웃프게 하는가- 소설 속 우리 시대 아이러니의 대표 형상들 ③‘혼자’만의 자리 ④탈조선의 어떤 감각,‘싫어서’라니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시 「조용한 일」 중 변용
‘대전발 0시 50분’을 오르내리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첫 번째｜일기,그 비밀의 방 두 번째｜알렉시예비치와 김종삼이 기록한 것 세 번째｜글과 리듬 네 번째｜드라이
제24회 대산문학상,한국문학의 풍성한 수확을 향한 출발 제24회 대산문학상｜예 / 심 / 평 2016 대산창작기금｜자유로움과 도발과 섬세함,젊은 작가들과의 조우 2016 대산창작기금｜수혜소감 및 심사평
장맛비가 이어주는 매듭, 님 웨일스와 김산과 이상(李箱)
프리웨이 5번, 워노-원,그리고 캘리포니아 1번 주도(州道)
균형과 조화의 삶을 찾아서 - 행복한 의사를 위한 인문학
글 마종기 ㅣ 시인. 1939년생
시집 『조용한 개선』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그 나라 하늘빛』 『이슬의 눈』 『우리는 서로를 부르는 것일까』 『마흔두 개의 초록』 등
나는 2002년에 미국에서 37년간 계속해왔던 의사라는 직업과 의과대학의 교직에서 조금 이른 은퇴를 했다. 늦기는 했지만 오래 떨어져 살았던 고국에서 일 년에 반 정도는 여유를 부리며 평생 하고 싶었던 글쟁이 생활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은퇴한 다음 달, 서울에 사는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와 연세의대의 손명세 교수가 전화를 주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학기부터 의대의 2학년 학생에게 정규 수업으로 새로운 학과목인 ‘문학과 의학’을 가르치겠느냐는 제의를 해주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귀국해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조금은 어색하고 이가 맞지 않는 듯한 ‘문학과 의학’이라는 학과목을 의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에 내가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 첫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의과대학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의대에 문학 강의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 미국 의대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제 한국에서도 시작하겠다는 학과의 의욕에 감동하고 그 당위성에 동의했기 때
조금은 어색하고 이가 맞지 않는 듯한 ‘문학과 의학’이라는 학과목을 의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에 내가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 첫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의과대학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의대에 문학 강의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 미국 의대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제 한국에서도 시작하겠다는 학과의 의욕에 감동하고 그 당위성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문이었다. 특히나 외국에 나와 의사 생활 을 이어가던 주위 한국계 의사들의 빈번한 자살, 정신 질환, 가정 파탄이나 의업 실패가 조화롭지 못한 환경과 과학 일변 도의 균형이 깨어진 의사생활에서 오는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강의를 맡게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바로 그즈음, 그러니까 20세기의 마지론이 지배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이고 지난 6월 말에 타계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 3의 물결』이나 『미래의 충격』 등의 명저를 통해서 한 분야만 깊이 파고든 전문가의 벽이나 기존에 존재했던 막강한 과학적 사고의 틀을 깨고 분야를 넘나드는 인재, 더 열려있고 신축성 있는 자유로운 인문학적 사고의 주인공이 이 시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야한다고 했다. 지난 2009년에 한국을 방문한 미래경제학자인 다니엘 핑크(DanielPink)와 또 다른 미래학자인 리처드 왓슨(Richard Watson)은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최근의 상황은 한 분야만 깊이 파고들던 좌뇌형 인간들의 결정적 잘못이다, 이제는 감성과 예술까지 통틀어 전체를 조망하고 아우르면서 통섭과 종합의 능력을 가진 우뇌형의 인간이 세계를 맡아야하고 그런 인재가 각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의 교육 제도도 완전히 뜯어고쳐서 경주마같이 눈을 가리고 한 곳으로 달리기만 하는 전문인만 양성하기보다 하이 콘셉트의 시대, 통섭의 시대, 우뇌의 시대에 맞는 인간을 길러내어 평형감각을 잃지 않는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문학과 의학’이라는 새로운 학과목 강의의 내용은 이상에서 설명한 모든 것을 혼합해 내가 혼자서 꾸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선 1982년부터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 출판부를 통해 출간되고 있는 반년간지 《문학과 의학(Literature and Medicine)》의 많은 논문들을 읽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의사를 전문업으로 살았던 의사 작가의 작품 소개, 예를 들어 소설가로는 『가르강튀아』를 쓴 프랑스의 프랑수아 라블레, 『의사 뷔르거의 운명』을 쓴 독일의 한스 카로사,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 『아큐정전』을 쓴 중국의 루쉰, 오스트리아의 아르투어 슈니츨러, 영국의 코난 도일, 일본의 모리 오가이 등의 작품과 의사로서의 생애, 시인으로는 영국의 존 키츠, 독일의 고트프리트 벤, 미국의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작품 읽기 등이 한 과제였다. 다음으로 의사 작가는 아니지만 의사나 의료 사회를 소재로 한 작품들, 예로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세르반테스의 정신병적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 토마스 만의 『마의 늪』에 나오는 결핵병원 생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솔제니친의 『암병동』, 소록도의 나병환 자가 무대인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을 읽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였다.
