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황동규, 정현종, 조정권, 이성복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시인과 프랑스 시인인 클로드 무샤르(파리 8대학 교수), 알랭 제네지오 교수(소르본대 교수)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시낭송회가 열렸다. 대산문화재단과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공동주최로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 계간지 ‘포에지Po&sie’의 한국시 특집호 발간을 기념하여 지난 10월 8일 저녁 7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한․불 시낭송회(Soirée de Lecture de Poésie Coréenne traduite en Français)’에는 파트릭 타이양디에 문화참사관 등 주한프랑스대사관 관계자와 김치수(이화여대), 정과리(충남대), 홍승오(서울대) 교수 등 많은 불문학자와 일반인들이 참가하여 250석 규모의 소극장이 부족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신미영, 장성근씨의 샹송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시낭송회는 김춘수, 정현종, 이승훈, 황동규, 최승호, 조정권, 송찬호, 남진우, 이성복 시인이 ‘포에지’에 실린 자신들의 작품 가운데 두 편씩을 클로드 무샤르, 알랭 제네지오, 김희균씨 등 프랑스 참가자들과 함께 우리말과 불어로 번갈아 낭송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시집으로만 접했던 우리 나라의 대표적 시인들을 직접 보게 된 청중들은 가을 밤에 퍼지는 시의 향기를 만끽하려는 듯 우리말과 프랑스말로 낭송되는 시들을 차분히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처용단장」을 낭송한 김춘수 시인은 시낭송에 앞서 한국시를 소개해 준 「포에지」에 감사의 뜻을 전했고 클로드 무샤르 교수도 한국 시인들을 직접 만나고 시도 함께 낭송하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고은 시인의 시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알랭 제네지오 교수는 고은 시인이 하버드대 객원교수로 가 있는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자신이 번역한 「Les grues de l'Himalaya 히말라야의 학」을 낭송하기도 했다.
소설가 이청준 씨는 ‘지난 5월 파리 방문시 클로드 무샤르 교수 집에서 하루밤을 묵으며 지하 창고의 포도주를 너무 많이 축냈다’고 무샤르 교수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다시 만난 반가움을 표하고 그의 시 「내면」「하찮은 삶」등 두 편을 직접 낭송했다.
마지막 순서로 클로드 무샤르 교수와 김희균씨가 기형도의 「포도밭 묘지」를 낭송하면서 1시간40분간의 시의 향연이 막을 내렸다.
기자간담회, 대학강연회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은 클로드 무샤르 교수는 시낭송회 내내 한국 시에 대한 감흥에 젖은 듯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시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 한불 시낭송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모두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낭송함으로써 한국시의 강인한 생명력과 힘을 프랑스 문화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포에지(Po&sie)는
1977년 창간된 ‘포에지’는 프랑스 유수의 시전문 계간지이다. 현재 미셸 드기(Michel Deguy)가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로베르 마르토, 미셸 샤이유, 자크 루보, 클로드 무샤르 등 15명의 프랑스 시인, 작가들이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시를 비롯해 산문, 문학, 비평, 철학 에세이 등이 게재된다. 그 동안 포에지가 기획한 특집은 폴 셀랑, 중국문학, 말라르메 특집 등 세 번 이었지만, 특정 국가의 현대시에 전지면을 할애한 것은 올해 여름 간행된 88호(한국시 특집호)가 처음이다.
클로드 무샤르(Claude Mouchard)는
1941년생으로 현재 파리 8대학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포에지> <현대문학> <문학과 정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상실』『여기』『대기』등이 있다. 그는 한국시에 대해 “한국시는 프랑스 시가 잃어버린 무엇인가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사회적 현실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힘입니다. 한국시에는 솔직함, 용기, 열정이 스며 있습니다”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