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기를 고대, 중세, 근대라고 삼등분 할 수 있듯이 ‘근대’라는 용어가 가리키는 시기와 함의하는 바는 크고 모호하다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라는 개인을 발견한 인문적 성찰, 불가사의한 초자연의 세계에서 과학세계로의 전환 그리고 종교의 개혁으로 특징지어지는 르네상스 이후의 시기, 자본주의의 성립과 시민사회의 성립을 분기점으로 삼은 17, 18세기이후, 그리고 더 좁게는 당대 혹은 현재성을 가리키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근대‘성’이란 ‘근대’의 성향이나 특질을 말하는 것으로 명쾌하게 정의되기보다는 앞뒤의 문맥에 따라 의미매김하고 사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에게 있어서의 근대(성)’ 또는 ‘근대와 문학’에 대한 질문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으며 그 의미망 또한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근대라는 용어가 시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문학의 근대성은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그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그 시간의 기억 속에서 개인이 깨닫고 새롭게 인식하는 것에서 근대(성)와 문학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대와 나의 문학’은 동시대성이라는 근본적인 동질성을 가지면서도 무수한 개별성과 변별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작품으로 구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특집의 주제 ‘근대와 나의 문학’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중수교 15주년을 맞아 개최된 <한중문학인대회>의 한중문학포럼 주제이기도 한 ‘근대와 나의 문학’은 지정학적 근친성에 기인하여 수천 년 동안의 우호적인 영향관계와 40여년의 단절, 그리고 다시 회복된 15년의 관계 속에서 ‘다름’과 ‘같음’을 모색하는 의미가 있다. ‘근대’가 함의하고 있는 같으면서도 달랐던 불행한 근대사의 상처를 딛고 ‘근대’가 작가에게 가져다준 축복과도 같은 개별성과 다원성을 통해 서로 ‘다름’을 확인함으로써 두 나라 문학의 소통과 이해, 궁극적으로는 ‘같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특집에는 한중문학포럼에 글을 보낸 양국을 대표하는 40여 작가의 글 가운데 한국의 고은 은희경, 중국의 모옌(莫言)과 차오원셴(曹文軒)의 글을 수록하였다. 근대와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네 작가의 글을 통해 근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한국과 중국 양국문학에 대한 이해의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