그러나 강의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룬 것은 40년간의 내 의사경험으로 어떻게 하면 불행한 의사나 실패한 의사가 되지 않고 과학자이면서도 인문학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감성을 이해 하려는 전인적 의사가 되느냐의 문제를 토론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정확성이 최고의 미덕인 과학자로서의 의사는 어차피 좌뇌파의 성향을 가져야하므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 또 의사자신의 균형과 자유를 위해 인생조망에까지 신경을 쓰는 우뇌파적 판단을 어떻게 적용하는가를 토론 하려고 했다.
내가 강의에서 이야기하고 학생들에게 열거한 사례들은 꼭 외국에서 외롭게 사는 의사만은 아니었다. A라는 의사는 한국서 좋은 성적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실력 있는 의사였는데 누구나 몇 번은 경험할 수 있는 환자 시술에서 실수를 하고 의료사고로 재판에 계류 중, 주위의 조소 어린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앞뒤 생각 없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물론 의사의 자살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의사의 자살은 생각할 수 있는 숫자보다 훨씬 더 그 빈도가 높다. 그것은 외국의 예만이 아니고 한국 내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직업별 평균 수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의사의 그것이 제일 낮을까. B라는 의사는 자기의 전공에서 다른 의사보다 실력이 모자라는 것 같아 혼자 고민하며 자주 술을 마시더니 결국에는 작은 실수를 몇 번 하면서 그 수치심을 지우려다가 알콜 중독자가 되어 의사직을 그만 두었다. C라는 의사는 매일 계속되는 의업에서 오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씻어낸다고 가장 쉬운 방법으로 주위의 여자에게 수작을 자주 걸다가 오히려
자신의 부인과 이혼을 겪게 되고 또 어떤 의사는 시도 때도 없는 의사의 과도한 업무에 지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에 손을 대다가 마약중독자가 되어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의업도 포 기하였다. 심지어 죽음을 자주 대면해야 하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의사라는 생업을 한탄하다가 자기를 이해해 준다고 믿은 여자들에게 몸을 굴려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으로 죽은 의사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의사에게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이유는 많다. 자신의 작은 실수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병신을 만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긴장감, 늘 병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자와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하는 신세도 큰 역할을 하여 종국에는 우울증까지 이어진다. 이런 긴장과 불안과 우울증을 약화시키고, 중화시키고, 순화시키고 삶의 평형감각을 유지시킬 수 있는 해답은 결국 인문학과 예술에서 전파되어오는 우뇌파적 사고와 판단력뿐이다. 그런데 이상에서 열거한 예의 의사들은 우선 인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흥미가 없었다. 음악회나 전람회를 찾지도 않았고 좋은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완전히 남의 일이었다. 그저 좌뇌파적 단순 계산으로 손쉽게 남은 시간을 즐길 수 있고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간단한 쾌락, 최소의 시간으로 최고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쉬운 여자와 술과 마약과 도박에 빠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도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 주위에서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서도 부러움을 받으며 자랐다. 중고등 학교도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부모는 아이를 부추겨서 좋은 성적을 얻게 하고 경주마처럼 좌우를 가리고 앞만 보고 뛰게만 했다. 아이는 자기의 일상과 중요한 선택을 인문학적 지혜로 사고하고 따져볼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자란다. 의과에 가기위해 이과를 택하고 매일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고 사지선다형 문제의 해답에는 귀재가 된다. 모든 것은 간추려서 요점정리만하고 골자만 암기한다. 시간이 없어 삶에 대한 토론이나 철학은 차치하고 문제의 해답이 맞느냐 틀리느냐 만으로 따지며 높은 점수만이 성공의 길이고 최고의 엘리트가 되는 길이라고 배운다.
