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청소년 연극제 시상식, 우수지도상에 선린정보산업고등학교의 이연심 교사가 호명되고 상을 받는 순간 2층 객석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나 객석을 향해 꾸벅 절을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선린 연극반의 어머니 이연심 교사를 재단 사무국에서 만나보았다.
선린 연극반은...
선린 연극반 <아우내>는 개교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탄생했어요. <아우내>는 ‘아름다운 우리의 내일을 위하여’란 뜻이에요. 연극적 지식이 전혀없는 상태에서 만나 9개월 동안 맹훈련을 겪은 지금은 학생들 스스로 신입단원에게 기초훈련 정도는 확실히 시킬 수 있는 정도에요. 제가 보기에 다소 연기가 거칠고 잔 테크닉이 부족하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순진하고 순박한 연기를 하죠.
양호선생님과 연극...
서울대 재학시절 총연에서 극회활동을 했어요. 졸업하고 2년 동안 간호사활동을 하다가 교직으로 옮기면서 교사극회와 연을 맺고 연극을 다시 시작했죠. 전 학교에선 연출가이지만 학교 밖에서는 배우에요.
작품에 대해...
「다녀오겠습니다」는 정하연 선생님 작품인데 현실에 맞게 각색했어요. 지금 고등학생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를 표현해보자는 생각에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가 알아봤어요. 연극반 아이들과 논의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 중 왕따와 집단폭행, 두발문제를 우리 연극에 녹여내기로 했어요. 그래서 등장한 인물이 ‘줄래’에요. 원작에는 없죠. 연출하면서도 ‘줄래’에 대한 왕따와 폭행을 실현해 내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해 표현하기 위해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위기의 순간...
서울 예선대회를 앞두고였죠. 갑자기 비중있는 역할인 극중 개그맨 역을 맡은 한 학생이 공연을 포기하겠다는 거에요. 다행히 다른 학생이 그 역할을 맡아 짧은 연습기간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소화해냈지만, 그 10일 동안은 지옥같았어요. 또 하나는 소영역을 맡은 학생이 공연 전날 연습 도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손가락이 으스러진 사고에요. 연기에 지장이 있다고 깁스를 거부하는 아이를 보며 고마우면서도 막막하더라구요. 막상 공연 10분 전까지 통증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하던 아이가 막이 오르니까 오기로 버티는 거에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통증이 가셨는지 펄펄 날듯이 춤을 추는데, 그렇게 감동적이고 고마울 수가 없었어요.
연극제에 바라건대...
본선대회 공연 스케줄이 너무 빠듯해요. 특히, 저희처럼 토․일요일에 공연했던 학교들은 더 했을 거에요. 하루에 세 학교가 공연을 해야 하니까요. 내년에는 더 많은 학교가 참가하고, 더 많은 분들이 함께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국내에 여러 청소년 연극제가 있지만 전국 청소년 연극제가 가장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대상 상금은 선린의 연극반 발전을 위한 워크숍에 쓰기로 했어요. 저희 학교의 개인상 탔던 학생들도 모두 상금을 아낌없이 내놓았죠. 단체상 뿐 아니라 개인상까지도 선린 연극반원 모두에게 준 상이라고 생각한 거죠.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연극이니까요. 앞으로도 선린연극반은 선린만의 냄새와 색깔이 있는 연극을 가지고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 계속 도전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