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트 씨는 빨갛게 충혈이 된 눈으로 컴퓨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귓등에 꽂아둔 담배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방안은 이미 담배연기로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창가에 올려둔 화초들은 누렇게 시들었고 재떨이에는 담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얼마나 오래 방안에만 처박혀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이쑤시개를 자근자근 씹으며 마우스를 빠르게 클릭 했다. 적군을 죽일 때마다 점수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가 웃는 경우는 점수가 쌓이는 그 순간뿐이었다. 혹시나 상대편 총에 맞아 자기 아바타가 쓰러지면, 그는 왼 허벅지에 올려둔 오른 다리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러고는 이미 담배로 포화상태인 재떨이에 침을 뱉었다.
“이 자식은 꼭 Y사장이랑 똑같이 생겼네. 날 자른 새끼들은 다 뒈져 버려라!”
그는 자신을 쏜 상대 아바타를 향해 총을 겨누고 마우스를 재빨리 클릭 했다. 누군가에게 총을 맞을 때면 그는 꼭 Y사장을 떠올렸다. 타이어 회사에서 쫓겨난 건 그의 불성실함, 나태함 때문이었지만 그는 모든 탓을 Y사장에게 떠넘겼다. 그는 문제만 생기면 남 탓을 하기 바빴다. Y사장은 그에게 ‘당신의 문제는 바로 그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그는 한 달이 넘게 방안에만 처박혀 게임 속에서 살고 있는 수천 혹은 수만 명의 Y사장을 향해 총을 쏘고 또 쏘았다.
첫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그는 아내에게 ‘사장이 자신의 가능성을 알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두 번째 회사에서 잘렸을 때에는, ‘사장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부하직원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냉혈한 인간’이라고 변명했다. 아내는 조금 쓸쓸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회사에서 잘리고 와서 ‘사장이’ 라고 말을 꺼냈을 때, 아내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말 속이 좁은 여자야’라고 생각했다.
창문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프린터 위에 놓아둔 탁상달력이 잠시 팔랑거렸다. 그는 마우스에 손을 올려둔 채로 18일에 빨간 하트 모양이 쳐져 있는 것을 힐끗 보았다. 날짜 밑에는 S라고 적혀 있었다. 18일이 무슨 날이었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다시 모니터를 주시했다.
모니터를 본 그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좀 전까지만 해도 모니터 속은 어두운 거리를 배경으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건물 여기저기 숨어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까만 화면 한가운데에 굵은 흰 글씨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호세트 씨, 목숨을 건 게임 한 판 하시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이름이 모니터에 나타난 것에 놀랐지만 곧 대수롭지 않은 듯 씩 웃어넘겼다. 컴퓨터 게임을 같이 하던 누군가가 자신에게 장난을 친 것이라 여긴 것이다. 그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