수능시험에서는 상위 1%에 들어도 힘들었던 의과에 들어왔으니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데 정작 의사의 생활은 혹독한 수련과 인내를 매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죽음의 공포와 고통의 신음 속에서 살아야하는 자신의 앞길에 불만이 쌓이고 뒤틀린 성격이 생기기 시작한다. 꽃이 아름답다는 간단한 표현도 자신에게는 어색하고 대신 꽃이 노랑이냐 빨강이냐 라는 질문이 편안하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는 자는 시간 낭비자로 보이고 베토벤의 음악은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린다. 천천히 즐기며 배우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고 감성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서 재미를 알지 못한다. 차츰 자신을 최고로 생각해 주고 자신의 말만 믿는,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인간과 환경만 편하게 느껴진다. 목적이 성사되지 않으면 판단력이 뒤떨어져 앞뒤 생각을 못하고 자살의 길을 쉽게 택하고 만다. 이것이 A의 경우이고 모든 것을 잊겠다고 술이나 여자나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가 B형이나 C형의 의사이다.
원래 의학은 철학이나 인문학에 속한 학문이었다. 의학이 다루는 상대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17세기 산업 혁명 이후 과학은 모든 학문을 지배하게 되고 과학이 곧 진리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로 과학은 만능이었다. 그런 판세에 힘입어 의학도 진리가 되기 위해 스스로 과학이라는 학문에 속하게 되고 그래서 의사는 인간이라는 매개체를 천천히 잊어가면서 직립동물을 위한 분석과학자가 되기에 이른다. 의사는 여러 가지 의료기기의 수치를 해석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학자가 되고 감성의 인간은 의사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이런 잘못 진행된 의학과 과학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인문학과 예술을 가르쳐 인간의 복잡한 감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의학은 확실히 과학만이 아니다. 기계의 수치를 분석하기 전에 환자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의 감성과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대화적 관계를 성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관계 정립을 위해 미국에서는 70년대 말부터 의대 학생들에게 문학 강의가 시작되었고 의대 입학 전형시험(M.C.A.T., 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에도 물리, 화학, 생물학 등 과학 분야 과목에 문학과 인문학 독서에 대한 질문이 들어가기 시작하여 그 숫자는 늘어가는 추세이다. 의대의 전형위원들도 의예과 출신이나 과학 전공자보다 M.C.A.T. 점수가 비슷하다면 문과 대학 졸업생을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키고 싶어 하는 게 실정이다.
