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은 멈췄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휴전선(休戰線)이라는 명칭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쟁의 검은 구름은 아직 한반도에서 채 걷히지 않았다. 그 구름이 이 땅에 드리운지 어언 반세기를 앞두고, 전쟁의 한쪽 당사자였던 한국과 미국의 관계자들이 모여 전쟁이 남긴 의미를 점검하고 상호이해와 치유를 통한 전쟁종식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6월 21～25일 미국 몬태나주 미줄라시 소재 몬태나주립대학 맨스필드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전 -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에는 박완서, 김원일, 이문열, 윤흥길, 홍성원(이상 작가), 서지문(고려대 교수), 백선엽(전 육참총장), 온창일씨(육사교수) 등 10명의 한국측 참가자들과 도널드 그레그(전 주미대사), 데이비드 맥켄(하버드대 교수), 리처드 김(재미작가, 한국명 김은국) 등 미국측 참가자 12명이 모여 ‘시․소설 작품을 통해서 본 인간의 중요성’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인간의 목소리, 전투 그리고 시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 등 10개의 세부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행사는 맨스필드연구소가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행한 세 번의 전쟁(베트남, 한국, 태평양)에 대해 해당국가의 작가, 언론인, 군인 등을 초빙해 갖는 ‘대화’의 일환이다. 3년에 걸쳐 시행되는 이 행사에서 한국전은 작년 베트남전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토론회의 미국측 대표인 필립 웨스트 교수(맨스필드연구소 디렉터)는 문학작품을 통한 접근은 학술토론보다 훨씬 리얼리스틱해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며 작가 위주로 패널을 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가까운 장래에 북한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보다 균형잡힌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전 - 한국과 미국과의 대화’는 대산문화재단의 학술․문화행사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