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게쓰 모노가타리(雨月物語)』는 일본 근세 에도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중국의 『전등신화』나 한국의 『금오신화』에 비견되는 일본 설화문학의 진수이다. 에도시대는 ‘막번체제(幕藩體制)'와 ‘참근교대(參勤交代)'가 시행되고 조선 활자의 보급으로 전업 작가들이 출현하면서 서민인 ‘초닌(町人)'들이 문학의 향수 계층으로 부상하는 시기였다. 특히 에도 후기에는 서민들의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세태와 인정을 그린 <우키요조시(浮世草子)>가 나타나고, 중국의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등의 소설이나 희곡 등이 소개되면서 이들 작품을 번역하거나 번안한 소설 <요미혼(讀本)>이 등장하였다.

우에다 아키나리는의 작가인 우에다 아키나리(上田秋成)는 에도(江戶)시대(1602-1874) 후기 소설장르인 <우키요조시>와 <요미혼>의 대표적 작가이다. 그는 『전등신화』 『경세통신(警世通言)』 『오잡조(五雜俎)』 등 60여 종의 중국소설과 고사집, 『니혼쇼키(日本書紀)』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 『호겐 모노가타리(保元物語)』 등 100여 종의 일본고전에서 자료를 빌려와 모두 9편의 설화로 이루어진 『우게쓰 모노가타리』를 완성하였다. 그 작품들 중 「중양절의 약속」 「꿈속의 잉어」는 중국소설의 번안소설이며, 「잡초 속의 폐가」 「뱀녀의 음욕」 역시 중국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도 일본의 설화를 재구성한 것들인데 이들 속에는 중국소설에서 빌려온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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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키나리는 중국과 일본의 고전을 설화의 소재나 삽화의 일부로 이용하고 한어와 고어를 섞은 고답적인 문체를 구사했다. 하지만, 문장이나 구성 그리고 내용 등을 살펴보면, 『우게쓰 모노가타리』는 단순한 중국고전의 번역이나 번안 작품이 아닌, 아키나리의 독자적인 문학성과라고 할 수 있다. 탁월한 언어감각과 독자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뛰어난 구성과 명쾌한 주제를 제시하여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편에 걸쳐 풍부한 고전 지식과 날카로운 감각, 우아한 문장과 긴밀한 구성과 군데군데 복선 등을 바탕으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허구의 세계를 완성하여 독자들을 환상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기존의 봉건질서와 유교적인 윤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나 그 이면에 감추어진 새로운 인간상을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면 전란 속에서 절개를 지키다 죽어간 열녀(「잡초 속의 폐가」), 사람을 잡아먹는 악귀의 성정과 그 이면에 곧고 굳건한 심성을 가진 스님(「푸른 두건」), 계집의 깊은 정욕에 흔들리면서도 끝내 이를 물리치는 심지가 곧은 사내의 모습(「뱀녀의 음욕」)과 이와는 반대로 파탄을 초래하는 주인공(「기비쓰의 가마솥 점」) 등은 바로 그가 창조한 인간상인 것이다. 이 밖에도 죽음으로 약속과 신의를 다하는 사무라이(「중양절의 약속」)나 허세를 비판하고 검약과 근면을 강조한 현실적인 금전관(「빈복론」) 등에는 당시 에도시대 일본인의 윤리의식과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처럼 그는 유창한 아문체 문장으로 신비한 분위기의 작품 세계를 창출하여, 그 속에 봉건사회의 틀을 넘어선 인간미를 풍기는 사람들을 창조하였으며, 더 나아가 인간 그 자체에까지 깊은 비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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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게쓰 모노가타리』는 근대소설의 성격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근대 소설관과도 상통하고 있는 아키나리의 소설관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소설이란 권선징악의 방편이 아니고 재미있게 꾸민 이야기로서, 일단 완성된 작품은 독자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때문에 『우게쓰 모노가타리』는 중국과 일본의 고전을 전거로 삼았지만, 원작들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소설관과 비평 정신은 사후에 나온 『하루사메 모노가타리(春雨物語)』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었으며, 에도 말기의 산문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 『우게쓰 모노카타리』는 재단의 외국문학 번역지원을 받아 문학과지성사에서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