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인 하버드대에 한국학연구소(Korea Institute)가 선을 보인 것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소(East Asian Research)의 페어뱅크센터(Fairbank Center) 내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이 연구소는 1993년에 완전한 독립기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현재 한국학연구소의 운영위원회(Executive Committee)는 카터 에커트(Carter Eckert), 에드워드 베이커(Edward Baker), 밀런 헤이트머넥(Milan Hejtmanek), 데이비드 맥켄(David McCann), 윤충남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카터 에커트, 밀런 헤이트머넥, 데이비드 맥켄은 하버드대 교수로 재임 중이다. 에커트 교수는 한국 근대 경제사, 헤이트머넥 교수는 조선시대 정치사회사, 맥켄 교수는 한국 현대문학을 각각 전공하고 있다.
1999～2000 학기에 하버드대에 개설된 한국학 관련 강좌는 언어와 문학, 역사코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언어에 8강좌, 문학에 3강좌, 역사에 9강좌로 아직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하버드대 내에서 부정기적으로나마 한국문학과 관련된 강좌가 개설되기 시작한 것은 마셜 필(Marshall Phil) 교수가 하버드 대학의 학술담당(Academic Administrator)으로 재직하는 동안부터였다. 그 덕분에 필 교수 자신을 비롯한 데이비드 맥켄, 캐슬린 맥커시(Kathleen McCarthy), 에마누엘 패스트리치(Emmanuel Pastreich)와 같은 학생들이 하버드대에서 한국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의 한국문학 연구와 강좌는 데이비드 맥켄이 한국문학 교수로 부임해오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현재 하버드대에서 행해지는 3개의 한국문학 강좌는 모두 맥켄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이중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강좌는 한국 고전문학사의 다양한 문학 장르들 - 향가, 시조, 소설, 판소리 그리고 한시(漢詩) -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을 선정하여, 이들을 올바로 해석․번역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 현대시 세미나 강좌에서는 한국문학의 번역과 소개의 촉진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 강좌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한국 현대시에 관한 논문을 제출하고 대표적인 한국 현대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현재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는 이미 한국문학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독자가 아닌, 문학 일반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독자들에게 양질의 한국문학 번역서를 제공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보다 폭넓은 독자층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한국문학 연구자들을 배출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작업이다. 이를 위해 하버드대에서는 지속적인 한국문학의 번역과 소개, 새로운 한국문학 학술지의 발간, 그리고 지난 10월 8일 개최된 ‘고은 시인의 밤’과 같은 한국문인 초청행사 등 다양한 학술․문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