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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 리뷰_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중국인민에게 호소하는 번역

글 | 손지봉_통번역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중전공 교수. 1960년생
중역서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소설 동의보감』(공역) 등

- 중역 이호철 소설 『소시민
 
 
 
이작품은 이호철의 장편소설 『소시민』의 중국어 번역본이다. 중국 길림출판집단(吉林出版集團) 길림문사출판사(吉林文史出版社)에서 2011년 12월에 간행했으며, 번역자는 최성덕(崔成德)이다.

이 소설은 1964년에서 1965년까지 월간 『세대』에 연재된 장편소설이다. 실제 함경남도 출신인 작가가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월남한 자신의 자전적인 내용을 소설화하였다. 이호철은 이 소설을 계기로 성장소설에서 세태 풍자소설로 작품의 풍격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소설 이후 이호철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여 옥고를 치루기도 하였다. 그만큼 이 소설은 작가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며, 당시 ‘소시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킨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한국전쟁 시기인 1951년 피난민들의 집결지였던 부산이다. 인민군에 쫓기고 쫓겨 한반도의 끝자락까지 밀려난 상황, 전쟁의 여파로 생필품은 물론 식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절박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실상과 복합적인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이다.

현재 남북은 대치 상황에 있으며 여전히 중국은 북한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상황에서, 본래 국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국군이 인민군을 도움으로써 다시 낙동강까지 밀려나야 했던 당시의 전황(戰況) 즉 남북과 중국의 기본적인 관계에는 변함이 없기에 이 소설의 중국어 번역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이념적 대립과 정치적 갈등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속절없이 이지러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므로 많은 중국의 독자들에게 이념적 대립이 주는 위험성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가나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그런 문제의식을 얼마나 지니고 있었는지는 회의적이다. 표지부터가 부적절해 보인다. 표지에는 노인이 평화롭게 앉아서 짚신 등 짚으로 엮은 여러 가지 상품을 파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소시민’이라는 제목 아래 ‘ORDINARY CITIZEN’이라는 영문 제목이 부기되어 있다. 게다가 하이틴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 페이지마다 꽃무늬 배경의 종이를 쓰고 있어 시각적으로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한 것도 문제이다.

이 소설은 영문 제목처럼 그렇게 ‘평범한 시민’을 그린 것도 아니고 표지처럼 평화로운 생활이 담겨있지도 않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 같이 부조리한 시대를 만나 뿌리를 잃은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남해서 떠돌다가 국수가게 종업원이 된 주인공 ‘나’를 비롯해서 단순 무식하지만 원조 밀가루를 잘 이용하여 부를 축적한 가게 주인, 복잡한 가정문제로 신경질적인 주인집 여자, 고등고육을 받고 남노당의 지역 책임자였지만 삶에 찌들게 된 정씨, 방직공장 여공인 정씨의 여동생, 같은 종업원인 신씨, 옛날 정씨의 부하였지만 이제 이승만정권에 빌붙어 테러도 마다하지 않게 된 종업원 김씨, 영장을 받고 일선에 나갔다가 전사하게 되는 종업원 곽씨, 한 때 일본 명문대를 나온 지식인이었으나 이 가게에서 기식하다가 결국 자살한 강씨, 미국 제품 장사를 하는 강씨의 부인, 강씨의 딸이면서 개방적인 메리, 가게 부엌에서 일하다 양공주로 전락하는 천안 색시 등등 전쟁으로 인해 뒤죽박죽된 삶을 살고 있다.

이 번역작품은 이 다양한 인물들의 굴곡진 삶을 원문에 충실하여 잘 번역해 내고 있다. 다만 전혀 오역이 없는 매끄러운 번역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아쉬움이 있으나 가독성이 있어 작품에 몰입할 수는 있다.

이 작품은 번역 대상으로는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다. 무엇보다 용어가 어렵다. 1950~60년대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하므로 시사적인 용어가 나오며, 시장바닥에서 쓰는 용어나 대화체에 구현된 방언 등이 번역에 어려움을 준다. 이 번역본에서는 먼저 시사적인 용어에 대해 주석을 달아서 당대 시대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특정 집단의 용어나 방언 등에 대해서는 번역의 한계를 인정하고 방언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표준어로 번역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양한 지역 인텔리에서 하층민까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펼치는 언어를 표음문자도 아닌 표의문자의 중국어로 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는 번역가의 문제라기보다는 번역 특히 중국어 번역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번역했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의 압권은 정씨와 김씨의 인식전환이다. 이들은 한때 남노당 일원으로서 정씨는 지역 책임자였고 김씨는 그 부하였다. 그러나 전쟁에 쫓겨 피난민 생활을 하게 된 상황에서 정씨와 김씨의 위치는 전도된다. 생계를 위해 남노당의 적이었던 이승만 정권에 빌붙은 김씨가 정씨에게도 자신과 같이 하자고 권유하고 그로 인한 갈등이 노정되지만 결국에는 정씨가 김씨의 생각이 옳다는 데 동의하는 과정이 그렇다. 처음 정씨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김씨의 얼굴에 술을 뿌리고 김씨에게서 사과도 받지만 김씨와 같이 어울려 고급술집에 가고 또 큰 돈을 받으면서 결국 현실에 타협하고 김씨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데 이 과정을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내고 있다.

결국 정씨는 주인공에게 다음과 같이 한탄하게 된다.
“그전에는 저자와 나를 묶고 있던 것이 공동의 주장이라는 알량한 것이었지만, 이제부턴 생활력으로 둔갑을 했능기라. 돈 많은 놈이 우위에 서게 되능기라. 내가 아무리 그리 안되려고 발버둥을 쳐도 현 실정은 그렇지가 못하지러. 안 그렁교?(以前把他和我捆在一起的是所謂的理想, 沒有實質的東西. 現在開始轉變成生活能力. 有錢的人站在好位置上. 我無論如何掙扎也改變不了, 實際情況也不允許. 不是嗎?)

이호철은 이 번역본의 중국독자에게 주는 글에서 이 소설은 『남녘사람 북녁사람』 이후 두 번째로 중국어로 번역되는 작품이라 하면서 자신이 월남하여 최하층 생활을 하면서 일기로 썼던 것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소개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우리가 남북통일을 갈망하듯 중국도 통일 대업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는 형태야 어떻든 중국과 한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전히 이념적 대립으로 같은 민족끼리 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해소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세계정세에서 중국의 입김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이때 남북통일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작품을 읽는 중국 인민 하나하나에게 이념적 대립과 분단 그리고 전쟁이 초래한 한국 하층민들의 비극적 삶을 깊이 각인시킴으로써 한국의 분단이 종식되고 평화적 통일이 이뤄져야 함을 느끼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 중역 『소시민』은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을 받아 중국의 길림문사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