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1991년 이래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로 하여금 마음의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는 광화문글판.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 본사를 비롯해 전국의 교보생명 사옥에 걸리게 될 광화문글판의 2007년 겨울편 문구를 소개한다.
어머니 저를 일찍 깨워주세요
내일은 모든 새해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거에요
광화문글판 겨울편 문안은 영국의 대표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오월의 여왕」 중 앞부분이 선정되었다. 다소 여성적인 뉘앙스에 깃든 설렘이 벌써부터 2008년 새해 첫 날에 대한 기대를 부추겨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하다.
겨울편 문안 선정을 위해 인터넷 공모와 선정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올라온 후보문안은 총 24편이었다. 7명의 선정위원(장영희 서강대 교수, 최승호 시인, 김광일 조선일보 문화부장, 소설가 공선옥, 김대영 재단 상임이사, 윤상철 교보생명 고문, 서천일 교보생명 브랜드관리팀장)들은 이를 대상으로 2번의 투표를 거쳐 4편의 최종 후보작을 추려내고 그 중 테니슨의 시 「오월의 여왕」을 선정했다. ‘오월의 여왕’이라는 제목과 별개로 새해 새 날을 맞이하는 발랄한 기운이 돋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여느 해보다 시끄러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흐름에 휩싸이다 보면 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맞이하기에 소홀하기 쉬울 터이다. 새해는 언제나 어김없이 희망을 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직 이루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수많은 아쉬움들을 뒤로 하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내일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참고로 이번 겨울편 문안회의에서 최종 논의된 시구들을 소개한다.
첫눈 오는 날이면
등불을 내걸래요
인간의 마을로
돌아오는 그대를 위하여
- 권갑하 「첫눈 오는 날이면」 중
눈발 속에서도
숲이 저토록 아름다운 것은
서로에게 기댈 가슴이 있기 때문이라네
- 양현근 「사랑」 중
겨울이 추운 것은 서로 손잡고 살라는 뜻이다.
손잡아 마음까지 나누며 살라는 뜻이다.
- 이정하 「그 겨울」 중
*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 1809 - 1892)은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서 “언어의 마술사”라고 불리며 1850년 워즈워드의 후계자로 계관시인이 되었다. 대표작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한 장시 『인 메모리엄』과 『이노크 아아든』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