구미 선진국의 이런 사정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기 학교의 이름을 달고 양산되는 의사의 숫자만이 중요하고 그들이 어떤 유형의 의사가 되는지 또 얼마나 자기의 의업에 만족하고 사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형편에 애써 학제 변경이라는 골치 아픈 과제는 예산이 드는 일거리 같아 망설이고만 있다. 오랜 세월 경직된 과학적 사고는 겨우 한 학기 동안 두세시간 늘어나는 인문학 과정의 편입을 큰 변화인 것처럼 귀찮아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던 학과목도 학생들에게는 관심과 인기가 지속 되는데도 6년이 지나자 예산 부족과 전공 의학 공부 시간 부족을 핑계로 취소되었다. 우리는 그런 학교의 속 좁은 태도에 실망하면서 우리 스스로 의과대학과 보건 당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백여 명의 인문학자들과 의사들이 뜻을 모아 2010년 의사협회 강당에서 한국문학의학학회를 결성하고 학회지를 발간하기로 했다. 이반년간지는 회원들의 희생과 열성으로 통권 12호가 얼마 전에 출간되었다. 상당한 출판 경비는 몇몇 제약회사의 도움으로 채워졌지만 원고료 지불은 회원들의 기부에 기대고 있어 나 역시 몇몇 문학상을 받았을 때 잊지 않고 상당 부분을 기부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우리의 후배들에게 인문학 강좌가 다시 베풀어질 것을 희망하며 주시하고 있다.
어떤 부류의 의사가 이 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책임져야 하는지를 생각할 시간이 없는 정부 보건 당국자나 대형 병원과 의과대학들은 작년에 메르스가 나라를 휩쓸고 사망자가 늘어날 때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관리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고 엉뚱한 전문가의 터널비전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우리 학회가 학술 대회 때 발표했던 글을 모아 만든 『감염병과 인문학』이란 책이 갑작스레 많이 팔리기도 하고 언론은 그 책의 편저자인 정과리 교수와 이일학 교수에게 감염병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그리고 올해 갑작스레 터져 나온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문제도 전문가라는 좁은 시야를 가진 이들이 거의 10여 년간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갈팡질팡하는 사태가 아닌가. 혹시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외골수 전문가만 양산하지 않고 선진 외국같이 인문학을 배우고 몸에 익혀 질병을 전체로 조망하고 융합할 수 있는 거시적 시야를 가진 의사도 만든다면, 질병 관리나 재난에 대항하는 다른 해결책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돈만 아는 의사, 무섭고 바쁜 의사, 시간이 없다며 환자의 사정을 들으려하지 않는 의사를 탓하기 전에 의대생 시절에 인문학 교육을 맛보아서 인간을 우선 이해하려는 선진국의 따뜻한 의사, 행복한 의사, 환자를 마음으로 위로하는 의사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시에 의사 자신도 환자의 감성을 중요시하고 환자와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성실한 의사를 만들기
위해 전국 의과대학에 인문학 교육의 실시를 위해 여러 관계자들을 적극 설득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막 해쯤에 미국의 하버드대학 교수이고 세계적인 사회생물학자이자 퓰리처상을 2회나 수상한 현대 과학의 대표 지성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저서 『통섭(CONSILIENCE, 융합)』이 출간되었고 수년 뒤인 2005년에 그의 제자에 의해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 되었다. 바로 이 책이야말로 내가 학생들에게 ‘문학과 의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데 그 이론적 배경이 되어주었고 축이 되어주었다. 이 책을 옮긴 최재천 교수의 서문에 따르면 일반적 지식은 대체로 16세기를 기점으로 쪼개지기 시작하고 쪼가리가 된 지식이 21세기에 들어서며 모든 학문이 통합의 바람을 거세게 받고 있다. 이에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분석과 종합을 모두 포괄한 통섭이라는 이론이 상호상조적이기를 희망한다고 적고 있다.
윌슨은 이 책에서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한 과업은 인문학과 과학의 만남이라고 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이 결여된 과학은 한발 앞선 학문이 될 수 없고 학문의 융합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과학은 16세기 이후 끊임없이 확대되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그 지식을 따라가느라 지식의 통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또 그런 큰일을 할 만한 에너지도 없었고 장인 수준의 사고로는 전체 윤곽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20세기부터 등장하는 과학은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20세기 과학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과학자는 시인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회계사처럼 일하고 저널리스트처럼 훌륭한 글쓰기를 해야 한다.
윌슨은 생물학과 인문학 지식의 통합을 주축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의 발표 이후, 세계의 각 분야 전문가들은 통섭의 이론을 각계에 적용하여 21세기의 학문은 가히 이 통섭의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