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시월의 끄트머리에서 나는, 8월의 이글대는 햇살 속에서 열린 문예캠프에 대한 나의 기억의 편린들을 내 속에서 하나 둘씩 끄집어내 보았다. 벌써 3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이건만, 캠프의 영상과 그때 받은 감동, 그리고 아름다운 얘기들은 지금껏 생생하고 또렷한 상으로 내 머리 속 한 구석에 곱다시 서려 있었다.
작년에도 나는 문예캠프에 참가한 바가 있었던지라. 금년에 다시 맞은 이 캠프에서는 감회가 새로워 지난번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세세한 것들에 자연스레 눈이 가 머물렀으며, 이미 캠프절차를 밟아 본 적이 있느니 만큼 이번 캠프에서는 지난번보다는 덜 소극적인 모습으로 지내려고 노력했다. 연수원에 오기 며칠 전 걸렸던 감기의 기운으로 첫날에는 약간 어지러웠으나 인솔하시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의무실에서 약을 먹고 곧 나을 수가 있었다. 그때 그분의 눈에서 전해지던 따스함은 그 뒤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우리의 고마운 분들이 만드신 이 울타리 안 풀밭에서, 서로 처음 보는 데서 비롯한 서름한 모습들을 웃음과 이야기로 깨끗이 지워 가며 우정을 그려 넣기도 하고 때론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서 함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평화로운 목장에서 한가로이 신선한 풀을 뜯고 있는 양떼처럼 우리들은 연수원 안에서 여러 훌륭하신 작가선생님들께서 우리에게 건네주시는 영양가 높은 양식을 섭취하여 제각기 자신의 몸을 살찌움으로써 그 어떤 기쁨에도 비할 수 없을 만치의 낭만을 맛보았었다. 내 맘속에 그때까지의 가상적으로 자리하고 계시던, 내 어린 동경 속의 작가선생님들이 실제로 내 눈앞에 서서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진정 어린 목소리로 들려주셨을 때, 그리고 문학의 밤에서 많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고민이나 아픔이 담긴 솔직하고 아름다운 시를 내게 속삭여 주었을 때, 나는 내게로 한없이 밀려드는 서늘한 전율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얼핏이나마 문학이라고 하는 것의 참모습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진솔한 경험의 표현을 읽고서 그것에 공감해 주고, 또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남 앞에 드러내어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하려 애쓰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문학이라는 다리가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게 놓여 있는 한, 인간은 결코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캠프기간동안 내 맘속에 무수히 일던 알 수 없는 설렘과 따스함, 그리고 여러 친구들의 눈동자에 담겨 있던 순수함이 변질되지 않은 채 언제까지고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