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웹진

지난 10월에 있었던 세 명의 영국작가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우리에게 몇가지 가치 있는 의의가 있다. 영국문화원의 문학 담당 부서는 세 사람을 선정했고, 대산문화재단의 기금으로 그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인들, 심지어 작가들까지도 늘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그들은 유명한가?” 하는 것이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은 훌륭한 작가인가?”라는 더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것은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문제이다.

자질과 명성은 항상 함께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는 듯하다. 한국의 ‘유명한’ 화가들은 상당히 비싼 가격에 그림을 판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볼만한 가치가 있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는 정말로 읽을 가치가 없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사주는 ‘유명한’ 작가들이 있다.

이번에 방문한 세 명의 영국 작가들은 영국에서 아주 ‘잘 알려진’ 작가들이다. 1967년에 출간된 폴 베일리(Paul Bailey)의 첫 번째 소설은 세 개의 주요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한 권의 소설은 1977년에 영국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소설가상’(Booker Prize)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최근작 『키티와 버질』(Kitty and Virgil)이라는 소설은 1998년에 출간되었는데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그는 수년동안 연극 배우이자 TV 연기자였다.

미셸 로버츠(Michele Roberts)라는 여류 작가는 지금까지 8권의 소설을 출간했는데 그 중 한 권은 1992년 ‘영국 소설가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는 또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는데 폴 베일리와 마찬가지로 비평가와 방송인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최근작 중 하나는 1997년 발간된 『불가능한 성인들』(Impossible Saints)이라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루이자 영(Louisa Young)이라는 여류 소설가는 그녀의 이름에 걸맞게 젊은 여류 소설가인데 최근에 『그리운 카이로』(Missing Cairo)라는 소설을 처녀작으로 출간했다.

나는 앞서 말한 세 권의 소설을 모두 구입해서 읽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이 작가들이 한국에서 유명하진 않지만 그에 앞서 정말 훌륭한 작가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떤 면에서 그들이 ‘훌륭한’ 작가인가 하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면 나는 번역하기 까다로운 영어 단어 중 하나인 “interesting”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는 것은 여실히 이러한 나의 인상을 확신시켜 주었다. 그들은 흥미롭고, 견문이 넓고, 박식하고, 명확하고 아주 세심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려 깊게 대해 주었다. 그들에게 “나는 유명한 작가니까 나를 존경해라”라는 의식은 없었다. 한국 독자들과 영국인 작가들이 만나는 이 첫 번째 행사에서 세 명의 작가와 작품들은 확실히 잘 선정된 것 같다. 국적을 초월한 만남이라는 주제는 아주 적절했지만 세 명의 작가들이 쓴 작품 속에서 나타난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성 정체성의 주제와 이성관계에서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오늘날 영국에서 그 세 명의 작가들이 그러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특히 흥미롭다. 비록 사회 속에서의 여성에 대한 완전한 인식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러한 논쟁에서 남성을 포함하지 않고 ‘페미니스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세 명의 작가들이 한국 작가인 오정희와 김승희를 만났다는 사실은 아주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언어가 다르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들이 함께 만나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말을 통하지 않고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데서 알 수 없는 커다란 기쁨마저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세 명의 영국 작가들이 가져다준 가장 중요한 의미는 아마도 “유명하다”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사실이다. 작가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모든 것에 모든 마음을 여는 것이요, 개개인에게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이요, 문학 속에서 관심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