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e Geschichte des Herrn Han(한씨연대기, 황석영 작)』(강승희, 오동식, 토르스텐 차이악 共譯)
얼마 전까지 문자 그대로 한국이 '은둔의 나라'라고 불렸던 것처럼 한국문학 작품이 다른 나라에 알려지지 않아 외국 사람들이 '거기에는 어떤 문학, 예술이 있느냐'고 묻던 것이 어제 같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문학 작품이 각국의 외국어로 활발하게 번역되고 있어, 작가뿐만 아니라 문학 애호가는 누구나 반갑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문학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지 않았으나 제대로 된 번역 작품이 없는 동안에는 마치 문학이 없는 나라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활발한 지원으로 한국문학은 명실상부 세계문학 속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많은 번역자 가운데서 이번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받은 오동식, 강승희, 토르스텐 차이악 제씨는 독어권에서 부지런히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 '번역팀' 중 하나이다. 팀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럽어권으로 번역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한국인 번역가와 해당 언어권 번역자가 공동작업으로 하고 있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지원기관의 요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문학 작품 가운데 황석영의 소설은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그의 소설인 『한씨연대기』가 위에서 언급한 오동식 씨 등에 의해서 독일의 저명한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데테파우(dtv)에서 『Die Geschichte des Herrn Han』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번역팀은 황석영의 전문가라고도 볼 수 도 있다. 최근의 황석영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도 같은 팀이 번역(『Der ferne Garten』, dtv)하였다.
번역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원래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원작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였는지, 이국적이지만 마치 자국어 작가가 쓴 작품처럼 육화-여기서 육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하였는지, 물 흐르듯이 유려하게 잘 읽히는지 등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씨연대기』 번역은 유려하고 잘 읽히며 성실하게 번역한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글자나 단어 하나하나를 옮기기 보다는 시의에 맞게 하였으며 따라서 원작의 의미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독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한 우수한 작품이 되었다.
외국어 작품 번역이 셰익스피어의 독역처럼 그 나라의 작품으로 육화될 수 있다면 최상의 번역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작품은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한 점이 발견된다. 문학 작품의 번역이 학술 서적이 아니라면 주석은 가능하면 삼가는 것이 좋겠다. 예컨대 ‘다방’을 원어로 사용하면서 주석을 달았으나, 후반부에서는 ‘찻집’이라고 하였다던가(통일되지 않았음), 독어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번역 작업에서 두 문화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나 용어는 원전에 없으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주석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번역이건, 창작물이건 혹은 한국을 소개하는 개념서나 여행 안내서이건 발행한 것만으로도 우리로서는 반가운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것을 어느 출판사에서 발간하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가 온 것 같다. 우리가 번역하여 출판하는 것을 발행 자체만으로 기뻐하던 시대가 지나고, 책 시장에서 얼마나 홍보 혹은 판촉활동을 하여 여러 사람에게 주지시키고, 읽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데테파우 출판사는 독일의 가장 유명한 출판사 중 하나로서, 독일어권 독자에게 널리 홍보도 하고 있는 출판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