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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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게 갈수록 ... | 함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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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의 시 : 사람, 자 ... | 서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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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20년, 걸어갈 20 ... | 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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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하게 밥을 먹여주는 ...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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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문호와 지성들이 ... | 최미경
한국문단의 별장, 광화문 ... | 김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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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델마와 루이스 ... | 김인숙
침묵의 미래 ...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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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 눈의 전화 ... | 강신애
세번째 - 젊은 작가여 , ... | 김도언
네번째 - 나쁜 짓 , 해보 ... |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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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문인의 생명력과 한 ... | 전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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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부문 - 언어 너머를 ... | 서경석
번역 부문- 전쟁의 소용 ... | 송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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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없다면 공통성도 ... | 모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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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오적」과 ‘ ... | 최재봉
이 계절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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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대 영화
욕망과 사랑의 경계는 어 ... | 이대현
우리시대의 화제작
억압적 사회의 알레고리 ... | 전철희
내 글쓰기의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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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후기
다시, 몰아 읽는 일기 ... | 박성준
나의데뷔작
두 번의 등단, 두 번의 ...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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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출신 매체 변천사 ... | 최시한
명작순례
이슬람 신앙의 순애보(純 ... | 이윤재
번역후기
다정하고도 낯선 한국 여 ... | 김현자
번역서 리뷰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중 ... | 손지봉
새로 나온 책
N.E.W BOOKS ... | 운영자
재단 소식
대학생동북아대장정 동북 ... | 운영자
글밭단상_ 네번째 - 나쁜 짓 , 해보셨나요 ?

글 | 김경민_제10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수상. 1988년생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갓 새내기티를 벗고 나도 이제 진짜 대학생이 되었노라고 우쭐해져 있을 무렵, 소설 수업 시간에 과제 하나를 받았다. 대학 생활 중 저질렀던 “나쁜 짓”을 써오라는 것이었다. 생각나는 것이 없으면 새롭게 만들어 와도 좋다고 했다. 분량도 제법 길었다. 나와 동기들은 같은 의문에 사로잡혔다. ‘대체 어느 정도가 나쁜 짓 인거지?’ 몇몇 선배들로부터 도둑질 및 기타 범법 행위를 하거나 나체로 운동장을 달리고 인증하면 이후 모든 수업을 빠져도 A+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다. 상상 이상의 스케일에 모두 겁에 질렸다. 도망치고 싶은 욕구마저 들었지만 첫 시간 전원이 과제를 해오지 않아 교수님을 분노케 한 전적이 있는지라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과제를 손에 쥐고 있던 일주일, 아침마다 서로에게 같은 것을 물었다. 나쁜 짓 했어? 누구도 예스라고 대답하지 않았고 우리는 시무룩하게 단체로 도둑질이라도 해야 하나 궁리를 하곤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그 누구도 새로운 “나쁜 짓”을 하지 못했고 다들 엇비슷한 글을 써왔다. 교수님은 우리가 써온 글을 앞에 나와서 직접 읽도록 시켰다. A4 넉 장 남짓한 글에 적혀 있던 나쁜 짓을 내 입으로 읽는 동안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당연히 죄책감 따위는 아니고, 적힌 내용들이 너무도 시시하다는 것에서 생겨나는 부끄러움이었다. 그나마 수업이라도 빠지고 과제라도 해가지 않아서 다행이랄까. 사실 그런 일들을 나쁜 짓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담배도, 도둑질도, 양다리도 걸쳐보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던, 스물 한 살의 봄날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길 가는 어른을 앞서가면 예의 없는 짓이라는 도덕 교과서의 내용 때문에 빨리 가고 싶어도 어른이 앞에 있으면 발만 동동 구르던 그런 아이였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기 전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좋은 사람도 되고 싶었다. 그것은 시계추처럼 정해놓은 몇 가지 반경 내에서 움직여야만 가능한 것처럼 보였고 별다른 고민 없이 태평하게 그런 기준들을 지키며 살았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 글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서부터, 나는 내 이상향이 얼마나 눈 먼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작가가 되려면 경험을 해야만 한다. 세상의 도덕률에 어긋날지라도 무엇이든 경험해 봐야만 한다. 대학에서 공부한 4년 간 만났던 교수나 선배 작가들로부터 한뜻으로 들어왔던 말이었다. 그러기에 나는 내 속에 재어놓은 도덕률에 꽉 사로잡힌 사람이었고 그것을 깨부수지 않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곤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저 과제의 속내 또한 나쁜 짓의 경중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막 청소년기를 벗어나 허둥지둥 대기에도 바쁜 대학 1년 간 나쁜 짓을 저질러 봐야 얼마나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약간 머리가 굵어진 지금은 개인이 가진 모럴과 그것에 얽매인 한계를 뛰어 넘어 보라는 뜻이지 않았을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것을 당시에는 어떤 나쁜 짓을 얼마나 저질러야 하며, 그 뒷감당(이를테면 구금이나 부모님의 경악과 같은)은 어떻게 치를 것인지만 고민하고 있었으니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내 글을 읽으며 느꼈던 당혹감과 부끄러움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 무엇이든 새로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때와 같은 부끄러움이 생생히 떠오른다. 내 자신이 가진 밑천이 얼마나 시시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처음으로 대면하고 느꼈던 그 감정들. 당장 좋은 작품을 못 쓸 것 같으면 열일곱 살적 바람대로 좋은 사람이라도 되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못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몇 십 년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그것도 영 알 수 없는 일이다.

고민에는 끝이 없지만 수업에는 끝이 있다. 2학년 1학기 소설 수업이 종강하고 난 뒤 우리는 모두 B에서 C를 받았다. A+를 받은 것은 한국말 몇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던 중국인 유학생 둘 뿐이었다.