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 시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낭독과 강연 등 빡빡한 일정 중에도 15세기 중엽에 세워진 톱카프궁전, 소피아성당 등을 돌아보았다. 「금강 빛이여」는 톱카프궁전의 여러 가지 전시실 중 하나인 보석세공품 전시실에서 겪은 걸 쓴 것이다. 하기 싫은 군소리—모든 보석은 교환가치(화폐가치)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고유의 가치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물론 그 빛과 색깔 (그리고 경도(硬度)와 내구성 따위들) 때문이다. 보는 사람의 영혼에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광채와 색깔—추상적인 말을 무색케 하는 물질적인 힘. 그 빛의 충격은 가령 『금강경』이 내장하고 있음직한 빛에 비해 그 작용하는 힘—우리의 영혼을 빛으로 물들이는 힘이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감수(感受) 주체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지만…. 그리하여 가령 다이아몬드를 무슨 부(富)의 상징 따위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영원한 정신적 궁핍과 감정적 황폐에 유폐되는 저주 속에 있다는 걸 뜻한다.
「나의 베아트리체」는 2005년 10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위한 예열(豫熱) 행사로 그해 봄 라이프치히에서 있었던 한국작가(시인 ․ 소설가) 작품낭독회에 참가하면서 겪은 일. 인생살이에서 심심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큰 것이니, 독자에게 내 여행 얘기 한 자리 심심풀이로 들려드리려고 써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